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불만 하는 것도 큰 죄

<사순절 제4주일 말씀 묵상> ……………. (공동번역개정판)

{ 구약 } 민수기 21장 5-6, 8-9절 ……… [5] 하느님과 모세에게 대들었다.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데려내왔습니까? 이 광야에서 죽일 작정입니까? 먹을 것도 없고 마실 물도 없습니다. 이 거친 음식은 이제 진저리가 납니다.” [6] 그러자 야훼께서는 백성에게 불뱀을 보내셨다. 불뱀이 많은 이스라엘 백성을 물어 죽이자, …

[8] 야훼께서 모세에게 대답하셨다. “너는 불뱀을 만들어 기둥에 달아놓고 뱀에게 물린 사람마다 그것을 쳐다보게 하여라. 그리하면 죽지 아니하리라.” [9] 모세는 구리로 뱀을 만들어 기둥에 달아놓았다. 뱀에게 물렸어도 그 구리 뱀을 쳐다본 사람은 죽지 않았다.

*** 제가 아홉 살 때에, 한 겨울에 눈덮인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평양에서 제주도 서귀포까지 피난 갔습니다. 그리고 그 해의 3학년 수업은 피난민 학교에서 두 석 달 동안에 다 마쳤습니다.

학생들은 교과서도 없었고, 연필도 노트도 없었고, 교실도 없어서 바닷가에 쳐놓은 천막교실에서 널판을 가로놓은 간이책상에 돌을 깔고 앉아 수업을 받았습니다.

담임선생님은, 나중에 부흥사 목사님이 되신 신현균 선생님이셨습니다. 성경 속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수업이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은 1학년인 제 동생과 함께 아버지의 겨울외투를 쓰고 학교에 갔습니다. 바람 불고 비오는 날의 천막교실은 너무도 스산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모든 추억이 감사할 일 뿐입니다. 이러지 못했다면 저는 지금도 북한에서 날이면 날마다 김가들의 독재체제 아래 평생 살 뻔했지 않습니까?

* * * *

{ 서신 } 에페소서 2장 1-5절 ……… [1] 여러분도 전에는 죄와 잘못을 저질러서 죽었던 사람들입니다. [2] 여러분이 죄에 얽매여 있던 때에는 이 세상 풍조를 따라 살았고 허공을 다스리는 세력의 두목이 지시하는 대로 살았으며 오늘날 하느님을 거역하는 자들을 조종하는 약령의 지시대로 살았습니다. [3] 실상 우리도 다 그들과 같아서 전에는 본능적인 욕망을 따라서 육정에 끌려 살았던 사람들로서 본래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진노를 살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4] 그러나 한없이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그 크신 사랑으로 우리를 사랑하셔서 [5] 잘못을 저지르고 죽었던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려주셨습니다. 여러분은 이렇듯 은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 제 성장기였던 50년대와 60년대는 모든 것이 폐허요, 부족한 것 뿐이었습니다. 저희들은 불평도 많았고, 모든 것이 다 불만투성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점차 경제가 발전하면서 이런 저런 기회들이 저희에게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삶의 형편이 나아졌다고 해서 불평불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불평불만이 점점 더 다양하게 늘어갈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에 대한 신앙은 점차 약해지고, 물질에 대한 의존심만 늘어갔습니다.

마침내 물질주의와 현세주의의 신봉자가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하느님께 빌 것 없이, 과학과 기술문명에 기대는 것이 옳다는 자세로 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때는 교회를 떠나고 말았습니다.

* * * *

{ 복음 } 요한복음서 3장 16-17, 20-21절 ………. [16]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여주셨다. [17] 하느님이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단죄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아들을 시켜 구원하시려는 것이다. …

[20] 과연 악한 일을 일삼는 자는 누구나 자기 죄상이 드러날까봐 빛을 미워하고 멀리한다. [21] 그러나 진리를 따라 사는 사람은 빛이 있는 데로 나아간다. …

*** 때로는 인간이, ‘하느님 없이 사는 것이 행복의 조건’ (B. 러쎌, ‘행복의 정복’ 중에서) 이라고 착각하는 때가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이미 죄 가운데서 살게 마련입니다. 이렇게 죄의 종이 된 사람들을 ‘어둠의 자식’이라고 성경은 칭합니다. (고후 4:4-6)

저 역시 어둠의 자식으로 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저를 어둠에서 건져 주셔서, 빛의 자녀들이 사는 곳으로 인도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지금껏 빛의 자녀들과 더불어 진리의 성령의 인도하심 속에 살도록 하셨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때때로 건강 때문에 불안하고, 뭔가 부족하다고 불만하는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나중에 돌이켜 보았을 때, 지금이 가장 행복한 때였다고 할 것이라는 믿음을 확인합니다.

<기도> 주 하느님, 저희에게 가장 좋은 복으로 베푸시는 하느님이심을 감사 찬양 경배드립니다. 불평불만하는 일 없이, 하느님께 항상 감사하는 빛의 자녀로서 일관하며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