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현 14, “마귀야, 나가라.”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신복룡 신구약성경)

{ 복음 } 마르코 복음서 5장 1-20절 [1] 그들은 호수 건너편 게라사인들의 지방으로 갔다. [2] 예수께서 배에서 내리시자마자, 마귀 들린 사람이 무덤에서 나와 그분께 마주 왔다. [3] 그는 무덤에서 살았는데, 누구도 더 이상 그를 쇠사슬로 묶어 둘 수 없었다. [4] 이미 여러 번 족쇄와 쇠사슬로 묶어 두었으나, 그는 쇠사슬을 끊고 족쇄도 부수어버려 아무도 그를 휘어잡을 수가 없었다. [5] 그는 밤낮으로 무덤과 산에서 소리를 지르고 돌로 제 몸을 쳤다.

[6] 그는 멀리서 예수를 보고 달려와 그 앞에 엎드려 절하며, [7] 큰소리로 외쳤다.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 주님께서 저를 어쩌시렵니까? 하나님의 이름으로 주님께 말합니다. 저를 괴롭히지 말아 주십시오.” [8] 예수께서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마귀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9] 예수께서 그에게 물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제 이름은 군대입니다. 저희 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10] 그러고 나서 예수께 자기들을 그 지방 밖으로 쫓아내지 말아 달라고 간청했다. [11] 마침 그곳 산 쪽에는 놓아 기르는 돼지 떼가 있었다. [12] 그래서 마귀들이 예수께 간청했다. “저희를 돼지들에게 보내시어 그 속으로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 [13] 예수께서 허락하시니 마귀들이 나와 돼지들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2천 마리쯤 되는 돼지 떼가 호수쪽으로 비탈을 내달려 빠져 죽었다.

[14] 돼지를 치던 이들이 달아나 그 고을과 여러 촌락에 알렸다.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려고 왔다. [15] 그들은 예수께 와서 마귀 들렸던 사람, 곧 군대라는 사람이 옷을 입고 제정신으로 앉아 있는 것을 보자 겁이 났다. [16] 그 일을 본 사람들이 마귀 들렸던 사람과 돼지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들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17] 그러자 그들은 예수께 저희 고장에서 떠나 주십사고 간청하기 시작했다. [18] 그리하여 예수께서 배에 오르시자, 마귀 들렸던 사람이 예수께 같이 있게 해 주십사고 간청했다. [19] 그러나 예수께서 허락하지 않으시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집에 있는 가족에게 돌아가, 내가 그대에게 해 준 일과 자비를 베풀어 준 일을 모두 알리시오.” [20] 그래서 그는 물러가, 예수께서 자기에게 해 주신 모든 일을 데카폴리스 지방에 선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

* * * *

예수님과 게라사 지방의 마귀 들린 사람 사이에 무슨 대화가 계속되는 듯해도, 실상 두 가지 뱡향에서 대화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마귀 들린 사람의 영혼과 대화하셨던 것이고, 또 하나는 그 사람의 혼 속에 들어가 있는 마귀와의 대화(본문 6-13절)였습니다.

게라사 사람과의 대화는 말로 진행하는 대화가 아니었고, 예수님께서 게라사 사람의 거동을 보시며 인식하시는 대화였습니다. 손목과 발목에 족쇄를 끊기까지 살점들이 짓뭉개지며 피로 얼룩진 모습이라든가, 무덤 사이에서 지내면서 자기 몸을 돌로 짓이긴 헌데 자국이라든가, 때묻은 알몸에서 예수님께서 읽는 그의 영혼의 괴로움을 보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게라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기 이전부터 마귀를 향하여 “마귀야, 이 사람에게서 나가라.”(본문 8절) 라고 이미 명령하고 계셨습니다.

그러므로 6-13절에서 진행되던 대화들은 예수님과 마귀와의 대화였습니다. 비록 사람들이 그 대화를 듣고 있었지만, 실상 마귀가 게라사 사람의 입으로 예수님과 대화하고 있었습니다.

마귀들이 예수님께 ‘이 지방’ 곧 게라사 지방에서 쫓아내지 말아달라고 간청했다고 했습니다. 게라사 지방은 유다인들의 땅이 아니라, 유다인과 여러 이방 민족들과 특별히 침략자 로마제국 군인들이 주둔하던 지역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영적으로 혼돈된 상태에 있던 땅이어서, 마귀들이 깃들기에 좋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마귀들과 타협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들이 청했던 것은 돼지 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지만, 돼지 떼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돼지 떼는 마귀들과 함께 모두 물속으로 달려들어가 죽고 맙니다. 훗날에 무저갱으로 들어갈 운명인 마귀들의 모습(묵 20:3)을 미리 보여 주셨습니다.

마귀가 좋아하는 거처는 인간의 영혼입니다. 예수님은 인간의 영혼에서 마귀를 추방하시기 위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래서 마귀들은 예수님께 돼지 떼 속에라도 들어가 있게 허락해 달라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마저 거절하셨던 것입니다.

인간은, 게라사 사람 만이 아니라, 누구든 마귀에게서 시련을 받습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에게도 날마다 기신거리는 마귀들이 있습니다. 이기심마귀, 쾌락마귀, 세속마귀, 물질마귀, 무책임마귀, 거짓말마귀, 온갖 마귀가 들끓습니다. 주여, 저희에게서 마귀를 물리쳐 주시옵소서.

마귀에게서 해방 받은 게라사 사람은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를 소원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이를 거절하시는 듯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가족들에게 돌아가 나의 증인이 되거라.” 하셨습니다. 이것은 거절이 아니었습니다. 마귀들의 성화로 오랫동안 가족들과 헤어져 살아야 했던 사람과 그 가족의 괴로움을 치유해 주시려는 예수님의 자애로운 배려였습니다.

성직자와 해외선교사가 될 사람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누구나 성직자가 되어야 하고, 누구나 해외선교사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비록 세속적 직업을 가지고 살아도,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는 ‘왕의 사제단’(벧전 2:5)으로 살 수 있습니다.

<기도> 주 하나님, 저희의 영혼을 파고 들어 주인 행세를 하려는 마귀의 간섭을 제어하여 주옵소서. 저희 속에 항상 주 하나님의 성령이 임하여 계셔서 저희의 삶을 전적으로 거룩과 성실의 삶을 살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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