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공동번역 개정판)
{ 구약 } 욥기 42장 1-3, 6절 … [1] 욥이 야훼께 대답하였다. [2] “알았습니다. 당신께서는 못하실 일이 없으십니다. 계획하신 일은 무엇이든지 이루십니다. [3] 부질없는 말로 당신의 뜻을 가린 자, 그것은 바로 저였습니다. 이 머리로는 헤아릴 수 없는 신비한 일들을 영문도 모르면서 지껄였습니다. … [6] 그리하여 제 말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티끌과 잿더미에 앉아 뉘우칩니다.”
* = * 열대야가 징그럽게도 오래 지속되더니, 10월에 들어서는 천기도 어쩔 수 없었는지, 갑자기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 반갑기 그지없던 지난 10월 3일 개천절 날, 제 대학 동기생인 64년 된 친구가, 일생 쓴 열네 권의 시집을 한데 묶어 시전집을 냈다고 출간 축하 모임을 열었습니다.
미리 책을 돌렸기 때문에, 그의 시집을 일별한 이들이 한데 앉아서 그의 작품을 찬하하며 몇시간을 함께 정을 나누었습니다. 저에게는 모임 서두에 감사기도를 해 줄 것을 부탁해서, 저는 그의 시에서 하나를 골라 기도 앞에 읽었습니다.
“하나님은 평생 높은 곳에는 올라가신 적이 없다 딱 한 번 십자가 위에”
스물일곱 자, ‘한 행 시’ 였습니다. 기독교 신론을 이렇듯 나름의 논리로 정리한 저의 친구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모임이 계속되면서 거기 모였던 시인, 시조작가, 문학평론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제 친구의 수많은 시 작품 가운데 돌출한 시라며 바로 이 시를 추켜세우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불교신자로서 시인인 한 사람은 이 시 때문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며, 개종 의향까지 생각하게 된 것을 토로했습니다.
후일에 두고두고 이 시의 안내를 받아, 하느님의 마음을 깨닫고, 하느님께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있기를 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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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음 } 루가 복음서 10장 17-20절 …. [17] 일흔두 제자가 기쁨에 넘쳐 돌아와 “주님, 저희가 주님의 이름으로 마귀들까지도 복종시켰습니다.” 하고 아뢰었다. [18] 예수께서 “나는 사탄이 하늘에서 번갯불처럼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19] 내가 너희에게 뱀이나 전갈을 짓밟는 능력과 원수의 모든 힘을 꺾는 권세를 주었으니 이 세상에서 너희를 해칠 자는 하나도 없다. [20] 그러나 악령들이 복종한다고 기뻐하기보다는 너희의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하고 말씀하셨다.
* = * 예수님의 일흔두 제자들을 ‘둘씩 짝지어’(룩 10:1) 여러 마을과 고장으로 복음을 전하라고 보냈습니다. 그들이 흩어져서 배정된 마을로 가서 사람들에게서 온갖 귀신을 몰아내고, 하느님의 통치(나라) 아래 살아가도록 선포하다가 돌아왔습니다.
제자들은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예수님께 간증했습니다. 특별히 그들이 보고했던 것은 귀신이 떠나간 일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굳세게 버티고서, 사람들의 심령 속에 웅크리고 앉아 영구한 자기 집으로 삼으려던 마귀들이 ‘나사렛 예수의 이름으로’ 떠나가는 것을 각자가 경험했기 때문에, 여간 기쁜 ‘보고 거리’가 아니었습니다.
가만히 듣고만 계시던 예수님께서 낮은 음성으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악령들이 복종했다고 기뻐하기보다는 너희의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본문 20절) 하셨습니다.
제자들이 ‘나사렛 예수의 이름’으로 악령이 물러갈 것을 명할 때에, 어쩔 줄을 모르고 악령들이 떠나갔던 것을 기뻐함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것은 제자들의 권위로 된 일이 아니라, 나사렛 예수 이름의 권위로 된 일이기 때문에 제자들의 자랑거리는 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진정 제자들이 기뻐할 것은, ‘나사렛 예수의 이름으로’ 마귀의 지배를 부분적으로나마 이 사람 저 사람의 영혼에서 쫓아냈다는 보고서 정리를 하고 있는 하늘의 천사들이, 그 보고서의 중심에 이것이 ‘김아무’ ‘이아무’ ‘박아무’가 이룬 일이라고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기뻐하라 하셨습니다.
아마도 그 보고서의 몇 페이지는 사도 바울의 이름이 계속되었을 것입니다. 또 최근의 여러 페이지는 한국 선교사들의 이름이 계속되고 있을 것입니다.
빌기는, 몇 줄은 저와 여러 성도들의 이름이 보이기를 기도합니다.
<기도> 주 하느님, 하늘나라 생명책에 저와 저의 친근했던 성도들의 이름을 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