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서 출발하여 십자가로

<십자가 기념일, 말씀 묵상> …………. (공동번역성서 개정판)

{ 구약 } 민수기 21장 4하-9절 . . . [4] … 길을 가는 동안 백성들은 참지 못하고 [5] 하느님과 모세에게 대들었다.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데려내왔습니까? 이 광야에서 죽일 작정입니까? 먹을 것도 없고 마실 물도 없습니다. 이 거친 음식은 이제 진저리가 납니다.” [6] 그러자 야훼께서는 백성에게 불뱀을 보내셨다. 불뱀이 많은 이스라엘 백성을 물어 죽이자, [7] 백성들은 마침내 모세에게 와서 간청하였다. “우리가 야훼와 당신께 대든 것은 잘못이었습니다. 뱀이 물러가게 야훼께 기도해 주십시오.” 모세가 백성을 위하여 기도를 드리자, [8] 야훼께서 모세에게 대답하셨다. “너는 불뱀을 만들어 기둥에 달아놓고 뱀에게 물린 사람마다 그것을 쳐다보게 하여라. 그리하면 죽지 아니하리라.” [9] 모세는 구리로 뱀을 만들어 기둥에 달아놓았다. 뱀에게 물렸어도 그 구리 뱀을 쳐다본 사람은 죽지 않았다.

{ 복음 } 요한 복음서 3장 13-15절 … [13]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의 아들 외에는 아무도 하늘에 올라간 일이 없다. [14] 구리뱀이 광야에서 모세의 손에 높이 들렸던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높이 들려야 한다. [15] 그것은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려는 것이다.

* = * 위의 민수기 본문에 보면, 두 가지 뱀이 등장합니다. 하나는 불뱀이요 또 하나는 구리로 만든 뱀입니다.

불뱀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를 벗어나와 가나안으로 향하면서 광야를 지날 때에, 하느님과 지도자 모세를 향하여 불만 불평을 토할 때에 만났던 독사 떼였습니다. 그들을 벌하기 위해 하느님께서 보낸 것이었다고 했습니다.(민 21:6) 책벌하는 채찍으로 보내셨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구리뱀은 독사의 독을 제거하는 치유의 뱀이었고, 생명을 주는 뱀이었습니다. 모세가 하느님의 명을 받아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서 구리뱀을 높이 쳐들었을 때, 이것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이 용서와 생명을 얻었습니다.

구리뱀은, 하느님께서 정하신 때에, 십자가에 높이 달리시어, 만민에게 사죄와 영생을 얻게 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미리 보여 주신 ‘예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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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신 } 필립비 2장 6-11절 …. [6] 그리스도 예수는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셨지만 굳이 하느님과 동등한 존재가 되려 하지 않으시고 [7] 오히려 당신의 것을 다 내어놓고 종의 신분을 취하여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 [8] 당신 자신을 낮추셔서 죽기까지, 아니,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9]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셨습니다. [10] 그래서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모든 것이 예수의 이름을 받들어 무릎을 꿇고 [11] 모두가 입을 모아 예수 그리스도가 주님이시라 찬미하며 하느님 아버지를 찬양하게 되었습니다.

* = * 주후 310년 경, 콘스탄틴 대제가 로마제국의 통치권을 얻느냐 못얻느냐를 정할 결전을 막센티우스와 벌이고 있을 때에, 그는 하느님께 간곡히 기도하면서 가호하심을 빌었습니다. 그때에 하늘에 십자가의 형상이 보이면서, “이 형상으로 그대는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의 약속을 듣게 되었습니다.

콘스탄틴은 대승을 거두었고, 그가 황제의 자리에 올라 십자가를 로마의 상징으로 삼았고 모든 군인들의 방패에 십자가를 새기게 했습니다. 그의 어머니 헬레나는 성지 순례에서 십자가를 찾아냈고, 나중에(주후 629년 경) 콘스탄틴 황제와 모든 대신들이 갈보리 언덕에 가서 황제의 의상을 벗고 십자가 앞에서 충성의 예를 올렸습니다.

그 후로부터 세계교회는 매해 이 날에, 세상에서 가장 흉하고, 초라하며, 치욕스런 십자가의 형상이, 이 세상의 모든 권세 위에 있음을 칭송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영원한 통치를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기도> 주 하느님,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나타내신 갈보리 언덕 위의 십자가가 저희 존재의 출발점이요, 구원과 영생의 관문인 것을 깨닫게 하시니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이 십자가를 공경하며, 십자가 정신으로 저희의 삶을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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