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공동번역성서 개정판)
{ 복음 } 루가 복음서 5장 12-16절 …. [12] 예수께서 어느 동네에 계실 때에 온몸이 나병으로 문드러진 사람 하나가 나타났다. 그는 예수를 보자 땅에 엎드려 간청하며 “주님, 주님께서는 하시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이 고쳐주실 수 있으십니다.” 하고 말씀 드렸다. [13] 예수께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그렇게 해주마. 깨끗하게 되어라.” 하시자 곧 그의 나병이 깨끗이 나았다. [14] 예수께서는 “아무에게도 이 일을 말하지 말고 다만 사제에게 가서 몸을 보이고 모세가 명한 대로 예물을 드려 네 몸이 깨끗해진 것을 사람들에게 증명하여라.” 하고 이르셨다. [15] 그러나 예수의 소문은 더욱 더 널리 퍼져서 예수의 말씀을 듣거나 병을 고치려고 사람들이 사방에서 떼지어 왔다. [16] 그러나 예수께서는 때때로 한적한 곳으로 물러가셔서 기도를 드리셨다.
* = * {{메시아이신 예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 많은 환자들을 만나셨는데, 어떤 질병은 아예 인류에게서 떠나도록 조치하시고 싶은 질병이 없었을까요? 단번에 질병을 퇴치하실 수도 있었을 텐데요?}}
나병과 같은 질병은 진실로 인간의 몸을 파고 들어 온 육체가 썩어서 죽는 병입니다. 이런 질병을 왜 인간세계에 두신 것일까요? 저주와도 같은 이런 병은 예수님께서 아예 병균부터 없애버리고 가실만한 질병이라고 보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모든 질병은 인간의 타락으로 인해서 세상에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인류의 역사가 끝날 때까지 질병은 인간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질병으로 인해서 인간은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사도 바울도 말하기를 ‘자기 몸의 가시로 인해서’ 하나님의 은혜가 이미 자기 속에 풍족했던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인간을 나약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질병들을 통해서 하나님의 크신 일을 경험하게 된다고도 하셨습니다.
{{병고침을 받은 사람들에게 소문을 내지 말라고 말씀하실 필요가 없었을 텐데, 아무리 그런 부탁을 한들, 자기 일가 친족들에게 예수님은 진정 용하신 의원이시니까, 어서 찾아가서 병고침을 받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고 싶었을 텐데요? 왜 종종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이 병을 고치는 데에 있지 않음을 알려 주고 싶으셨기 때문이었습니다. 병을 치유받은 당사자도 이 사실을 아는 것이 유익했고, 병을 치유받은 이들을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신 궁극적인 목적이 인간의 죄의 문제를 해결하시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알게 하고 싶으셨습니다.
병든 사람들을 치유하신 이유는 그들을 불쌍히 여기셨기 때문이었지만, 인간의 죄의 문제를 해결하기까지는 예수님이 인간에게 절대로 필요한 존재임을 기억하게 하고 싶으셨습니다.
인간의 영혼이 하나님께로 온전히 돌아오기까지는 인간은 길잃은 존재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도를 받으셔야할 분이신데, 왜 도리어 많은 시간을 들여 하나님 아버지께 기도를 하셔야 했을까요?}}
물론 예수님은 하나님과 동등한 위격의 존재로서, 하나님께 매어달려야 할 부족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러나 인간으로 오신 예수님께서는 인간의 나약함도 경험하셔야 했습니다.
말하자면, 그의 과로를 통해서 지칠 때면 하나님의 존재를 잊을 수도 있었고, 그에게 맡겨진 사명에 대한 절실성도 느슨해질 수 있는 인간으로 사셨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성실한 기도의 생활을 통하여 하나님과 소통하는 일을 그치지 않았고, 하나님의 엄정하신 기준에서 떠나지 않기를 힘썼습니다.
{{병고침을 받으러 와서 고침을 받고 예수님의 추종자가 되어, 줄곧 봉사자로 예수님 일행의 수발을 해 드린 이들이 어떤 사람들이 있었는지요?}}
수많은 사람들이 치유의 은덕을 입어 건강을 되찾고 새 생활을 시작했으나, 그들 중 예수님의 메시아 사역을 돕는 일에 여생을 바쳐야 하겠다는 성의를 보인 이들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들의 별것 아닌 정성으로 예수님의 메시아 사역에 이바지하겠다는 자세가 예수님께 도움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보상을 예수님께서 요구하신 일은 없었습니다마는, 인간 편에서 그런 성의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령, 여러 질병에서 놓여난 막달라 마리아, 죽었다가 회생할 수 있었던 나사로 처럼 예수님의 최측근에서 일을 도운 이들이 있습니다. 또 무슨 질병을 고침 받았는지는 불명확해도 요안나(헤롯의 청지기 구사의 아내), 수산나, 마르다와 마리아 자매, 마리아(야고보의 어머니) 세리 마태(레위) 같은 이들은 예수님의 중요한 ‘복음동지’였다고 봅니다.
~~~~~ ~~~~~ <기도> 주 하나님, 저희가 지닌 질병이 하나님의 저주가 아니고, 하나님의 자상하신 손길을 만나는 구원의 통로로 쓰임받게 하옵소서. 질병으로 인해 하나님과 특별한 사랑의 관계를 경험하게 도와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남다른 믿음의 사람으로 하나님 앞에서 살도록 성령님께서 늘 저희와 함께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