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제29일, 말씀 묵상> …………. (신복룡 신구약성경)
{ 복음 } 요한복음서 8장 3-11절 ……. [3] 그때 율법학자들과 파리사이들이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을 끌고 와 가운데에 세워 놓고 예수께 말했다. [4] “선생님, 이 여인이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혔습니다. [5] 모세는 율법에서 이런 여인에게 돌을 던져 죽이라고 우리에게 명령했습니다. 선생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6] 그들은 예수를 시험하여 고소할 구실을 만들려고 그렇게 말한 것이다. 그러나 예수께서 몸을 굽히시어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 쓰기 시작하셨다. [7] 그들이 거듭 묻자 예수께서 몸을 일으키시어 그들에게 이르셨다. “여러분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인에게 돌을 던지시오.” [8] 그리고 다시 몸을 굽히시어 땅에 무엇인가 쓰셨다.
[9] 그들은 이 말씀을 듣고 나이 많은 무리부터 하나씩 하나씩 떠나갔다. 마침내 예수만 남으시고 여인은 가운데에 그대로 서 있었다. [10] 예수께서 몸을 일으키시고 그 여인에게 물으셨다. “여인이여, 그 무리가 어디 있소? 그대를 단죄한 무리가 아무도 없소?” [11] 그 여인이 대답했다. “선생님,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자 예수께서 이르셨다. “나도 그대를 단죄하지 않습니다. 가시오.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 죄짓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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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만약 우리가 그 여인을 붙잡아 예수님 앞으로 끌고온 율법학자나 파리사이들이라고 합시다. 그렇게 전제하고 이 본문을 다시 읽어봅니다.
그들은 지금, 이 여인을 돌로 쳐 죽이는 일보다 더 관심이 있었던 일이 예수님에게 올가미를 씌우는 일이었습니다. 그 여인을 죽이지 말라고 예수가 말한다면, 그것은 모세의 법을 어기는 일이 됩니다. 그러므로 당시의 유다인의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 여인을 죽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평소 예수께서 가르치시던 ‘사랑의 법’과 상치되는 가르침이 되기 때문에, 그들이 예수님을 ‘사기군’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이것을 노린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속셈을 아시고, 모세법의 법정신을 드러내시며, 말씀하십니다. “너희 가운데 죄가 없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돌을 던져라” 하신 것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시고서, 땅에다 무엇인가를 쓰셨다고 했습니다.
뭐라고 쓰셨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록이 없습니다. 땅에 쓰셨던 글도 그날 저녁으로 흔적이 지워졌습니다. 세속의 때가 묻은 저의 추리로는, “이 여인이 지금까지 상관했던 남정네들의 이름을 기억나는 대로 말하게 해서 그들을 함께 처벌해야 옳지요?”
또는 “내가 당신들이 지은 죄를 모두 알고 있으니, 그 죄들도 이 자리에서 처벌할까요?” 아니면, “돌은 당신들이 어디로 던졌든지 간에, 죽을 죄를 지은 사람이 누구인지 모두 아실 터이니, 하나님께서 그 돌이 날아가야 할 자들에게로 향하도록 내가 빌까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율법학자들과 파리사이들이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모두 뺑소니친 것이 아닐까요?
나이가 많은 사람부터 먼저 자리를 떴다는 말은, 제가 나이가 많은 편이니까, 그 이유를 알만도 합니다. 세상을 오래 살수록 불어나는 것은 죄 밖에 없다는 것을 저는 절감합니다.
( 2 ) 만약 우리가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혀 온 여인이라면 어땠을까요? 그 이름난 ‘나사렛 출신의 랍비’ 예수님 앞으로 끌려나왔을 때에, 그 여인의 마음 속에 아무런 생각도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 ‘잘난 남정네들의 세상’ 에서, 또 역시 남정네인 예수님께서 별 다른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만민의 심령을 들여다 보고 계신, 지고하신 선생님’ 앞에 선 줄 알았더라면 이렇게 마음 속으로 외쳤을 것입니다. ‘예, 저는 말할 수 없는 죄인입니다. 저를 죽여 주세요. 이 죄인이 무슨 할 말을 하겠습니까?’
그러나, 예수 선생님은, 가까이 오셔서 말씀하십니다. “너를 여기까지 끌고온 자들은 다 어디 있느냐?” ‘예, 그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때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겠다. 가거라. 그리고 다시는 죄를 짓지 말아라.”
<기도> 정의와 자비의 하나님, 하나님 만이 저희를 올바로 심판하실 분이십니다. 저희 인간들이 남을 심판하지 말게 하옵소서.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 저희의 죽을 죄를 용서받아 새로운 피조물로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