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적인 사람은 분파를 좋아한다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공동번역성서 개정판)

{ 서신 } 고린토 I서 3장 4-9절 …… [4] 여러분이 세속적인 인간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나는 바울로파다.” 하거나 “나는 아폴로파다.” 하거나 할 수 있겠습니까? [5] 도대체 아폴로는 무엇이고 바울로는 무엇입니까? 아폴로나 나나 다 같이 여러분을 믿음으로 인도한 일꾼에 불과하며 주님께서 우리에게 각각 맡겨주신 일을 했을 따름입니다. [6] 나는 씨를 심었고 아폴로는 물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자라게 하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7] 심는 사람이나 물을 주는 사람은 중요할 것이 없고 자라게 하시는 하느님만이 중요하십니다. [8] 심는 사람과 물주는 사람은 동등한 사람이고 각기 수고한 만큼 삯을 받을 따름입니다. [9] 우리는 하느님을 위해서 함께 일하는 일꾼들이고 여러분은 하느님의 밭이며 하느님의 건물입니다.

{ 복음 } 루가 복음서 4장 42-44절 …. [42] 날이 밝자 예수께서는 한적한 곳으로 가셨다. 그런데 사람들이 예수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예수를 만나자 자기들을 떠나지 말아달라고 붙들었다. [43] 그러나 예수께서는 “나는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이 일을 하도록 나를 보내셨다.” 하고 말씀하셨다. [44] 그 뒤 예수께서는 유다의 여러 회당을 다니시며 복음을 전하셨다.

* == — == *

기독교 교인들을 현상적으로만 바라보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여러 해 전에 별세했습니다. 마지막까지 기독교인이 되기를 거부했습니다. 기독교인이 되려는 현상은, 세상 살기가 고독한 나머지, 어디라도 소속하고 있으면 외로움이 덜할 것 같은 생각에서 사람들이 교회를 찾는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자기 자신도 고독을 느끼면서 세상을 살기는 하지만, 그래도 교회에 가서 고독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아마도 더 크게 고독을 느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일변 그의 말에 일리가 있을는지도 모릅니다. 기독교 교파가 한국에만도 몇 백이나 되고, 같은 교단의 교회도 목회자의 성향에 따라서 각 가지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께서 고린토 교회를 향해서 자신있게 ‘당신들은 하늘 아버지를 섬긴다면서도, 아직 세속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직설로 꾸중했습니다. 파벌을 조성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울로파, 아폴로파, 베드로파, 혹시 그리스도파까지 있었을는지 모릅니다.(고전 3:22-23)

제가 속한 교단은, 한때 교단의 세계적인 중역들이 모여서 교회일치를 위해서 의논하기를, 지역교회들이 통합할 때에, 어떤 통합된 교회간판을 걸어야 할 텐데, 그때에는 저희 교단의 이름을 얼마든지 사양해도 좋겠다고 결의했습니다.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저희 교단(한국)의 단점은 정치적 성격이 너무나 소문나서, 사람들이 그 정치적 성향 때문에 많이 저희를 지탄합니다. 하지만 교단 전체가 결의해서 어떤 성향을 띄어야 한다고 결의한 일은 없었습니다. 다만 그런 분들이 비교적 드세게 활동한 것이 교단의 성격을 인상지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명감을 가지고 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아직 저를 복음 전하지 말라고 말리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 일을 장로교회에 가서 일을 했건, 감리교에 가서 일을 했건, 천주교에 가서 일을 했건, 우리는 모두 하느님께로부터 사명을 받기 때문입니다.

하늘나라에 가면, 출신교단 별로 모여 보라거나 줄을 서 보라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찬송도 어떤 사람만 아는 찬송을 부르자고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다 함께 “할렐루야”를 부를 것이고, “나같은 죄인 살리신”을 부를 것이고, 교단의 벽, 언어의 벽, 출신국가의 벽도 모두 사라지고 없을 것입니다.

<기도> 주 하느님, 선교의 열정에 못지않게 교회일치의 열심도 주시옵소서. 나뉘었던 제단을 하나로 합하게 도와 주시고,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나누어 놓았던 큰 죄를 면케 하옵소서. 그리하여 하나 뿐인 하늘나라, 한 분 뿐인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이 땅에서 진정 격의 없이 하나의 교회를 이루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