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5주일. 주일본문 묵상> ………….. (공동번역 개정판)
{ 구약 } 잠언 31장 10-13, 20-23, 28-30절 …. [10] 누가 어진 아내를 얻을까? 그 값은 진주보다 더하다. [11] 남편은 넉넉히 벌어들이는 아내를 믿고 마음이 든든하다. [12] 백 년을 한결같이 속 썩이지 않고 잘해 준다. [13] 양털과 모시를 구해다가 손을 놀리니 즐겁기만 하구나. … [20] 불쌍한 사람에게 팔을 벌리고 가난한 사람에게 손을 뻗친다. [21] 온 식구를 두둑히 입혀서 눈이 와도 걱정이 없다. [22] 손수 이부자리를 만들고 모시와 붉은 털로 옷을 짜 입는다. [23] 남편은 지방 어른들과 함께 성문에 앉아 존경을 받는다. … [28] 그래서 … 남편도 칭찬하기를, [29] “살림 잘하는 여자가 많아도 당신 같은 사람은 없소.” 한다. [30] 아름다운 용모는 잠깐 있다 스러지지만 야훼를 경외하는 여인은 칭찬을 듣는다.
* = * 여인들이 ‘잠언 31장’처럼 가사일을 전담하던 것은 유다 만이 아니고 고래로 우리나라도 세계 모든 나라들도 똑같았습니다. 더구나 지체가 다소 높은 집안일수록 여성이 집안일을 전담하고, 남자들은 본문 23절에서 보듯이 “지방 어른들과 함께 성문에 앉아” 수염을 쓰다듬는 것이 일이었습니다.
이 본문을, 저와 모든 남성들이, ‘여성’이 아니고 ‘남성’으로 읽어보면 어떻겠습니까? 가령 10절 서두에 ‘누가 어진 아내를 얻을까’가 아니라, ‘누가 어진 남편을 얻을까’로 읽어 보자는 말씀입니다.
잠언 31장은, 여성들을 향해 이런 ‘현숙한 여인’ 이 되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집안일을 전담하는 여성들의 노고를 우리 남성들이 알아주고, 그들의 어려운 몫을 함께 져야 한다는 목적의 본문으로 읽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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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신 } 야고보서 3장 16-18절, 4장 6절 … [3:16] 시기심과 이기적인 야심이 있는 곳에는 분란과 온갖 더러운 행실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17] 그러나 위에서 내려오는 지혜는 첫째 순결하고 다음은 평화롭고 점잖고 고분고분하고 자비와 착한 행실로 가득 차 있으며 편견과 위선이 없습니다. [18] 평화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은 평화를 심어서 정의의 열매를 거두어들입니다. … [4:6] 그러나 하느님의 은총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성서에도 “하느님께서는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사람에게 은총을 주신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 = *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 각자는 서로 인식하기를 ‘경쟁적 관계’로 본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을 디디고 올라서지 않으면, 내가 저 사람의 밑에 꿇을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인 것입니다. 그래서 서로를 경쟁자로 여깁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 삭막한 세상 대신에 ‘하느님의 나라’의 꿈을 보여 주십니다. 서로가 서로를 자비와 착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평화와 정의를 추구하며, 겸손히 섬기는 사람으로 사는 ‘하느님 나라’의 이상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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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음 } 마르코 복음서 9장 33-37절 …. [33] 그들은 가파르나움에 이르렀다. 예수께서는 집에 들어가시자 제자들에게 “길에서 무슨 일로 다투었느냐?” 하고 물으셨다. [34] 제자들은 길에서 누가 제일 높은 사람이냐 하는 문제로 서로 다투었기 때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였다. [35] 예수께서는 자리에 앉아 열두 제자를 곁으로 부르셨다. 그리고 “첫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꼴지가 되어 모든 사람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고 말씀하신 다음 [36] 어린이 하나를 데려다가 그들 앞에 세우시고 그를 안으시며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37]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이 하나를 받아들이면 곧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고, 또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만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곧 나를 보내신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 = * 어린이들이라고 해서 경쟁심이나 교만한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어른들에 비해서는 정도가 약하고, 쉽게 서로에게 친구가 됩니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어른들은 남의 존경을 얻어 보려는 욕심에 사로잡혀 삽니다.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부를 늘려, 또는 지위, 나이, 경력, 물리적 힘, 권력, 학벌, 문벌 등을 내세우려고 애씁니다. 그러나 이것들은 다 허망한 일들입니다. 그런 것들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존경을 받을 만한 내용이 된단 말입니까?
진정 존경을 받을 만한 사람은, 남을 섬기는 사람이라고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기도> 주 하느님, 진정 저희가 대접 받기를 바라지 말고, 예수님의 본을 따라 이웃의 발을 씻어 주며, 섬기며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