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성 목요일, 사순절 제38일> …………. (신복룡 신구약전서)

{ 복음 } 요한 복음서 13장 3-9, 12-15절 ……… [3]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자신의 손에 내주셨고, 또 자신이 하나님에게서 나왔다가 하나님께 돌아간다는 것을 예수께서 아시고, [4] 식탁에서 일어나시어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들어 허리에 두르셨다.

[5] 그리고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허리에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 시작하셨다. [6] 그렇게 하여 예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자 베드로가 말했다. “주님, 주님께서 제 발을 씻으시렵니까?” [7]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내가 하는 일을 그대가 지금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나중에는 깨닫게 될 것이오.”

[8] 그래도 베드로가 예수께 말씀드렸다. “제 발은 절대로 씻지 못하십니다.” 그러자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그대를 씻어 주지 않으면 그대는 나와 함께 아무런 몫도 나누어 받지 못하오.” [9]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예수께 말씀드렸다. “주님, 제 발뿐만 아니라, 손과 머리도 씻어 주십시오.” …

[12] 예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다음, 겉옷을 입으시고 다시 식탁에 앉아 그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여러분에게 한 일을 깨닫겠소? [13] 여러분이 나를 ‘선생님,’ 또는 ‘주님’ 이라고 부르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옳소. 나는 사실 그러하오. [14] 여러분의 주이며 스승인 내가 여러분의 발을 씻었으면, 여러분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하오. [15] 내가 여러분에게 한 것처럼 여러분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오.”

* * * *

저도 개구장이 시절이 있었습니다. 평양의 동북 방향 30리 길인 이천이라는 농촌에서 자라났습니다. 제가 발이 더러워진 채로, 저녁 상에 앉을 양이면, 제 할머니나 어머니께서 저를 씻어 주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다른 사람의 발을 씻어 드린 일이 전혀 없습니다. 세족례 때나 상징적으로 씻어 보았을까..

중국 단기선교 다닐 때, 깐수성 텐슈이라는 곳의 가정교회 지도자 댁을 방문했을 땐데, 그 지도자 분이 화장실에서 발을 씻으라고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빨리 나오셔야 내가 들어가 발을 씻지요’ 했더니, 자기가 씻어 줘야 한다는 겁니다.

실랑이를 하다가, 그 분이 화장실에서 나온 이후에, 제가 들어가 발을 씻었습니다. 하지만, 그 지도자 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신자들을 알뜰하게 보살피는 분이면, 교회를 얼마나 잘 섬기겠습니까? 참으로 감동이었습니다.

발은 사람의 몸에서 가장 더러움을 잘 타는 곳입니다. 땅을 짚고 다니는 인간이 죽을 때까지 땅 위를 걸어야 하니까요. 밟고 다닌 땅은 자기가 선택해서 다녔습니다. 발이 더러워지면, 그 더러워진 책임은 자기 자신에게 있고, 스스로 발을 씻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지요.

그와같이, 자기가 지은 잘못과 죄도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상식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우리들에게 가르치신 교훈은, 남의 잘못과 죄도 내가 애써 가리워 주고, 정성껏 그들의 허물을 덮어 주며 살기를 바라셨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의 발을 씻는 본을 보이셨던 것입니다.

이것을 마치 연례행사로 불우한 사람 몇을 택해서 사진기자들을 오라 해서 기념사진 찍고 끝날 일로 생각하는데, 그것은 착각입니다. 예수님의 참 뜻은 행사에 있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과오와 죄를 드러낼 것이 아니라 가리워주고, 벌을 받게 하기보다 그 책임을 내가 대신 져 주면서 살기를 바라셨습니다. 이것이 주님께서 십자가를 지신 뜻이요,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정신이었습니다. 오늘, 성 목요일에 하나님의 크신 은혜가 임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기도> 주 하나님, 저희의 구세주이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것처럼 저희도 다른 사람들의 발을 씻어 주고, 다른 사람들의 허물과 죄를 덮어 주며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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