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0주일, 본문 묵상> ………….. (공동번역 개정판)
{ 구약 } 잠언 9장 1-6절 …. [1] 지혜가 일곱 기둥을 세워 제 집을 짓고 [2] 소를 잡고 술을 따라 손수 잔치를 베푼다. [3] 시녀들을 내보내어 마을 언덕에서 외치게 한다. [4] “어리석은 이여, 이리 들어오시오.” 그리고 속없는 사람을 이렇게 초대한다. [5] “와서 내가 차린 음식을 먹고 내가 빚은 술을 받아 마시지 않겠소? [6] 복되게 살려거든 철없는 짓을 버리고 슬기로운 길에 나서보시오.
* = * 잠언은 유대인들이 이름 붙인 ‘지혜문학’의 대표적인 책입니다. ‘지혜’는 언어로 보면 ‘슬기’를 뜻합니다. 그러나 유대인에게 있어서 ‘지혜’는 ‘영적 깨달음’을 의미합니다.
잠언 8장에서 ‘지혜’의 내력을 설명하기를, “야훼께서 만물을 지으시려던 한처음에 모든 것에 앞서 나(지혜)를 지으셨다”(잠 8:22)고 했고, “물이 바닷가를 넘지 못하게 경계를 그으시고 땅의 터전을 잡으실 때, 나는 붙어 다니며 조수 노릇을 했다”(잠 8:29-30)고 했습니다.
즉, 창세기 1장 2절에서 보는 “땅은 아직 모양을 갖추지 않고 아무것도 생기지 않았는데, 어둠이 깊은 물 위에 뒤덮여 있었고 그 물 위에 하느님의 기운이 휘돌고 있었다”고 한 것을 보면, 잠언 8장이 말하는 ‘지혜’와 ‘하느님의 기운(루아흐, 성령)’은 동일한 것입니다.
오늘의 잠언 9장의 본문은, 사람들을 ‘지혜’ 곧 ‘하느님의 기운(성령)’을 베푸시는 잔치로 안내하는 초대장입니다. 풍성히 하느님의 성령 안에 잠기라는 초대 말씀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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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신 } 에페소서 5장 15-20절 …. [15] 그러므로 여러분은 어떻게처신해야 할지 깊이 생각해서 미련한 자처럼 살지 말고 지혜롭게 사십시오. [16] 이 시대는 악합니다. 그러니 여러분에게 주어진 기회를 잘 살리십시오. [17] 여러분은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주님의 뜻이무엇인지를 잘 아는 사람이 되십시오. [18] 술 취하지 마십시오. 방탕한 생활이 거기에서 옵니다. 여러분은 성령을 가득히 받아야 합니다. [19] 성시와 찬송가와 영가를 모두 같이 부르십시오. 그리고 진정한마음으로 노래불러 주님을 찬양하십시오. [20] 또 모든 일에 언제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 드리십시오.
* = * 모든 술병 표면에 붙어 있는 종이에는, 술에 담긴 ‘proof spirit’ 즉 알콜 농도가 적혀 있습니다. 그 술을 마시면 알콜이 몸에 얼마나 들어가게 되는가를 알려주는 정보입니다.
사도 바울께서는 ‘spirit’(주정)을 마시며 방탕하지 말고, ‘거룩한 영(Holy Spirit)’을 가득히 받도록 하라고 우리에게 권유합니다.(엡 5:18) 그리고 영혼을 좀먹는 노래를 부르지 말고, 영혼에 활력을 주는 영가와 성시와 찬송가를 부르며 하느님께 감사하라고 했습니다.(엡 5: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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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음 } 요한복음서 6장 53-56절 …. [53] 예수께서는 다시 이렇게 말씀하셨다. “정말 잘 들어두어라. 만일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과피를 먹고 마시지 않으면 너희 안에 생명을 간직하지 못할 것이다.[54] 그러나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며 내가 마지막 날에 그를 살릴 것이다. [55] 내 살은 참된 양식이며 내 피는 참된 음료이기 때문이다. [56]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
* = * 이제 입추도 지나고 가을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무더위 속에서 자칫 흐트러졌던 우리들의 몸을 가다듬어 건강을 추스리듯, 우리들의 영혼의 삶도 바로잡는 계절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영혼에 자양을 주는 것이 무엇일까요? 오늘의 구약 본문과 서신의 말씀은 성령께서 우리 안에 가득히 임하여 계신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하였습니다. 또한 복음 본문에서는, 우리들이 성찬에서 영하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우리를 영생으로 인도한다고 하였습니다.
2천 년 전에만 ‘시대가 악한 것’(엡 5:16)이 아닙니다. 오늘날은 더욱 악한 시대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항상 묵상하며, 성령께서 우리 안에 머무시어, 성찬 때마다 다짐한 ‘내가 주님 안에, 주님이 내 안에 사시는 삶’을 살기를 기원합니다.
<기도> 영원하신 하느님,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자신을 살아있는 빵으로 저희에게 주셨나이다. 비오니, 저희로 하여금성체를 나눌 때마다 주님이 함께 하심을 확인하며, 부활과 영생의 소망을 얻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