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을 애써 미루시는 하느님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공동번역성서 개정판)

{ 조도 성시 } 시편 31편 11-16절 … [11] 나는 원수들의 모욕거리, 이웃들의 혐오거리, 벗들의 구역질감, 거리에서 만나는 이마다 피해 갑니다. [12] 죽은 사람처럼 기억에서 사라지고 쓰레기처럼 버려졌사옵니다. [13] 사람들의 비방 소리 들려오며 협박은 사방에서 미쳐 옵니다. 그들은 나를 노려 무리짓고 이 목숨 없애려고 음모합니다. [14] 야훼여, 나는 당신만을 믿사옵니다. 당신만이 내 하느님이시라 고백하며 [15] 나의 앞날을 당신의 손에 맡기오니, 악을 쓰는 원수들의 손에서 이 몸을 건져주소서. [16] 나는 당신의 종이오니 웃는 얼굴을 보여주소서. 한결같은 사랑으로 이 몸을 구하소서.

{ 조도 정과 } 욥기 19장 25-27절 … [25] 나는 믿는다, 나의 변호인이 살아 있음을! 나의 후견인이 마침내 땅 위에 나타나리라. [26] 나의 살갗이 뭉그러져 이 살이 질크러진 후에라도 [27] 나는 하느님을 뵙고야 말리라. 내 쪽으로 돌아서신 그를 뵙고야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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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열흘이 지나면 추석인데도, 아직 여름이 지났다고 말하기가 두렵습니다. 언제 다시 열대야가 찾아와 우리를 괴롭힐는지, 언제 태풍이 우리나라를 엄습할는지, 걱정을 놓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기후가 점차 온난화된다고 말합니다. 기후가 이토록 변한 것은 인류의 탄소배출량이 과도하기 때문이라고 과학자들이 말합니다.

이젠 환경문제에 신경을 써 봐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세계를 움직이는 대표적인 나라들도 환경문제는 포기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종말을 맞이할 각오인 듯 보입니다.

( 2 ) 한참동안 그쳤던 전쟁이 지금 한창입니다. 우크라이나를 먼저 침공한 푸틴이 전세가 기울어지니까 핵전쟁으로 확전하겠다며 세계를 위협합니다. 이스라엘과 몇몇 아랍 국가들 간의 전쟁이 제3차세계대전을 몰고 올 가능성이 보이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그럴 리 없다고 합니다.

인류사에 늘 있던 전쟁이니까, 또 그렇게 지나가겠지 하지만, 실상 불똥이 인간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리 저리 튀다 보면, 인류의 파멸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시작하신 인류사를 인간이 멈춰버릴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느님께서는 종말의 날을 서두르시지 않고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종말의 날을 재촉하는 편은 인간쪽이고, 하느님께서는 이를 미루시려고 애쓰고 계십니다.

노아의 홍수로 한 때 인류를 땅 위에서 정리하신 하느님께서, 지구의 비극적 최후를 보고 싶어하지 않으십니다. 그런데 지금 형세를 보면, 인류가 시체더미, 잿더미로 지구를 반납하려고 기를 씁니다.

( 3 ) 욥은 의로운 사람이었지만,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마음 속에는 끈질긴 신앙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구원의 하느님께서 끝끝내 저버리시지 않을 것이라는 신앙이었습니다.

그는 기도하기를 “나는 믿는다. 나를 대속하실 분이 살아계심을! 나의 후견인이 마침내 땅 위에 나타나리라!”(욥 19:25) 합니다.

저는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음악이 종장에 가까와 지면서 애절한 알토 솔로에 감격합니다. “I know that my redeemer liveth.”(‘나는 나를 대속하실 주께서 살아계심을 믿노라’) 라는 욥의 신앙고백이 선포될 때면 눈물없이 들을 수 없습니다.

비록 우리가 이 아름다운 지구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우리 자신도 시체더미 속에 뒤섞인 채로 마감된다 해도, 우리를 돌보시는 하느님께서 이 비극의 현장을 찾아오실 것이고, 우리를 죽음의 계곡에서 건져 내시어 영원하고 영광스러운 나라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기도> 주 하느님, 저희에게 맡기신 지구를 이렇게 소망없는 세상으로 만든 것을 용서하소서. 비록 인류가 하느님께 못된 짓을 해서 하느님의 꽃동산을 죽음의 골짜기로 만들어 놓고 끝낼지라도, 주 하느님께서 저희를 구원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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