<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공동번역개정판)
{ 복음 } 마르코 복음서 2장 23-28절 [23] 어느 안식일에 예수께서 밀밭 사이를 지나가시게 되었다. 그 때 함께 가던 제자들이 밀 이삭을 자르기 시작하자 [24]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예수께 “보십시오. 왜 저 사람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25] 예수께서는 이렇게 반문하셨다. “너희는 다윗의 일행이 먹을 것이 없어서 굶주렸을 때에 다윗이 한 일을 읽어본 적이 없느냐? [26] 에비아달 대사제 때에 다윗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서 제단에 차려놓은 빵을 먹고 함께 있던 사람들에게도 주었다. 그 빵은 사제들 밖에는 아무도 먹을 수 없는 빵이 아니었더냐?” [27] 예수께서는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다. [28] 따라서 사람의 아들은 또한 안식일의 주인이다.”
* * * *
‘백성호의 예수뎐’에는 이런 여행기가 있다고 합니다.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에서 가까운 정통파 유다인들이 사는 곳에는 금요일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하더랍니다. 왜냐고 하니까, 금요일은 그들의 안식일이어서, ‘차를 몰고’ 그 동네로 들어갔다가는 그들이 던지는 돌에 맞아 유리창이 깨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요.
그곳의 유다인들은 금요일에 아예 주차장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는답니다. 그런 정도는 이해할 만하지만, 안식일에 우산을 펴면 안된다는 건 좀 무리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들의 이해로는, 옛날 유목문화 때에 천막을 치던 것이, 오늘날에는 우산을 펴는 일에 해당하지 않겠느냐는 해석입니다.
옛날에는 안식일에 불을 피우지 말라 했는데, 이의 현대적인 적용은, 안식일에 전기 스위치를 켜면 안되게 했습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의 스위치는 안식일에 종일토록 자동으로 모든 층에 서도록 장치를 했더라는 것입니다. 내릴 사람도 타는 사람도 없지만, 하루 종일 엘리베이터만 그렇게 오르락내리락 하더랍니다.
출애굽기 35장 2절에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너희는 엿새 동안 일하고 이렛날은 너희가 거룩히 지내야할 날, 곧 야훼를 위하여 푹 쉬는 안식일이니, 그 날 일하는 자는 누구든지 사형에 처하여야 한다.”
왜 안식일을 이렇게 엄하게 규정했을까요? 인간을 기계로 창조하시지 않고 생명체로, 특별히 영적 존재로 창조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생명체들에게는 활동을 할 때가 있고, 쉬는 때가 필요하도록 창조하셨습니다. 그런데 자의로든 타의로든,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을 하나님께서 엄히 규제하신 것입니다. 인간을 위해서 이런 엄한 규정을 마련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계명을 지킨다는 미명하에, 인간을 옥죄는 시행세칙들을 만들어서, 인간을 못살게 했던 것입니다. 600 가지가 넘는 시행세칙들을 만들어서, 만약 어기게 되면 ‘사형에 처하는’ 엄한 벌을 가하도록 했습니다.
이 시행세칙 가운데는 ‘안식일에는 2키로 이상 걷지 말아라’ 하는 규정도 있어서, 안식일에 예배를 드리러 회당에 가기 위해서 회당으로부터 1키로 이내에 집을 마련하여 살아야 했습니다. ‘안식일에 바늘을 빌리러 이웃집에 갈 수는 있었지만, 바늘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면, 짐을 운반한 것이 되므로, 법에 저촉된다’ 고 규정했습니다.
오늘 본문을 보면, 예수님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타작 노동’을 했기 때문에 안식일 법을 어겼다며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펄쩍뛰고 있었습니다. 밀밭에 들어가 밀 이삭을 손으로 훑어 손바닥으로 비벼 낟알을 먹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인간들을 위하여 안식일 규정을 냈느니라. 그런데 어찌 인간을 속박하는 데에, 안식일법을 적용하고 있느냐? 안식일법은 내가 제정한 법이다. 내 말을 들어라. 인간을 위하지 않는 안식일 규정은 거짓이다! 내가 안식일의 주인이니, 내 말을 들어라!’ 라고.
그러나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그들의 추종자들은, 그들의 잣대로, 안식일법을 ‘경홀히’ 취급한다며, 예수님과 예수님의 제자들을 ‘율법파괴자’로, 사형에 해당하는 자들로 여겼습니다.
<기도> 주 하느님, 안식일법이 인간을 사랑하고 아끼시는 하느님의 사랑에 근거하는 것임을 믿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의 눈으로 저희가 저희 이웃들을 섬기고 사랑하며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