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으로 풍랑을 이기자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새번역)

{복음} 마태복음서 8장 23-27절 ……. [23] 예수께서 배에 오르시니, 제자들이 그를 따라갔다. [24] 그런데 바다에 큰 풍랑이 일어나서, 배가 물결에 막 뒤덮일 위험에 빠지게 되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주무시고 계셨다. [25] 제자들이 다가가서 예수를 깨우고서 말하였다. “주님, 살려 주십시오. 우리가 죽게 되었습니다.” [26] 예수께서 그들에게 “왜들 무서워하느냐? 믿음이 적은 사람들아!” 하고 말씀하시고 나서, 일어나 바람과 바다를 꾸짖으시니, 바다가 아주 잔잔해졌다. [27] 사람들은 놀라서 말하였다. “이분이 누구이기에, 바람과 바다까지도 그에게 복종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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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부산까지 밤새 항해하는 배를 탄 적이 있었습니다. 초가을이었는데, 아마도 태풍이 다가오고 있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제주항을 떠나 얼마쯤 가다가 배가 뒤척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배를 자주 타고 다니는 상인들은 태연히 잠을 자고 있었지만, 저는 도저히 안심하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점점 풍랑은 거세져서, 배가 솟았다가는 저 지옥 밑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널따란 객실 칸에는 벌써 사람들이 이리 저리 뒹굴고 있었습니다.

저도 남들처럼 너무나 멀미가 나서,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더 무서웠던 것은, 이러다 배가 뒤집히지 않을까 하는 염려였습니다. 배가 뒤집히는 날에는 꼼짝 없이 물에 잠겨 죽을 것 같았습니다.

밤새 똑같은 너울질을 부산항구에 들어설 때까지 계속했으니, 사람 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 이래로 다시는 배를 타지 않겠다고 마음 먹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본문 말씀에서, 풍랑을 무서워하는 것은 믿음이 없기 때문이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저는 평소에 무서움을 많이 탑니다. 믿음이 부족해서입니다.

더구나 인생풍파에 있어서는 남달리 걱정이 많습니다. 가령, 사회가 불안하다거나, 나라걱정 같은 것에 대해서는 아주 심할 정도로 걱정을 합니다.

근년에 저는 나라걱정에 저의 마음이 한 곬으로 몰려 있습니다. 하지만 젊은 시절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나가서 함께 시위를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가족과 기도할 때에, 저는 한껏 하나님께 저의 나라걱정을 아뢰고 있습니다.

이 아침에도 하나님께서 저를 향해 “왜 무서워하느냐? 믿음이 적은 사람아?” 하고 꾸짖으십니다. 그러나 저는 이 외침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배가 금방이라도 기울어, 가라앉을 것 같은 느낌 때문입니다.

<기도> 주 하나님, 하나님께서도 대한민국 배를 타고 계신 줄 믿습니다. 저의 걱정이 한갓 필요없는 것임을 믿겠습니다. 이 배에 타고 있는, 한 공동체 속에서 저희가 서로 미워하지 않고, 귀히 여기며 살게 하여 주시옵소서. 오직 주 하나님 만이 저희의 소망이요 구원이십니다. 저희의 모든 것을 아시는 주님께서, 이 걱정이 쓸데없는 걱정인 것임을 드러내 보여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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