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헛소문의 바다 위에서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새번역)

{ 복음 } 마가복음서 3장 20-30절 [20] 예수께서 집에 들어가시니, 무리가 다시 모여들어서, 예수의 일행은 음식을 먹을 겨를도 없었다. [21] 예수의 가족들이, 예수가 미쳤다는 소문을 듣고서, 그를 붙잡으러 나섰다. [22] 예루살렘에서 내려온 율법학자들은, 예수가 바알세불이 들렸다고 하고, 또 그가 귀신의 두목의 힘을 빌어서 귀신을 쫓아낸다고도 하였다. [23] 그래서 예수께서 그들을 불러 놓고, 비유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사탄이 어떻게 사탄을 쫓아낼 수 있느냐? [24] 한 나라가 갈라져서 서로 싸우면, 그 나라는 버틸 수 없다. [25] 또 한 가정이 갈라져서 싸우면, 그 가정은 버티지 못할 것이다. [26] 사탄이 스스로에게 반란을 일으켜서 갈라지면, 버틸 수 없고, 끝장이 난다. [27] 먼저 힘센 사람을 묶어 놓지 않고서는, 아무도 그 사람의 집에 들어가서 세간을 털어 갈 수 없다. 묶어 놓은 뒤에야, 그 집을 털어 갈 것이다. [28]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사람들이 짓는 모든 죄와 그들이 하는 어떤 비방도 용서를 받을 것이다. [29] 그러나 성령을 모독하는 사람은 용서를 받지 못하고, 영원한 죄에 매인다.” [30]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신 것은, 사람들이 “그는 악한 귀신이 들렸다.” 하고 말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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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총선이라는 치열한 선거전이 진행되는 지금, 온갖 악성 헛소문들이 우리 귀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가릴 수도 없고, 또, 과연 진실을 가릴 능력이 있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있겠는가 의심스럽습니다. 판사, 검사, 경찰의 말도, 언론인과 전문가들의 말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2천 년 전, 예수님 시대에도 악성 루머의 원흉들이 꽤나 열심히 헛소문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주제는 ‘예수는 못믿을 사람이다’ 였었는데, 그들이 제시한 헛소문들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예수는 미쳤다.(본문 22절) 그는 바알세불(‘파리떼의 두목’, ‘집 주인’, ‘귀신의 우두머리’, 또는 ‘오물의 왕’)의 힘을 빌어서 마귀를 쫓아낸다.’

2) ‘예수는 신성모독죄를 수없이 범하고 있다. 자칭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한다… 하나님만 하실 수 있는 죄의 용서를 그가 하고 있다.’

3) ‘신성한 율법을 무시하면서(안식일법 불이행, 정결례법 불이행, 등등), 랍비로 행세한다.’

4) ‘자칭 유다인의 왕이라고 말하여, 로마제국을 긴장하게 만든다… 자칭 메시아로 행세한다. 그런데 이 말은 아무 근거가 없다.’

이런 터무니 없는 헛소문 남발은, 올바른 사람이라면 믿지도 않았을 것이고, 오히려 예수님께 누명을 씌우는 악한 사람들을 향해서, 거짓말하지 말라고 비난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바른 언론도 없었고, 시민의 토론광장도 없었으므로, 다만 목소리가 큰 사람의 말만이 진실인 줄 알았고, 권력자가 허락한 자들만이 여론몰이를 하도록 허락되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의 헛소문에 의해서 어느덧 많은 상처를 입었고, 사실무근한 인신모략으로 그의 이름이 온통 먹칠을 당했습니다. 그 인신모략의 총본부는 예루살렘이었고, 그 지휘자는 대제사장이었습니다. 그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온갖 계략과 술수로 의로운 사람들을 짓밟았고, 지도력이 강해 보이는 사람일수록 그런 사람을 해치는 허위선전이 심했습니다.

오늘도 세상에는 사람을 죽이는 ‘보이지 않는 칼날’, 곧 인간의 루머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런 루머들이 오히려 사람들의 귀에 진실처럼 들리고 있어서, 이 허다한 거짓말들이 먹구름처럼 온 하늘을 뒤덮어, 광명한 진리의 빛을 가리운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정녕 진실을 듣기가 어려운 이 세태에서, 우리 기독교인들이라도 진실 만을 말하기 위해 노력합시다. 진리 가운데 진리인 “예수님은 구세주이시다”라는 말씀을 전하며, 하나님께서 주시는 지혜와 통찰력으로 진실 만을 세상에 선포하도록 힘씁시다.

<기도> 주 하나님, 저희가 진리를 위해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들로 살게 하옵소서. 저희의 입이 근거없이 사람을 비방하는 말은 전하지 않게 하시며, 오로지 하나님의 진리 만을 전하는 입이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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