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에 읽는 ‘부자와 나사로’

<사순절 제14일, 말씀 묵상> ………………… (새번역)

{ 복음 } 누가복음서 16장 19-31절 …….. [19]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그는 자색 옷과 고운 베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다. [20] 그런데 그 집 대문 앞에는 나사로라 하는 거지 하나가 헌데 투성이 몸으로 누워서, [21] 그 부자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로 배를 채우려고 하였다. 개들까지도 와서, 그의 헌데를 핥았다.

[22] 그러다가, 그 거지는 죽어서 천사들에게 이끌려 가서 아브라함의 품에 안기었고, 그 부자도 죽어서 묻히었다. [23] 부자가 지옥에서 고통을 당하다가 눈을 들어서 보니, 멀리 아브라함이 보이고, 그의 품에 나사로가 있었다. [24] 그래서 그가 소리를 질러 말하기를 ‘아브라함 조상님,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나사로를 보내서, 그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서 내 혀를 시원하게 하도록 하여 주십시오. 나는 이 불 속에서 몹시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하였다.

[25] 그러나 아브라함이 말하였다. ‘얘야, 되돌아보아라. 네가 살아 있을 동안에 너는 온갖 호사를 다 누렸지만, 나사로는 온갖 괴로움을 다 겪었다. 그래서 그는 지금 여기서 위로를 받고, 너는 고통을 받는다. [26] 그뿐만 아니라, 우리와 너희 사이에는 큰 구렁텅이가 가로 놓여 있어서, 여기에서 너희에게로 건너가고자 해도 갈 수 없고, 거기에서 우리에게로 건너올 수도 없다.’

[27] 부자가 말하였다. ‘조상님, 소원입니다. 그를 내 아버지 집으로 보내 주십시오. [28] 나는 형제가 다섯이나 있습니다. 제발 나사로가 가서 그들에게 경고하여, 그들만은 고통 받는 이 곳에 오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29] 그러나 아브라함이 말하였다. ‘그들에게는 모세와 예언자들이 있으니, 그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

[30] 부자는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아브라함 조상님,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누가 살아나서 그들에게로 가야만, 그들이 회개할 것입니다.’ [31] 아브라함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그들이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누가 살아난다고 해도, 그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

* * * *

( 1 ) 거지 나사로는 부자 영감 집 음식쓰레기가 나오는 때를 기다리는 것이 그의 일이었습니다. 음식쓰레기가 바깥으로 던져지고 개들이 먼저 ‘건건이’를 선점하고 나면, 나사로는 엉금엉금 기어서, 개들마저 눈여겨 보지 않은 것들을 자신의 요기 거리로 삼았습니다.

이렇게 나사로가 궁상을 떨게 된 이유는, 자기 몸이 안팎으로 병들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낯선 걸인이라면 부잣집 개들이 짖었을 것입니다마는, 개들이 그의 헌데를 핥고 있었다 했습니다. 개들이 나사로의 존재가 익숙했던 것을 보면, 부자 영감도, 병든 초라한 영감 하나가 자기 집 앞에 매일 걸식하러 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인심을 쓴다는 것은 고작, 나사로를 대문께에서 멀리 쫓아내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 뿐이었습니다. 나사로가 죽어서, 더 이상 자기 집 문전에 나타나지 않게 되었을 때에도, 그의 흉물스럽던 몰골을 다시는 보지 않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 2 ) 나사로도 죽고 부자 영감도 죽어, 장면은 하늘나라로 바뀌었습니다. 부자는 세상 살 때 호의호식 했으니 지금 불구덩이 속에서 고생한다고 했고, 나사로는 세상 살 때 고생 많이 했으니, 지금 아브라함의 품속에서 편안히 지낸다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만, 나사로는 병들고 가난했어도 하나님을 의지하고 살았고, 부자는 하나님의 존재, 하나님의 뜻을 우습게 생각하며 살았다는 사실을, 이 비유는 말없이 전제하고 있습니다.

나사로는, ‘내 형제들이라도 이런 지옥에 오지 않도록’, 나사로든가 아니면 누군가가 가서 좀 일러 주어야, 공평(fair)해 진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아브라함은 세상엔 이미 모세와 예언자들이 가서 말씀을 전했기 때문에, 더 보낼 필요가 없다고 차갑게 거절합니다.

자기가 나사로에게 냉혹했던 만큼, 아브라함이 그의 부탁을 냉혹하게 거절합니다.

부자 영감처럼 몰인정하게 살다가는, 누구든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것인지, 아니면 더 괴로운 형벌을 받게 되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없는 말씀을,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님께서 인간이 되어오셔서, 하셨을 리는 없습니다.

<기도> 주 하나님, 저희가 저희 밥상에 차려진 음식이 저희가 잘나서 먹게 된 음식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저희의 손으로 나눌 필요가 있어서 저희에게 먼저 주어진 것임을 깨닫고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