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현 21, 변화산상의 예수님

<공현 후 마지막 주일, 본문 묵상> ……….. (공동번역개정판)

{ 복음 } 마르코 복음서 9장 2-9절 ……….. [2] 엿새 후에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을 따로 데리고 높은 산으로 올라가셨다. 그 때 예수의 모습이 그들 앞에서 변하고 [3] 그 옷은 세상의 어떤 마전장이도 그보다 더 희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고 눈부시게 빛났다. [4] 그런데 그 자리에는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나타나서 예수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5] 그 때 베드로가 나서서 “선생님, 저희가 여기서 지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여기에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선생님을 모시고 하나는 모세를, 하나는 엘리야를 모셨으면 합니다.” 하고 예수께 말하였다. [6] 베드로는 다른 제자들과 함께 겁에 질려서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서 엉겁결에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7] 바로 그 때에 구름이 일며 그들을 덮더니 구름 속에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잘 들어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8] 제자들은 곧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예수와 자기들 밖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9] 산에서 내려오시면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사람의 아들이 죽었다 다시 살아날 때까지는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하고 단단히 당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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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들은, 그들의 천체 관찰로 새로운 것을 볼 때마다, 우주의 구조를 설명하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특별히, 대형 은하계를 새로 발견하면, 우주의 규모를 추정하는 그들의 설명이 만 곱절로 또는 수 억 곱절로 달라지는 것을 봅니다.

만약 물상적인 우주를 비물상적인 내면으로 뒤집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아마도 천상의 세계, 곧 ‘영계’를 우리 육안으로도 볼 수 있으리라 상상합니다.

그런데 그런 관찰을 인류가 딱 한 번 경험했습니다. 그것이 오늘의 본문의 내용입니다. 물상의 세계는 어느덧 사라지고, 천상세계가 예수님의 제자들의 안전에 전개된 것입니다.

벌써 죽은지 1천 5백 여년 되는 국부다운 존재 모세, 그리고 9백 여년 전에 죽은 위대한 예언자 엘리야, 이 두 사람이 예수님과 함께 환한 스팟 조명(?) 속에 나란히 서서 말씀을 나누고 있었던 것입니다.

참으로 경이롭고, 신비로운 광경이었습니다. 그들이 나누던 이야기는, 지금 인간세계에 머무시는 하느님의 독생자 예수님께서 장차 지실 십자가에 관한 말씀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사 속에서 이루고자 했던 ‘죄의 속박으로부터 인류의 영원한 해방’과 ‘제사예배의 종결’을 논의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제자들은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제 정신이 아니어서 헛소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초막 셋을 짓는다느니, 그 초막에 세 분을 모신다느니, 그러고 있었습니다.

그때에 하늘로부터 하느님의 음성이 들려 왔습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너희는 그의 말을 잘 들어라.” 하셨습니다.

구름이 걷히며, 천상의 모습들은 모두 사라지고, 제자들은 다시 예수님과 덩그러니 산 구릉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 사건이야 말로, 예수님께서 “나에게 영광을 주시는 분은 너희가 자기 하느님이라고 하는 나의 아버지이시다.”(요 8:54) 하신 말씀의 실증이었습니다. <공현>의 종지부를 찍으신 것입니다.

그때로부터, 이 놀라운 경험에 함께 있었던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메시아이신 것을 의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들도 이들 제자들과 함께, 공현의 최정상에 있었던 이 변화산상의 이야기를 읽으며, 예수님께서 진실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것을 믿습니다.

<기도> 주 하느님, 저희에게도 변화산상에서의 예수님의 모습을 저희 뇌리에 깊게 심어 주사, 예수님께서 영원토록 저희를 인도하실 구세주이심을 확신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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