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된 날 < 눈 뜬 날 < 구원받은 날

<연중 30주일, 본문 묵상> ………….. (공동번역성서 개정판)

* 묵상 I * 인생 살면서 가장 복된 날이 언제였냐고 물으면, 남의 나라에 예속되어 살다가, 그 포로생활에서 해방을 맞아 고국을 회복하고 타국 땅에서 돌아오던 날이 제일 복된 날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역사를 통해서 수 없이 포로생활을 했습니다. 먼저는 이집트에서, 나중에는 바빌로니아와 페르시아에서 종살이하다가 돌아왔습니다. 오늘의 구약본문과 시편이 그때의 경험을 말하는 기록들입니다.

{ 구약 } 예레미야서 31장 7-9절 … [7] 보아라, 내가 북녘 땅에서 그들을 데려오리라. 땅 이 끝 저 끝에서 모아오리라. 소경, 절름발이, 아기 가진 여자, 아기 업은 여자도 섞여 큰 무리를 이루어 돌아오리라. 그들은 울면서 떠나간 길을, 위로받으며 돌아오리라.

{ 성시 } 시편 126편 1-2, 4-5절 … [1] 야훼께서 시온의 포로들을 풀어주시던 날, 꿈이든가 생시든가! [2] 그 날 우리의 입에서는 함박 같은 웃음 터지고 흥겨운 노랫가락 입술에 흘렀도다. … [4] 야훼여, 저 네겝 강바닥에 물길 돌아오듯이 우리의 포로들을 다시 데려 오소서. [5] 눈물을 흘리며 씨뿌리는 자, 기뻐하며 거두어들이리라.

인간은 굴종해야 하는 삶에서 해방되기를 무엇보다 바라는 존재입니다. 자유를 찾아서 목숨을 걸고 달려오는 탈북민들을 보십시오. 김씨 왕국의 학정에 신물이 나서 뛰쳐나온 이들입니다.

* 묵상 II * 눈 먼 사람이 눈을 뜬 날 만큼 복된 날이 있을까요? 없을 것입니다. 제 친구 한 사람도 지금 심한 안질로 시력을 아예 잃은 이가 있습니다. 반가워 인사하는 저의 주름진 얼굴을 그는 볼 수가 없습니다.

저는 창극 ‘심청전’을 듣다가, 심봉사 눈을 뜨는 대목을 들으며, 너무 감격에 겨워 눈물이 쏟아진 날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예수님 앞에서 눈을 뜬 바르티매오의 이야기를 읽읍시다.

{ 복음 } 마르코 복음 10장 48-52절 … [48] 여러 사람이 조용히 하라고 꾸짖었으나 그(바르티매오)는 더욱 큰소리로 “다윗의 자손이신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하고 외쳤다. [49] 예수께서 걸음을 멈추시고 “그를 불러오너라.” 하셨다. … [50] 소경은 겉옷을 벗어버리고 벌떡 일어나 예수께 다가왔다. [51] 예수께서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시자 그는 “선생님, 제 눈을 뜨게 해주십시오.” 하였다. [52] “가라.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예수의 말씀이 떨어지자 곧 소경은 눈을 뜨고 예수를 따라나섰다.

* * 앞에 말한 제 친구도 언젠가는 눈을 뜰 날이 올 것을 믿습니다. 이 세상에서는 앞을 더 못 볼는지 몰라도, 하느님의 나라에서는 반드시 그가 성한 눈으로 제 얼굴을 볼 날이 올 것을 믿습니다.

* 묵상 III * 성경은 오늘, 죄 사함을 받은 날 처럼 복된 날은 세상에 다시 없다는 것을 외쳐 말하고 있습니다. 십자가를 지시고 속죄제물로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골고다 언덕을 오르신 날, 하느님께서는 속죄의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그 십자가의 공로를 믿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이 어떤 죄를 지었건 상관없이 죄의 굴레에서 벗어날 것임을 알려 주셨습니다.

{ 서신 } 히브리서 7장 26-27절 … [26] 우리에게는 이렇게 거룩하고 순결하고 흠도 죄도 없고 하늘보다 더 높으신 대사제가 필요합니다. [27] 다른 대사제들은 날마다 먼저 자기들의 죄를 용서받으려고 희생제물을 드리고 그 다음으로 백성들을 위해서 그렇게 합니다. 그러나 그분은 날마다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그분은 당신 자신을 속죄제물로 바치심으로써 이 일을 한 번에 다 이루신 것입니다.

* * 2천 년 전, 갈보리 언덕에서 십자가에 달려 나사렛 예수께서 운명하실 때에 그 앞에 서서 그 비참한 죽음을 죽으실 필요도 없으셨던 분이, 또 그 죽음을 넉넉히 피하실 수 있는 분이, 고스란히 십자가 위에서 죽임을 당하시는 모습을 보고 있던 무리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의문을 풀 길이 없었습니다. 왜 죽으셨나? 하느님의 아들이시라면서?

나중에 그들에게 깨달음이 왔습니다. 성령께서 깨우쳐 준 일은 “우리들의 죄를 대신 죽으신 것이다” 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날이면 날마다, 매 순간마다 다시 깨닫고 감사 찬송하면서 살았습니다. 이것이 우리들에게 전해진 복음입니다.

<기도> 주 하느님, 저희로 하여금 날마다, 죄의 굴레에서 해방된 복된 삶을 살게 하셨으니 감사드립니다. 다른 사람도 이 복된 삶을 살 수 있도록 인도할 마음을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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