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별세자의 날, 본문 묵상> …………… (공동번역성서 개정판)
{ 서신 } 로마서 5장 7-10절 …. [7] 옳은 사람을 위해서 죽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혹 착한 사람을 위해서는 죽겠다고 나설 사람이 더러 있을지 모릅니다. [8] 그런데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죄 많은 인간을 위해서 죽으셨습니다. 이리하여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에게 당신의 사랑을 확실히 보여주셨습니다. [9] 우리가 이제 그리스도의 피로써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얻었으니 그리스도의 덕분으로 하느님의 진노에서 벗어나게 될 것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10] 우리가 하느님의 원수였던 때에도 그 아들의 죽음으로 하느님과 화해하게 되었다면 하물며 그분과 화해가 이루어진 지금에 와서 우리가 살아계신 그리스도를 통해서 구원받으리라는 것은 더욱 확실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 복음 } 요한 복음서 5장 21-25절 …. [21] 아버지(*성부 하느님)께서 죽은 이들을 일으켜 다시 살리시듯이 아들(*성자 그리스도)도 살리고 싶은 사람들은 살릴 것이다. [22] 또한 아버지께서는 친히 아무도 심판하지 않으시고 그 권한을 모두 아들에게 맡기셔서 [23] 모든 사람이 아버지를 존경하듯이 아들도 존경하게 하셨다. 아들을 존경하지 않는 사람은 아들을 보내신 아버지도 존경하지 않는다 [24] 정말 잘 들어두어라. 내 말을 듣고 나를 보내신 분을 믿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다. 그 사람은 심판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미 죽음의 세계에서 벗어나 생명의 세계로 들어섰다. [25] 정말 잘 들어두어라. 때가 오면 죽은 이들이 하느님의 아들의 음성을 들을 것이며 그 음성을 들은 이들은 살아날 터인데 바로 지금이 그 때이다.
* = * ( 1 ) 어떤 수도단체에서는 공기도를 드리면서 별세한 이들에게 ‘문안을 전해 달라’고 주님께 빌기도 합니다. “주여, 별세한 신자에게 저희의 문안을 전해 주옵소서” 라는 식으로요.
이론적으로는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들과 하늘에 계신 주님과 소통이 가능하고, 하늘에 계신 주님과 별세한 이들의 소통이 가능할 것이기에, 간접적으로 문안을 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하면서 그런 기도를 드리는 모양입니다.
그러면 같은 공식으로 별세한 이들의 문안이 주님을 통해서 우리에게도 전달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하늘나라에 가신 별세한 이들로부터 문안을 받지 못하고 있으니까, 통상 우리들의 문안을 전해 달라는 기원을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별세한 이들과 세상에 살아 있는 우리의 소통을 믿는다고 말하는 것은, 이 세상에 사는 우리들과, 하늘나라에 계신 별세자들이, 양쪽 모두와 소통하고 계신 하느님을 통해서, 비록 간접적으로라도 소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믿고 있는 우리의 신앙을 말하는 것입니다.
( 2 ) 오늘은 모든 별세한 이들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별세자들을 위해 처음으로 감사성찬례를 드린 것은 주후 919년 프랑스 글루니에 있는 베네딕트수도원에서였습니다. 그후로 예전적교회들은 공기도 때에 별세한 이들을 위한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별세한 이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해서 별세한 이들의 운명이 어떻게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긍휼과 자비가 무한하신 하느님께서 별세한 이들에게 긍휼과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기도 이상의 것은 기원하지 않습니다.
물론 별세자에게 긍휼과 자비를 기원한다고 해도 그것이 별세자들에게 아무 영향을 주는 것이 없으니 그런 기원을 하지 말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효용이 있든 없든 하느님의 긍휼과 자비를 기원하는 것은, 살아 있는 우리들의 지극히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기원이기 때문입니다.(고후 1:3-4, 시 103:8, 17-18)
( 3 ) 오늘은 별세한 이들 가운데도 믿음을 가지고 살았던 분들을 위한 기도도 함께 드립니다. 비록 인간의 믿음이 하느님 보시기에는 대단스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먼저 하늘 나라에 오르신 분들의 신앙적 모본을 잊지 않고 있는 교회는, 그들의 모본을 따를 수 있기를 바라서 기원합니다.
히브리서에는 신앙의 모본을 보인 수많은 분들의 신앙을 따르겠다는 간절한 결단의 기원을 해설하고 있습니다.(히 11:1-40) 고난 속에서도 믿음을 저버리지 않은 사람들, 믿음으로 하나님의 일에 정진하던 사람들, 어떤 모양의 박해에도 끝까지 굴복하지 않은 이들을 추념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도> 전능하신 하느님, 모든 별세한 이들을 위해 기도하오니, 그들에게 주님의 은총 안에 안식을 누리게 하시고, 그리스도 안에서 저희와 상통케 하시며, 마침내 영광 속에 부활하여 우리와 함께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