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거룩한 밤

<대림 4주간 월요일, 말씀 묵상> ……………. (신복룡 신구약전서)

{ 루카 복음서 2장 8-14절 } …. [8] 그 고장에는 들에 살며 밤에 양떼를 지키는 목자들이 있었다. [9] 그런데 주님의 천사가 다가오고 주님의 영광이 그 목자들의 둘레를 비추었다. 그들이 몹시 두려워하자 [10] 천사가 그들에게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시오, 보시오.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여러분에게 알립니다. [11] 오늘 여러분을 위해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그분은 주 그리스도이십니다. [12] 이것이 표징이 되리니, 여러분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것이오.” [13] 그때 갑자기 천사 곁에 하늘의 수많은 군대가 나타나 하나님을 찬미했다. [14]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 땅에서는 그분 마음을 즐겁게 하는 사람들에게 평화가 있으리라!”

* = * 제가 여덟 살 피난 소년으로 뚜껑이 없는 석탄차 위에 올라타고 겨울 밤 차거운 바람을 맞으면서, 개성서 서울까지 서행하던 때에, 바로 곁에 자기 남동생을 달래던 열댓 살의 누나가, 저의 나이 또래의 남동생을 위로하며 가르쳐주던 성탄 노래가 지금도 기억나서, 그 가사만 여기에 적습니다.

“뗑뗑, 뗑뗑, 종소리가 넓은 들을 건너서 들려옵니다. 예수 탄일, 기쁜 탄일 축하하려고 예배당 종각에서 종소리 나네, 빈들을 울리면서 뗑뗑 뗑, 뗑뗑 뗑뗑 종소리 나네”

제가 가장 감명깊게 들었던 성탄송은 나운영 선생이 1959년 무렵 작곡한 성탄송입니다. 아마 가사도 나 선생이 쓴 모양입니다.

“가난한 여인, 가난한 어머니, 한 아기를 낳았으나, 누일 곳이 없어서, 말구유에 뉘셨네. 흰 강보로 싸서. 말구유에 뉘셨네. 말구유에 뉘셨네.”

성탄찬송 가운데 일품은 역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으로 보입니다. 이 곡이 작곡된 자초지종을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기 다시 한 번 그 감동적인 전말의 이야기를 적으며 기억하고 싶습니다.

이 곡을 작곡한 프란츠 그뤼버(Franz Xavier Grueber)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근처 오버도르프 (Oberdorf) 라는 작은 마을의 성니콜라교회 소형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던 오르가니스트였습니다.

1818년 성탄을 앞두고 불행하게도, 교회의 오르간이 고장 나서, 사용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전하는 바로는, 쥐들이 오르간의 목재부분과 가죽부분을 갉아먹어 오르간의 송풍장치가 기능을 못하게 된 것이었다고 합니다.

교회의 사제 요셉 모르(Joseph Mohr)는 대안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오르가니스트 그뤼버에게 오르간 대신에 반주 악기로 당분간 기타를 사용하자고 권하면서, 성탄전야의 예배에서 회중이 함께 부를 곡으로 간단한 곡을 하나 작곡해 주기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가 2년 전에 습작으로 쓴 가사를 내놓았던 것입니다.

그뤼버는 모르 사제에게서 받은 종이 쪽지와 기타를 가지고 교회 뒤 언덕으로 올라가서 언덕 밑에 펼쳐진 오버도르프 마을의 전경을 내려다 보며, 그 옛날 베들레헴 말구유에 누운 아기 예수님을 생각하며 시의 첫 마디를 반복하여 읊고 있는 동안, 그의 머리에 한 아름다운 운률이 떠올랐습니다.

조용히 코드를 짚으면서 멜로디를 노래해 보았습니다. 마치 전부터 있던 곡처럼 술술 풀려 내려갔습니다.

그뤼버는 교회로 빨리 돌아와 멜로디와 코드를 적었습니다. 그리고는 성탄전야 예배에서 모르 사제와 그뤼버가 기타 반주로 이중창을 불러 먼저 선을 보인 다음, 온 회중이 함께 이 새로운 찬송을 불렀습니다.

모든 회중이 금방 이 곡을 익힐 수 있었고, 크게 감동받았습니다. 얼마 후 오르간 수리공이 왔을 때에 이 곡을 소개하자, 그가 아주 좋아하면서, 멜로디를 적어가지고 가서 곳곳에다 이 새 노래를 알려 주었습니다.

이리하여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찬송은 유럽 각국에서 불리게 되었고, 독일어로 된 가사를 누군가가 영어로 번역해서, 모든 유럽 언어로 불리웠습니다. (이 한 편의 작곡자로만 알려져 있는 그뤼버는 그의 생애에 다른 여러 편의 오르간 곡을 작곡했지만, 지금껏 남아 있는 악보가 없습니다.)

1백 년이 지난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성탄전야에, 격전 중이던 양측 군인들이 전쟁을 멈추고, 서로가 각자의 참호에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이 동일한 찬송을, 박자도 한결같이 함께 제창한 역사적인 기록을 남겼습니다.

과연 아기 예수님은 ‘평화의 왕’으로 오신 분이심을 확증하게 된 일이었습니다.

<기도> 주 하나님, 미움과 갈등과 전쟁이 그치지 않는 이 불화한 세계 속에 평화의 왕으로 임하옵소서. 저희 인류 모두를 하나님의 나라 백성으로 삼으시고, 저희에게 참 평화의 세계를 이룰 수 있도록 믿음과, 용서와, 화해를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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