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신복룡 신구약전서)
{성시} 시편 79편 1-9, 11절 ……. [1] 하나님, 주님의 물려주신 땅으로 이방 민족이 쳐들어와 주님의 거룩한 성전을 더럽히고 예루살렘을 폐허로 만들었나이다. [2] 주님의 종의 시체를 하늘에 나는 새의 먹이로 주고, 주님께 충실한 무리의 살을 들짐승에게 주었나이다. [3] 그들의 피를 예루살렘 주변에 물 붓듯이 쏟아부었건만 묻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나이다. [4] 저희는 이웃에게 조롱거리가 되고 주위 사람에게 비웃음과 놀림감이 되었나이다. [5] 주님, 언제까지 마냥 진노하시렵니까? 언제까지 주님의 격정을 불처럼 태우시렵니까?
[6] 주님을 알지 못하는 이방 민족과 주님 이름을 받들어 부르지 않는 나라 위에 주님의 분노를 쏟아부으소서. [7] 그들이 야곱을 삼키고 그가 사는 곳을 부수었나이다. [8] 조상의 죄를 저희에게까지 기억하지 마소서. 저희가 이토록 불쌍하게 되었나이다. [9] 주님의 이름의 영광을 위해 저희를 도우소서. 저희 구원의 하나님, 주님 이름을 위해 저희를 구원하시고 저희 잘못을 용서하소서. … [11] 포로의 탄식이 주님께 이르게 하시고, 죽음 앞에 놓인 이들을 주님의 팔로 보호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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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은 구약시대의 예배 회중들이 사용하던 찬송가입니다. 시편 속에는 신앙시(미즈모르), 예전적 노래, 그리고 교훈시(마스킬)와 주옥편(믹담, ‘귀히 간직되어 오는 시집’)이 섞여 있습니다.
오늘 읽는 제79편은 교훈시에 속하며, 역사적 사실을 반추하면서, 이를 노래하는 공동체가 함께 받을 교훈을 마음 속에 새기고 있습니다.
이 시편은 나라가 망하여, 수도 예루살렘이 적군의 손에 함락되고, 시가지 전투에서 동족들이 흘린 피가 온 땅을 적시고, 그들의 시신이 너저분하게 흩어져 짐승들의 먹이가 된 비참한 광경을 회상시키고 있습니다.
자칫 노랫말은 하나님께서 왜 보호해 주시지 않았는가를 탄원하는 쪽으로 가는 듯하지만, 그토록 이방 민족에게 당할 수 밖에 없이 된 원인은, 이스라엘 민족이 신앙적으로 방심했고, 하나님께 변절했던 점을 강조합니다.
말하자면, 세월을 소급하여 회개하는 마음으로, 그런 역사적 비극이 다시 오지 말아야 할 것을 굳게 다짐하고 있습니다.
방금 우리는 6.25전쟁 발발 74주년을 맞이하는 기념일을 지냈습니다. 그 당시 저는 북한 평양에서 여덟 살 어린이로 살았습니다. 그때 학교에서나 거리에서나 울려오는 인민가요들은 남진통일의 꿈을 노래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태백산맥에 눈나린다 총을 메어라 출진이다. … ” “오늘은 북쪽 내일은 남쪽에 건설하자 빛난 사회를 …. ” 이따위 노래들로 하루 종일 거리가 시끄러운데, 남쪽에서는 이것이 전쟁준비인 줄을 몰랐다니, 지금도 저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다니던 이천교회 예배당은 인민군 훈련소 숙소로 차압되었고, 저희 집이 살던 목사관은 훈련소 소장의 관사로 뺏겼습니다.
저는 요즈음 남북한의 동태에 관한 뉴스를 읽으면서, 75년 전 평양에서 느끼던 전쟁 분위기를 다시 느끼게 됩니다.
미국이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을 철수한다는 결의를 한 것 하며, 쓰레기더미를 수 백 자루 씩 싸서, 남한으로 보내는 장난질을 하는 것, 탄도미사일을 여러 발 발사할 계획을 미리 알려 준다든지, 특별히 러시아의 푸틴이 평양을 다녀간 일이라든지, 다른 이들은 어떻게 볼는지 몰라도, 저에게는 예사롭지 않습니다.
평양 시가지 전투에서 죽어간 전사자들의 주검이 지금도 눈앞에 어른거리고, 1954년 서울환도 때에 저는 광화문에 있는 중학교를 다녔는데, 지금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종각 로터리까지, 그리고 제가 살던 을지로 6가에서 영락교회까지 건물이라고는 하나도 볼 수 없는 잿더미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런 비극은 다시 없어야 하는데, 점점 그런 위협을 느끼는 것은 저만의 염려일까요?
제발 이 땅의 그릇된 이념들을 하나님께서 무너뜨려 주시기를 간절히 빕니다. 또 그것들을 옹호하는 국민의 잘못된 역사인식을 하나님께서 바로잡아 주시기를 간절히 빕니다.
<기도> 주 하나님, 이 나라에 다시는 전쟁이 없게 하소서. 동족끼리 서로 죽여, 뭔가를 이루어보려는 시도가 결코 없게 하옵소서. 언론의 자유와 신앙의 자유를 보존하여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