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주일-고난주일, 말씀 묵상> …………. (공동번역개정판)
{ 구약 } 이사야 50장 6-8상반절 ……… [6] 나는 때리는 자들에게 등을 맡기며 수염을 뽑는 자들에게 턱을 내민다. 나는 욕설과 침뱉음을 받지 않으려고 얼굴을 가리지도 않는다. [7] 주 야훼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 조금도 부끄러울 것 없어, 차돌처럼 내 얼굴빛 변치 않는다.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을 줄 알고 있다. [8] 하느님께서 나의 죄없음을 알아주시고 옆에 계시는데, 누가 나를 걸어 송사하랴?
*** 이사야서가 ‘야훼의 종’을 주제로 한 노래 세 편을 싣고 있는데, 위의 본문이 그 가운데 세 번째 것입니다. 메시아(구세주)이신 예수님께서 당하실 고난을 예고한 글입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정확한 예언의 말씀인지요? 마치 수난의 현장을 보면서 쓴 글 같습니다.
오늘은 예수님께서 마지막으로 예루살렘을 입성하시던 때를 기억하는 날(성지주일) 입니다. ‘호산나’(우리를 구원하소서) 환호를 들으시면서 성으로 들어가셨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마음 속에는 오는 한 주간 동안 예루살렘에서 당하실 고통스런 메시아 사역을 내다보시며 비장한 한숨을 쉬고 계십니다. 그래도, 그 고통스런 한 주간이 지나고, 인류구원의 큰 꿈이 성취되신다는 가슴 부푼 소망을 보고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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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시 } 시편 31편 11-13절 …….. [11] 나는 원수들의 모욕거리, 이웃들의 혐오거리, 벗들의 구역질감, 거리에서 만나는 이마다 피해 갑니다. [12] 죽은 사람처럼 기억에서 사라지고 쓰레기처럼 버려졌사옵니다. [13] 사람들의 비방 소리 들려오며 협박은 사방에서 미쳐 옵니다. 그들은 나를 노려 무리짓고 이 목숨 없애려고 음모합니다.
*** 대제사장과 그의 수하들, 그리고 로마총독의 후예들이 오늘날도 진리와 정의 편에 선 사람들, 하느님의 구원의 복음을 전파하는 사람들에게 이같이 핍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양과 같은 정의의 사람들은, 박해자의 칼날 앞에 이렇게도 모질게 고난을 당합니다. 십자가의 길을 끝까지 완주하신 예수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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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신 } 필립비 2장 5-9절 ……… [5] 여러분은 그리스도 예수께서 지니셨던 마음을 여러분의 마음으로 간직하십시오. [6] 그리스도 예수는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셨지만, 굳이 하느님과 동등한 존재가 되려 하지 않으시고 [7] 오히려 당신의 것을 다 내어놓고 종의 신분을 취하셔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 [8] 당신 자신을 낮추셔서 죽기까지, 아니,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9]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셨습니다.
*** 하느님의 독생자께서 폭도들에게 수난을 당하시면서도, 끝까지 참아 견뎌내신 것은 세상 사람들을 구원하시기 위함이셨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무슬림 국가, 공산국가, 비문명권 국가, 일부 힌두 세력, 일부 불교 세력, 그 밖에 세속적 가치관을 저들의 신앙으로 하는 구미 여러 나라들에서 복음적 교회를 세우려다 온갖 핍박을 받고 있는 것을 기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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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음 } 마르코복음서 15장 33-37, 39절 ……….. [33] 낮 열두 시가 되자 온 땅이 어둠에 덮여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 [34] 세 시에 예수께서 큰소리로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하고 부르짖으셨다. 이 말씀은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라는 뜻이다. [35] 거기에 서 있던 사람들 몇이 이 말을 듣고 ‘저것 봐! 이 사람이 엘리야를 부르는구나!’ 하였다. [36] 어떤 사람은 달려오더니 해면을 신 포도주에 적시어 갈대 끝에 꽂아 예수의 입에 대면서 “어디 엘리야가 와서 그를 내려주나 봅시다.” 하고 말하였다. [37] 예수께서 큰 소리를 지르시고 숨을 거두셨다. … [39] 예수를 지켜보고 서 있던 백인대장이 예수께서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숨을 거두시는 광경을 보고 “이 사람이야말로 정말 하느님의 아들이었구나!” 하고 말하였다.
*** 지금도 박해자의 총, 칼 앞에서 쓰러지고 있는 성도들을 기억합니다. 그들이 예수님과 똑같은 울부짖음, 곧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면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믿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들을 버리시지 않으셨다는 것을! 도리어, 그들과 더불어 수난의 현장에서 함께 고난을 당하고 계신 하느님이심을 믿습니다.
<기도> 주 하느님, 오늘도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은, 세상 권력에 눌림을 당하며 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저희가 압니다. 그렇지만 고난을 회피하며 살려 하지 않게 하옵소서. 오히려 복음으로 세상 앞에 도전하도록 용기와 확신을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