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나를 기억하시는 한 ..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새번역)

{ 조도 정과 } 전도서 2장 12-16절 ……. [12] (나는) 무엇이 슬기로운 일이며, 무엇이 얼빠지고 어리석은 일인지 알려고 애를 써 보기도 하였다. [13] “빛이 어둠보다 낫듯이, 슬기로움이 어리석음보다 더 낫다”는 것, [14] “슬기로운 사람은 제 앞을 보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어둠 속에서 헤맨다”는 것, 이런 것은 벌써부터 알고 있다. 지혜있는 사람에게나 어리석은 사람에게나 똑같은 운명이 똑같이 닥친다는것도 알고 있다.

[15] 그래서 나는 스스로 물었다. “어리석은 사람이 겪을 운명을 나도 겪을 터인데, 무엇을 더 바라고, 왜 내가 지혜를 더 얻으려고 애썼는가?” 그리고 나 스스로 대답하였다. “지혜를 얻으려는 일도 헛되다.” [16] 사람이 지혜가 있다고 해서 오래 기억되는 것도 아니다. 지혜가 있다고 해도 어리석은 사람과 함께 사람들의 기억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린다. 슬기로운 사람도 죽고 어리석은 사람도 죽는다.

* ======= *

그저께 주일에 저는, 제가 속했던 교구가 설립 50주년을 맞이해서 연합예배를 드리는 행사가 열려서 다녀왔습니다. 그립던 분들도 오랜만에 반갑게 만났고, 그간에 하늘나라 가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저의 고등학교 11년 선배이며 같은 성직에 있었던 분을 반갑게 만났는데, 애석하게도 그가 저를 누군지 기억하지 못하는 슬픈 일을 당했습니다. 저에게 목회상의 충고도 해 주시던 분이셨습니다.

그분이 고령에 이르러 기억을 상실하게 되면서, 저에 대한 기억도 그의 기억에 더 이상 남아 있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대단히 애통했습니다.

비단 그 선배의 기억에서만 제가 사라지는 것이겠습니까? 어떤 분은 자기를 낳아 주신 부모님이 자식이 누군지를 못알아 보는 분들도 계시고, 심지어 자기의 배우자의 기억 속에도 남아 있지 못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참으로 기억의 상실은 그 무엇보다 비극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세상만사를 다 잊는다 해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우리 죄를 대속하시기 위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기억하기만 하면” 우리가 구원 받을 것을 믿고 있지 않습니까?

성찬례에서 “받아 먹어라.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주는 내 몸이니,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라.” 하셨습니다. 이 기억이 우리에게 있는 한, 우리의 구원은 약속되어 있습니다.

평소 신앙생활을 잘 하시던 어른이 망각증이 심해져서, 그리도 애지중지 하시던 성경책을 내팽개치고, 주일이면 빠짐없이 출석하던 교회의 예배에도, ‘내가 왜 가니? 필요 없다’ 이런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인간의 망각증세가 그토록 심각해져서, 그를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으심 마저 잊어버리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예, 인간이므로 그럴 수 있습니다. 인간은 그렇게 나약한 존재입니다.

저는 믿습니다. 평소 예수님을 의지하고, 하나님의 구원을 사모하던 분의 믿음을, 예수님께서 얼마든지 기억해 주실 것이므로, 비록 그런 심한 망각증세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의 지각이 건강할 때 예수님을 믿었던 사람은 구원 받게 될 것임을, 저는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도서는 이렇게 끝맺음합니다. “젊을 때에 너는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여라. 고생스러운 날들이 오고, 사는 것이 즐겁지 않다고 할 나이가 되기 전에. … 육체가 원래 왔던 흙으로 돌아가고, 숨이 그것을 주신 하나님께로 돌아가기 전에, 네 창조주를 기억하여라.”(전 12:1, 7)

여기서 ‘젊었을 때’라고 하는 것은, ‘사지백체가 강건할 때’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뜻하는 것은 ‘영적 지각이 온전할 때’를 의미한다고 봅니다. 영적 지각이 성할 때에 창조주 하나님을 기억하는 사람은, 하나님께서도 그를 영원히 잊지 않고 ‘기억하여 주실’ 것입니다.

<기도> 주 하나님은 기억하시는 하나님이심을 믿습니다. 비록 저희의 망각증이 저희를 낙심하게 할지언정, 하나님께서 저희를 기억하시는 구원의 하나님이심을 저희가 믿습니다. 저희의 영적 지각이 온전할 때에 주 하나님을 기억하고 예배하며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