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공동번역 개정판)
{ 복음 } 루가복음서 13장 6-9절 …. [6] 예수께서 그들에게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포도원에 무화과나무 한 그루를 심어놓았다. 그 나무에 열매가 열렸나 하고 가보았지만 열매가 하나도 없었다. [7] 그래서 포도원지기에게 ‘내가 이 무화과나무에서 열매를 따볼까 하고 벌써 삼 년째나 여기 왔으나 열매가 달린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아예 잘라버려라. 쓸데없이 땅만 썩일 필요가 어디 있겠느냐?’ 하였다. 그러자 [8] 포도원지기는 ‘주인님, 이 나무를 금년 한 해만 더 그냥 두십시오. 그 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고 거름을 주겠습니다. [9] 그렇게 하면 다음 철에 열매를 맺을지도 모릅니다. 만일 그 때 가서도 열매를 맺지 못하면 베어버리십시오.’ 하고 대답하였다.”
* = * 많은 교회들이 11월에 결산을 합니다. 그런 후, 12월 초 대림절을 맞으면서 새로운 회계년도를 시작합니다. 그래서 교회는 10월 말인 이 즈음부터 교회살림의 1년 결산을 시작하고, 다음 해의 예산을 편성하는 작업을 착수합니다.
보통 결산과 예산은 재정상황에 대한 보고서와 예산의 숫자들을 나열하는 것으로 머리에 떠올립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교회의 본무인 선교와 구제와 교육에 얼마나 진척이 있었던가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세 분야에서 지난 한 해를 돌아보는 작업부터 결산합니다.
선교, 구제, 교육 세 분야에서 별 진척이 없었다면, 본문이 말하는 ‘열매를 딸 것이 없는 무화과나무’로 평가되지 않을까요? ‘여러 해 기다려 보았으나, 열매를 볼 수가 없으니, 그만 베어버리자.’는 주님의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되겠습니다.
‘선교도 이만큼 했고, 봉사도 이만큼 했고, 교육도 이만큼 했다’고 자부하고 싶은 교회라 할지라도, 주님 앞에서는 ‘무익한 종이었습니다.’라고 겸손하게 보고를 드리는 것이 옳겠습니다.
그러므로 ‘한 해를 더 지켜 보아 주십시오. 다음 해에는 성의를 다해 보렵니다.’ 이런 정신으로 결산을 하고 예산을 세우면 은혜가 되지 않겠습니까?
{ 성시 } 시편 122편 6-9절 …. [6] 예루살렘을 위하여 평화의 소리 외쳐라. “네 집안에 평화!” [7] “네 성안에 평화!” “궁궐 안에 평화!” [8] 내 겨레, 내 벗들을 나 사랑하거늘 “너에게 평화!” 외치게 해다오. [9] 우리 하느님 야훼의 집을 나 사랑하거늘, 너에게 복이 있으라.
* = * 우리들은 우리 각자가 섬기는 제단(교회)을 사랑합니다. 그곳에서 하느님을 뵙고, 예배하며, 하느님의 구원역사의 한 구석을 담당하는 영광을 입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의 온 마음을 쏟아 교회가 부흥하고 성장하기를 기원합니다. 특별히 교회의 신도 수가 날마다 증가하기를 기원하며, 교회재정의 ‘outreach’(대외지출) 분량이 달마다 증가하기를 기원하며, 해마다 교회의 인건비와 자체유지비 지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가기를 기원합니다.
{ 서신 } 에페소서 4장 11-12, 15-16절 …. [11] 바로 그분이 사람들에게 각각 다른 선물을 은총으로 주셔서 어떤 사람들은 사도로, 어떤 사람들은 예언하는 사람으로, 어떤 사람들은 전도자로, 어떤 사람들은 목자와 교사로 삼으셨습니다. [12] 그것은 성도들을 준비시켜서 봉사활동을 하게 하여 그리스도의 몸을 자라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 [15] 도리어 우리는 사랑 가운데서 진리대로 살면서 여러 면에서 자라나,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어야 합니다. [16] 우리의 몸은 각 부분이 자기 구실을 다함으로써 각 마디로 서로 연결되고 얽혀서 영양분을 받아 자라납니다.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교회도 이와 같이 하여 사랑으로 자체를 완성해 나가는 것입니다.
* = * 그리스도의 몸인 우리들의 교회는 각 지체들이,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연결되어 영양분을 공급 받는 가운데 튼튼해지고 성숙하면서 전체 교회가 성장합니다.
또 우리 신도 각자는 하느님께서 베푸신 선물들로 서로를 섬기는 가운데 교회가 교회의 구실을 하도록 기여합니다. 그러므로 결산과 예산의 작성은 재정을 맡은 한 두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인 각자의 정성어린 헌신과 봉사에 의해서 성취됩니다.
<기도> 주 하느님, 연말이 되어,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저희 교회들이 얼마나 선교, 구제, 교육에 힘썼는가를 돌이켜 볼 수 있게 해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한 해를 잘 반성하면서, 내년을 효과적으로 준비하여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