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사람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새번역)

{ 만도 2과 } 마태복음서 26장 17-25절 …… [17] 무교절 첫째 날에 제자들이 예수께 다가와서 말하였다. “우리가, 선생님께서 유월절 음식을 잡수시게 준비하려고 하는데, 어디에다 하기를 바라십니까?” [18]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성 안으로 아무를 찾아가서,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내 때가 가까워졌으니, 내가 그대의 집에서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을 지키겠다고 하십니다.’ 하고 그에게 말하여라.” [19] 그래서 제자들은, 예수께서 그들에게 분부하신 대로 하여, 유월절을 준비하였다.

[20] 저녁 때가 되어서, 예수께서는 열두 제자와 함께 식탁에 앉아 계셨다. [21] 그들이 먹고 있을 때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넘겨줄 것이다.” [22] 그들은 몹시 걱정이 되어, 저마다 “주님, 나는 아니지요?” 하고 말하기 시작하였다. [23]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나와 함께 이 대접에 손을 담근 사람이, 나를 넘겨줄 것이다. [24] 인자는 자기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대로 떠나가지만, 인자를 넘겨주는 그 사람은 화가 있다.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기에게 좋았을 것이다.” [25] 예수를 넘겨 줄 사람인 유다가 말하기를 “선생님, 나는 아니지요?” 하니, 예수께서 그에게 “네가 말하였다” 하고 대답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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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중학교 때에 교장선생님이 늘 교훈하던 말씀이 ‘그 자리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어라’ 했습니다. 그때는 그 말씀이 좀 쩨쩨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좀 더 웅지를 품도록 교훈하셔야지, 부정적 표현이 더블로 들어 있는 말씀이어서 못마땅해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후로 65년 살아오는 동안에 스승께서 얼마나 중요한 교훈을 하셨는가를 깨달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사실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시고, 유월절 잔치를 제자들이 영원히 잊지 않도록 의미있게 지내시기를 바라셨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이 어떻게 준비할까고 여쭙기 이전에, 이미 성 안에 부탁해 둔 사람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누군가의 집이었습니다. 대부분 추정하기는, 청년 마가와 그의 어머니 마리아에게 부탁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후일에 마가가 마가복음서를 다른 복음서보다 먼저 기록하면서도 이 일의 전말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그토록 중요한 모임을 주선했던 주인공이 자기였다고 뽐내지 않으려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마가의 어머니 마리아가 유월절 음식을 장만하느라고 수고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리아의 이름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수난 당하시기 전 마지막으로 잡수신 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예수님께로부터 ‘차라리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사람’이라는 최악의 타이틀을 얻게 된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룟 유다이지요. 그의 흉계가 예수님께 발각되었으면 이실직고 하고 돌이켜 회개를 하는 것이 옳지 않았겠습니까?

예수님께서 “너희 중의 하나가 나를 팔리라” 고 말씀하실 때에 뻔뻔스럽게도 그는 “선생님, 나는 아니지요?” 라고 묻습니다. 그 때에 예수님께서 “네가 말하였다” 라고 하신 것은 희랍어 어법으로 “네가 알면서 그러느냐?” 라는 뜻입니다.

또 다른 열한 제자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유감을 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기가, 스승을 팔 사람이 아니면 그저 가만히 앉아 있으면 됐지, 왜 “주님, 저는 아니지요?” 라고, 마음 아파하시는 예수님께 질문이라고 한단 말입니까? 참 어처구니 없습니다.

그 자리에 세 부류의 인간이 있었습니다. 주님의 마지막 유월절 음식으로 성만찬을 탄생시키시는 데에 조력한 이들이 있었고, 주님을 팔 결심을 굳히던 가룟 유다가 있었고, 또 멍청하게도 자기 발뺌만 하고 있었던 제자들이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이 세 부류 중에 누구였을까를 두려운 마음으로 자문합니다.

<기도> 주 그리스도 예수님, 저희가 어느 자리에서든 주님의 구원 역사의 동조자며 증거자로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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