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속에 묻히는 밀알로

<사순절 제5주일, 말씀 묵상> ……….. (공동번역개정판)

{ 구약 } 예레미야 31장 34절 ……… [34] “내가 그들의 잘못을 다시는 기억하지 아니하고 그 죄를 용서하여 주리니, 다시는 이웃이나 동기끼리 서로 깨우쳐주며 야훼의 심정을 알아드리자고 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이나 내 마음을 모르는 사람이 없으리라. 이는 내 말이라, 어김이 없다.”

*** 사순절 제5주일입니다. 다음 주일인 성지주일을 보내고, 성주간이 지나면 부활주일이 됩니다. 사순절도 어제로 40일 중의 28일이 지났습니다. 회개를 ‘봄꽃’에 비유한다면, 교회 안에 봄꽃이 만개하여 하느님의 영광이 교회에 가득차는 계절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회개하는 사람들의 죄를 용서하여 주시기를 바라셔서 안타깝게 밤이나 낮이나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는 다른 사제에게 부탁하여 어느 날 고해성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마치고 나오는데, 뜰에 돋아난 풀들이 바람에 한들거리는 품이 마치 저를 반갑게 축하하는 것 같았습니다. 세상이 맑아진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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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시 } 시편 51편 15-17절 ………. [15] 나의 주여, 내 입술을 열어주소서. 이 입으로 주를 찬양하리이다. [16] 당신은 제물을 즐기지 아니하시며, 번제를 드려도 받지 아니하십니다. [17] 하느님, 내 제물은 찢어진 마음뿐, 찢어지고 터진 마음을 당신께서 얕보지 아니하시니, [18] 어지신 마음으로 시온을 돌보시어 예루살렘 성벽을 다시 쌓게 하소서.

*** 제사를 드리러 간 사람의 뜻은 오로지 제사에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제물을 바쳐도 하느님께서 받으시는 것 같지 않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느님 앞에 통절히 회개하는 것이 무슨 제물을 바치는 것보다도 하느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는 제물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다윗이 회개하던 심정이었습니다.

저희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들의 예배가 온전해지려면, 무슨 헌금보다 우리들의 회개가, 하느님께 드려져야 할 최우선적인 예물인 것을 놓치면 안됩니다.

우리들의 통절한 회개를 더욱 기다리시는 하느님이심을 기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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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신 } 히브리서 5장 7-8, 10절 …….. [7] 예수께서는 인간으로 이 세상에 계실 때에 당신을 죽음에서 구해 주실 수 있는 분에게 큰소리와 눈물로 기도하고 간구하셨고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경외하는 마음을 보시고 그 간구를 들어주셨습니다. [8] 예수께서는 하느님의 아들이셨지만 고난을 겪음으로써 복종하는 것을 배우셨습니다. … [10] 하느님께로부터 멜기세덱의 사제 직분을 잇는 대사제로 임명받으셨습니다.

*** 예루살렘 성전이 지어진 솔로몬 왕의 때로부터 예수님 때까지, 수많은 제사가 성전에서 바쳐졌습니다. 그러나 그 성전을 마주보는 갈보리 언덕에서 바쳐진, 단 한 번의 제사, 예수님의 제사가 온 인류를 구원하였습니다.

대제사장이신 예수님께서 친히 제물이 되셔서, 그 제물로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속죄의 제사를 바쳤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 옛날 아브라함 시대의 전설적 사제 멜기세덱의 직분을 잇는 대제사장이 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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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음 } 요한복음 12장 24-25절 ……. [24] 정말 잘 들어두어라.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25]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아끼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목숨을 보존하여 영원히 살게 될 것이다.

*** 이 말씀은 속죄의 제물이 되신 예수님의 메시아 사역을 설명하는 말씀이기도 하며, 예수님의 본을 받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시는 삶의 지침이기도 합니다.

우리들의 죽음이, 만민을 구원하신 구세주 예수님의 죽음에 비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분의 본을 받아, 우리의 수고와 희생으로. 다른 사람들의 병든 영혼이 예수님을 믿어 구원을 받게 되고, 육신이 힘들어도 존엄한 인간으로 한 세상 살 수 있게 된다면, 이것이야 말로, 성도들의 삶의 표준일 것입니다. 검은 흙 속에 묻히는 밀 알처럼 살기를..

<기도> 주 하나님, 흙 속에 묻히어 죽음으로써 많은 알곡을 맺는 밀 알처럼 저희도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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