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공동번역개정판)
{ 구약 } 사무엘상 24장 17-23절 [17] 다윗이 사울에게 이렇게 말하자 사울은 “내 아들 다윗아, 그게 정말 네 목소리냐?” 하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18] “네가 나보다 낫구나. 나는 너를 못살게 굴었는데도 너는 나에게 이렇게 잘해 주었다. [19] 오늘 야훼께서 나를 네 손에 넘겨주셨는데도 너는 나를 죽이지 않고 나에게 이렇듯이 한없는 은덕을 베풀었구나. [20] 원수를 만나 고스란히 돌려보낼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그런데도 네가 오늘 나에게 이런 일을 해주었으니 야훼께서 너에게 상을 내리시기를 바란다. [21] 나는 이제야 알았다. 너야말로 임금이 될 사람이다. 이스라엘 왕국은 너의 통치 아래 번영을 누릴 것이다. [22] 그러니 이제 야훼의 이름으로 나에게 맹세해 다오. 내 후손을 끊어버리지 않고 내 이름을 내 가문에서 지워버리지 않겠다고 맹세해 다오. [23] 그래서 다윗은 사울에게 맹세하였다. 그 뒤 사울은 궁으로 돌아갔고, 다윗은 부하를 이끌고 자기들의 산채로 올라갔다.”
{ 복음 } 마르코 복음서 3장 13-19절 [13] 예수께서 산에 올라가 마음에 두셨던 사람들을 부르셨다. 그들이 예수께 가까이 왔을 때에 [14] 예수께서는 열둘을 뽑아 사도로 삼으시고 당신 곁에 있게 하셨다. 이것은 그들을 보내어 말씀을 전하게 하시고, [15] 마귀를 쫓아내는 권한을 주시려는 것이었다. [16] 이렇게 뽑으신 열두 사도는 베드로라는 이름을 붙여주신 시몬과 [17] 천둥의 아들이라는 뜻으로 둘 다 보아네르게스라고 이름을 붙여주신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 [18] 그리고 안드레아, 필립보, 바르톨로메오, 마태와, 토마,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타대오, 혁명당원 시몬, [19] 그리고 예수를 팔아 넘긴 가리옷 사람 유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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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울왕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강한 요청에 의해서 하느님께서 택정하신 임금이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 가운데 그만큼 잘생긴 사람이 없을 만큼 끼긋하게 잘생기고 … 누구든지 그의 옆에 서면 어깨 아래에 닿았다”(삼상 9:2)고 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임금 감을 고르시는 방법이 외모를 보시고 고르셨는가 의심이 갑니다.
그가 왕이 되고 나서, 백성과 나라를 돌보는 것보다, 자기와 그의 후손들이 왕위를 잘 이어갈 문제에 대해 관심을 두는 것 밖에는 별로 구실을 못했습니다.
다만 질투심이 남달라서, 백성들에게 인기 있는 다윗을 제거하는 일 만이 왕통을 이어갈 수 있는 방도라는 광기에 가까운 집념으로 자신의 말년을 다윗을 잡는 일로 보냅니다. 결국 하느님께 버림을 받아 아말렉과의 전쟁 중에 전사합니다.
2) 예수님께서 열 두 제자를 임명하실 때에, 평소 “마음에 두셨던 사람들을 불러”(본문 13절) 제자로 삼으셨다고 했습니다. 의문스러운 것은 왜 가룟 유다 같은 사람을 마음에 두셨을까 하는 점입니다.
더구나 그를 중용하여 제자단의 전대를 맡겼다고 했습니다. 그가 스승 예수님을 배반할 계획을 하고 있을 때에도, 예수님은 그 속마음을 아셨을 텐데, 결국 유다가 배반하고, 십자가의 사건이 진행되던 날, 자살을 하고 맙니다. 예수님께서 ‘악역’을 담당할 인간이 필요하셨던가요?
예수님께서 제자를 고르실 때에 신뢰있는 사람을 테스트해서 뽑으신 것도 아니었고, 인격분자들을 골라서 제자 삼으신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보통 사람들을 택하셨고, 그들이 예수님을 따라다니는 동안 신앙인격이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가룟 유다는 3년을 숙식을 함께 하면서 예수님을 따라다녔어도, 그의 자기중심적이고, 현세주의적인 사고방식은 변함이 없었고, 초월적인 능력을 가지고 계신 예수님의 모습을 늘상 경험해 오면서도, 유다는 그의 세속적 가치관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습니다.
‘약역’이 없었더라면, 예수님께서 대속의 죽음을 죽으실 수가 없었던 것 아닌가, 이런 의문을 가진 이들도 있습니다. 아닙니다. 메시아를 죽음의 길로 보낼 사람들은 동서고금에 허다합니다. 가룟 유다가 아니더라도, 또 은전 삼십에 스승을 파는 사람이 없었더라도(마 26:15), 메시아는 십자가 형을 받았을 것입니다.
<기도> 주 하느님, 세상에 일회성 인생을 주신 하느님께서 저희를 극진히 사랑하셔서 구원과 영생으로 이끌어 주심을 감사합니다. 죄성이 저희를 눌러 하느님을 배반하는 일이 없도록 지켜 주시며, 하느님의 소망 만이 승리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