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은 하나님 섬기는 도구일 뿐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공동번역성서 개정판)

{ 서신 } 필립비 4장 11-14절 …. [11] … 나는 어떤 처지에서도 자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12] 비천하게 살 줄도 알며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배고프거나 넉넉하거나 궁핍하거나 그 어떤 경우에도 적응할 수 있는 비결을 알고 있습니다. [13] 나에게 능력을 주시는 분에게 힘입어 나는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습니다. [14] 그러나 고맙게도 여러분은 나와 고생을 같이 해주었습니다.

{ 복음 } 루가 복음서 16장 9-13절 …. [9] 예수께서 말씀을 계속하셨다. “그러니 잘 들어라. 세속의 재물로라도 친구를 사귀어라. 그러면 재물이 없어질 때에 너희는 영접을 받으며 영원한 집으로 들어갈 것이다. [10] 지극히 작은 일에 충실한 사람은 큰 일에도 충실하며 지극히 작은 일에 부정직한 사람은 큰 일에도 부정직할 것이다. [11] 만약 너희가 세속의 재물을 다루는 데도 충실하지 못하다면 누가 참된 재물을 너희에게 맡기겠느냐? [12] 또 너희가 남의 것에 충실하지 못하다면 누가 너희의 몫을 내어주겠느냐?” [13] “한 종이 두 주인을 섬길 수는 없다. 한 편을 미워하고 다른 편을 사랑하거나 또는 한 편을 존중하고 다른 편을 업신여기게 마련이다.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는 없다.”

* = 1 = * 필립비 교회는 사도 바울이 유럽에서 최초로 세운 교회였습니다. (행 16:6-40) 최초의 회심자는 자주색 옷감을 파는 상인 루디아였고, 선교동역자 실라와 함께 옥에 갇혔던 도시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사연을 가진 필립비 교회에 사도 바울이 편지(필립비서)를 쓰고 있었습니다. 이 편지를 쓰던 당시에 사도 바울은, 필립비에서처럼 감옥에 갇혀서 쓰고 있었습니다. (필 1:12-14) 아마도 로마 감옥이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바울이 옥중에 있는 상황을 염려해서 필립비 교회 여러교우들이 선교후원금을 보내주었습니다. (필 4:10) 이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할겸, 신앙적 독려를 위해 이 편지를 쓰고 있었습니다.

이 편지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기뻐하십시오’ 라는 말을 많이 한다는 점입니다. 지금 옥중에 있는 사도 바울이 옥 바깥에 있는 필립비 교우들에게 하는 말씀인 것을 생각하면 어떤 깊은 감동을 느낍니다.

누가 누구에게 믿음의 격려를 하든 간에, 믿는 사람들의 생활 자세는 구원의 은총을 감사하는 기쁨으로, 하느님께서 매사에 내리시는 구원 섭리를 생각하면서 가슴에 벅차오르는 기쁨으로 항상 살아야 하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사도 바울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당할 때에도, 또한 박해자에게서 능욕을 당할 때에도, 그것을 참고 견딜 만한 힘이 솟아나곤 했습니다. 이것은 인간적인 능력이나 바울의 정신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함께 하실 때에 위로부터 내리시는 은혜입니다.

그래서 말씀하시기를 “나에게 능력을 주시는 분에게 힘입어 나는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습니다.”(필 4:13) 라고 했던 것입니다. 이것은 사도 바울이 그의 믿음, 곧 가난도 박해도 극복하게 해 주시는 하느님의 은혜를 고백하는 말씀이지, 하느님께서 ‘돈 나와라 뚝딱, 금 나와라 뚝딱’ 하는 만능의 ‘도깨비 방망이’ 라는 말로 곡해해서는 안됩니다. 곡해도 오용도 해서는 안 되는 구절입니다.

* = 2 = * 오늘 또 하나의 수수께끼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그것은 “세속의 재물로라도 친구를 사귀어라” (룩 16:9) 라는 구절입니다. 부정한 방법으로 재물을 버는 것도 잘못이지만, 그런 부정한 재물을 가지고 선한 목적에 쓰기만 하면, 부정한 죄가 해소된다는 뜻으로 하시는 말씀도 아니었습니다.

인간이 아무리 애지중지하는 재물이라 할지라도, 하느님 앞에는 세속의 재물입니다. 아무리 재물이 인간생활에 필요하다 해도, 재물을 또 하나의 신처럼 받들어서는 안됩니다. 아무리 재물이 중요한들 하느님과 비교할 수가 있겠으며, 재물을 위하여 하느님의 법을 어길 수가 있겠습니까? (룩 16:13)

다만 인간의 악한 생각 때문에, ‘하느님도 재물을 좋아하신다’ 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믿느니, 차라리 눈에 보이는 실질적인 힘 곧 재물(맘몬)을 믿고 살겠다’ 이런 망령된 말을 해서도 안됩니다.

“세속의 재물로라도 친구를 사귀어라” 하신 말씀은, 루가복음서 16장 서두에서부터 시작하는 ‘약은 청지기’의 비유 이야기의 연속선상에서 말씀하신 것으로서, 세속의 재물이 있다면, 그것 가지고 하느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일에 쓰는 것이 옳다는 뜻으로 하신 말씀입니다.

<기도> 주 하느님, 저희가 재물의 노예가 되지 않게 하옵소서. 도리어 세속의 재물로라도 복음을 널리 전하여 하느님의 나라를 건설하는 일에 이바지하도록 저희를 인도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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