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제35일, 말씀 묵상> ……….. (신복룡 신구약전서)
{ 복음 } 요한 복음서 12장 1-11절 ……….. [1] 예수께서 유월절 축제를 엿새 앞서 베타니아로 가셨다. 그곳에는 예수께서 죽은 사람들 가운데 다시 일으키신 라자로가 살고 있었다. [2] 거기에서 예수를 위한 잔치가 베풀어졌는데, 마르타는 시중을 들고 라자로는 예수와더불어 식탁에 앉은 이들 가운데 끼어 있었다.
[3] 그런데 마리아가 비싼 순 나르드 향유 1 리트라를 가져와 예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발을 닦아 드리니 온 집 안에 향유 냄새가 가득했다. [4] 제자들 가운데 하나로 나중에 예수를 팔아넘길 유다 이스카리옷이 말했다. [5] “어찌하여 저 향유를 300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는가?”
[6]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가난한 이들에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도둑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돈주머니를 맡고 있으면서 거기에 든 돈을 가로채곤 했다. [7] 예수께서 이르셨다. “이 여인을 놔두시오. 그리하여 내 장례 날에 쓰도록 이 기름을 간직하도록 하시오. [8] 사실 가난한 이들은 늘 여러분 곁에 있지만, 나는 여러분 곁에 있지 않을 것이오.”
[9] 예수께서 그곳에 계시는 것을 알고 많은 유다인의 무리가 몰려왔다. 예수 때문만이 아니라, 그분께서 죽은 사람들 가운데에서 다시 일으키신 라자로도 보려는 것이었다. [10] 그리하여 제사장들은 라자로도 죽이기로 결의했다. [11] 라자로 때문에 많은 유다인이 떨어져 나가 예수를 믿었기 때문이다.
* * * *
( 1 ) 예수님의 이번 예루살렘 여행은 그의 생애에 있어서 마지막 여행이었습니다. 이것을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세 차례나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이번에 예루살렘에 가시면 권세잡은 사람들에게 붙잡혀, 이방인인 로마 총독에게로 넘겨지고, 십자가형을 당하실 것이라고 예고해 주셨습니다.
베타니아는 예루살렘에서 남쪽으로 2 킬로 떨어진 동네였습니다. 예루살렘의 소문이 낱낱이 전해지는 곳이었습니다. 라자로 집안의 남매들도, 예수님 만이 아니라, 라자로도 체포해서 처형할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있었을 것입니다.
( 2 ) 예수님께서는 집주인 라자로와 함께 식탁에 앉아 있었고, 그 외에도 예수님의 일행들이 같은 식탁에 앉아 있었습니다. 마리아는,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예수님을 뵙는 이 기회에, 뭔가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었습니다. 가난한 여인인 마리아는, 나름대로 힘써 모든 돈으로 마련해 두었던 향유가 생각 났습니다.
1 ‘리트라’ 라고 하면, 우리들의 하나치로 330그램 가량 됩니다. 그 향유를 통째로 예수님의 발에 부으며, 자기 머리카락으로 예수님의 발을 문질러 씻어 드렸습니다. 존경의 예우라면 그 이상의 존경이 없고, 사랑의 표현이라면 그 이상의 사랑이 없었을 것입니다.
( 3 ) 어제 봄볕이 따뜻한 오후에 회양목 길을 걷다가,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회양목 꽃 향기가 그토록 향긋한 것을 생전 처음 알았습니다. 천리향, 만리향 향기에 못지 않았습니다.
값비싼 향유를 예수님 발에 부으며 머리카락으로 발을 씻겨 드리는 접대를 받고 계신 예수님께 질투를 느꼈는지, 이스카리옷 유다가 한 마디 능청을 떱니다.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줬으면 얼마나 좋아들 할까? 쯧, 쯧.’
유다 자신은, 지난 삼 년 간 스승이라고 모시고 따라다녔던 예수님을 이윽고 맘속으로 배반하고, 대제사장에게 팔아 넘길 기회만 엿보고 있던 인간 아닙니까? 그의 입으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지요.
그때에 예수님은 제자 유다를 향해서 꾸짖는 말씀 대신, “그러지 마시오. 이 여인이 나의 장례를 준비하도록 두시오.” 라고 향유의 용도를 규명해 주십니다.
( 4 ) 그쯤 됐으면, 누가 예수님을 죽음으로 몰아갈 ‘배신자’인지, 누가 예수님의 마음을 알아드리려는 ‘진정한 예수님의 편’ 인지가 모두 드러났는데, 유다는 뻔뻔스럽게도 자신의 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추진합니다.
저는 지금껏 모양새로는 예수님의 최측근인 직함(‘주교’)을 지니고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예수님의 일을 도와 드리고자 지극정성으로 애쓰는 ‘마리아 다운 이들’을 위해, 마음으로라도 그들의 도우미로 살지 못했습니다.
해외선교사로 나갈 길을 열어달라는 분들에게, 성직과정을 밟게 해 달라는 분들에게, 하나님의 교회의 내일을 위해 뭔가 의견을 개진하는 분들에게, 저는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그런 제가 오늘의 본문을 다시 묵상하며 회개합니다.
<기도> 주 하나님, 하나님의 일에 헌신하고자 길을 모색하는 ‘마리아 다운’ 성도들을 위해, 마음으로 동조하며, 그들의 헌신이 실현될 길을 찾아 드리는 신실한 심부름군으로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