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선택된 바위’, ‘선택된 사제’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공동번역 개정판)

{ 만도 1과 } 베드로 전서 2장 4-10절 ……. [4] 주님께로 가까이 오십시오. 그분은 살아 있는 돌입니다. 사람들에게는 버림을 받았지만 하느님께는 선택을 받은 귀한 돌입니다. [5] 여러분도 신령한 집을 짓는 데 쓰일 산 돌이 되십시오. 그리고 거룩한 사제가 되어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으실 만한 신령한 제사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드리십시오.

[6] 성서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내가 귀중한 돌 하나를 골라 머릿돌로 시온에 두었다. 그를 믿는 사람은 결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7] 그러므로 이 돌이 믿는 여러분에게는 귀한 것입니다. 그러나 믿지 않는 자들에게는 “집 짓는 자들에게 버림을 받았다가 모퉁이의 머릿돌”이 된 돌이며 [8] “그들을 걸려 넘어지게 하는 돌이요 장애물이 된 바위”입니다. 그들이 걸려 넘어진 것은 말씀을 순종하지 않은 탓이며 또한 그것이 그들의 운명이기도 했습니다.

[9] 그러나 여러분은 선택된 민족이고 왕의 사제들이며 거룩한 겨레이고 하느님의 소유가 된 백성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어두운 데서 여러분은 불러내어 그 놀라운 빛 가운데로 인도해 주신 하느님의 놀라운 능력을 널리 찬양해야 합니다. [10] 여러분이 전에는 하느님의 백성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하느님의 백성이며 전에는 하느님의 자비를 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분의 자비를 받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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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예루살렘 성전 외곽을 걸어서 한 바퀴를 도는 데에 한 시간 가량 소요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유투브 자료로 그것을 찍어놓은 것이 있어서 보았습니다.

성전 외곽은 큰 돌들로 쌓아져 있었습니다. 거기 밑창에 깔린 돌 하나가 길이 12미터나 되는 거대하고 기다란 바위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바위를 운반할 수 있었는지 놀라웠습니다.

아마도 오늘의 본문이 그런 돌을 두고 한 말씀으로 보입니다. 건축가들이 알맞은 돌을 골라서 구조물을 석축하는데, 너무 크거나, 쪼개서 쓸 수도 없이 석질이 강한 바위일 경우에는, 아예 한 켠으로 치워 버립니다. 그렇게 버렸던 바윗돌이, 나중에, 육중한 구조물을 받쳐야 할 자리에, 끌어다가 다시 요긴하게 쓰이는 때가 있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한 분을 알고 있습니다. 그 분이 하느님께 해외복음사역에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가족을 대동하고 서둘러 해외로 달려 나갔습니다. 그런데 현지 교회들이 자꾸만 그의 선교활동에 제동을 가하는 것이었습니다. 성직증명서를 제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떠나온 교회로부터 동의를 얻지 못하고 서둘러 떠나 온 것이 흠이 되어 서류를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 진퇴양난이 되어, 선교지를 옮겨, 현지 한국NGO단체로 들어가, 마을 사람들에게만 복음을 전하면서, 공식적인 선교의 기회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기를 20여 년 해 오던 끝에 그 NGO의 책임자가 되었고, 외국인유공자로 그 국가에서 큰 표창도 받았습니다. 이와 동시에 현지에 있는 한인교회들 사이에서도 모범적 성직자로 추앙받게 되었습니다.

그의 소식을 들으면서 저는 오늘의 본문이 말하는, 인간의 선택과 하느님의 선택은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인간의 생각으로는 쓸 모 없다 해도, 하느님께서 오히려 요긴하게 들어 쓰십니다.

( 2 ) 본문 9절에 “여러분은 … 왕의 사제들이며” 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영어로 ‘royal priesthood’ 즉 ‘궁전에서 일하는 사제’라는 뜻이 됩니다. ‘궁전’은 ‘영원한 임금님(하느님)의 집’을 말합니다.

여기서 “여러분”이라고 한 것은 베드로전서의 수신인인, 지중해 연안 모든 나라들에 흩어져 살고 있던 모든 성도들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복음을 믿으면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평신도나 성직자들은 모두, ‘하느님의 집에서 일하는 사제들’ 이라는 말씀입니다.

사제가 하는 일은, 제물(양이나 소)을 잡아서, 하느님의 제단에 올리는 일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드리신 단 한 번의 제사에서 흘리신 피로, 모든 제사가 폐지되었으므로, 이제는 ‘산 제물’로 드리는 ‘헌신의 제사’ 만이 남아 있습니다.

성도들로 하여금 그들의 삶을 통하여 ‘산 제물’의 제사를 드리도록 인도할 책임이 ‘왕다운 사제’들에게 있습니다. 힘써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로 하여금 ‘산 제물’로 헌신하게 인도하는, 즐거운 책임이 우리들에게 있는 것입니다.

<기도> 주 하느님, 저희가 하느님의 집을 짓는 데에 요긴하게 쓰이는 돌이 된 것을 감사드립니다. 또한 하느님의 집의 사제직을 맡겨 주셨사오니 감사드립니다. 이 두 가지 고귀한 직분을 기쁜 마음으로 감당하며 살게 도와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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