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를 깔본 나자렛 사람들

<공현후 3주일, 본문 묵상> …………. (공동번역성서 개정판)

{ 구약 } 느헤미야 8장 2-3, 5-6, 17-18절 …. [2] … 때는 칠월 초하루였다. [3] 그(에즈라)는 수문 앞 광장에 나타나 해 뜰녘부터 해가 중천에 이르기까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셈든 사람들에게 그것(법전)을 들려주었고 온 백성은 그 법전을 귀담아들었다. … [5] 에즈라가, 모두 쳐다볼 수 있도록 높은 자리에서 책을 펴들자 온 백성은 일어섰다. [6] 에즈라가 높으신 하느님 야훼를 칭송하자 온 백성도 손을 쳐들고 “아멘.” “아멘.” 하고 응답하며 무릎을 꿇고 땅에 엎드려 야훼를 예배하였다. … [17] (바벨론에) 사로잡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인 온 회중은 이렇게 초막을 만들고 그 안에서 지냈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렇듯이 성대한 절기를 지키기는 눈의 아들 여호수아의 시대 이후로 그 날까지 없던 일이었다. 그러니 그 기쁨을 어찌 다 이를 수 있었으랴. [18] 에즈라는 그동안 첫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날마다 하느님의 법전을 백성에게 들려주었다. 그들은 칠 일간 절기를 지킨 다음 팔일째 되는 날 규정대로 폐회 예배를 드렸다.

* = * 인간이 제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면, 자기 존재의 근본으로 돌아가서 생각하려고 애씁니다. 그래서 선조의 무덤을 찾기도 하고, 교회를 찾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건국유공자들의 무덤이나 기념비를 찾기도 합니다.

유대인들은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이후, 다시는 그런 비극은 없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기 선조들이 8백 여년 전 겪었던 발자취를 찾아보곤 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의 본문입니다.

그들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 종살이를 끝내고 가나안으로 돌아올 때에, 왜 직접 들어오지를 못하고, 40년 동안 광야에서 헤매었는가를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던 것입니다.

그들의 기념행사는, 가나안까지 들어오게 된 역사를 회고하는 행사였습니다. 선조들처럼 그들도 초막을 짓고 여러 날을 초막에서 지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법전, 곧 성경책을 함께 읽는 행사를 매일 가졌습니다.

우리도, 제 정신을 차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새삼스럽게 무릎을 꿇고서,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고, 회개의 기도를 드리며,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면서 우리 존재의 근거를 재발견해야 합니다.

{ 성시 } 시편 19편 11-14절 …. [11] 당신 종이 그 말씀으로 깨우침 받고 그대로 살면 후한 상을 받겠거늘 [12] 뉘 있어 제 허물을 다 알리이까? 모르고 짓는 죄일랑 말끔히 씻어주소서. [13] 일부러 범죄할까, 이 몸 막아주시고 그 손아귀에 잡힐까, 날 지켜주소서. 그제야 이 몸은 대역죄 씻고 온전히 깨끗하게 되리이다. [14] 내 바위, 내 구원자이신 야훼여, 내 생각과 내 말이 언제나 당신 마음에 들게 하소서.

* = * 인간이 하느님을 떠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가볍게 여기고, 하느님의 법을 어기는 일이 한 번, 두 번 계속되다 보면, 결국 하느님을 등지고 사는 생활로 들어갑니다. 그래서 죄 중에 빠지게 되고, 하느님을 무시하게 되는 것입니다.

시편 저자는 ‘무의식적으로 범한 죄’ 가 있고 ‘의도적인 범죄’가 있다고 했습니다. 무의식적인 죄도 하느님께서 씻어 주셔야 용서 받지만, 의도적인 대역죄는 회개하고 하느님의 특별하신 용서를 받아야 합니다.

어떤 죄의 용서든, 우선 하느님의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긴급합니다. 그리고, 통회하며 하느님의 용서를 빌도록 해야 합니다.

{ 서신 } 고린도전서 12장 12-14, 25, 27, 31절 …. [12] 몸은 하나이지만 많은 지체를 가지고 있고 몸에 딸린 지체는 많지만 그 모두가 한 몸을 이루는 것처럼 그리스도의 몸도 그러합니다. [13] 유다인이든 그리스인이든 종이든 자유인이든 우리는 모두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같은 성령을 받아 마셨습니다. [14] 몸은 한 지체로 된 것이 아니라 많은 지체로 되어 있습니다. … [25] 이것은 몸 안에 분열이 생기지 않고 모든 지체가 서로 도와 나가도록 하시려는 것입니다. … [27] 여러분은 다 함께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고 있으며 한 사람 한 사람은 그 지체가 되어 있습니다. … [31] 여러분은 더 큰 은총의 선물을 간절히 구하십시오.

* = * 우리들 모두는 자기가 원하든 원치 않든, 본래 거대한 신앙공동체인 하느님의 집에 속해 있습니다. 그리고 각자는 그 공동체의 지체들입니다. 그래서 각기 각자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법조, 언론, 학술, 군인, 경찰, 산업, 학생, 교통, 서비스 등 등 각자의 역할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역할을 충성되게 담당하는 것이 우리들의 기쁜 의무들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 직업을 가지는 듯 싶지마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기에게 재능을 부여하신 하느님께서, 각자가 부여받은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서, 그것으로 공동체를 섬기는 동안에, 먹고 살도록 인도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먼저는 우리 각자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듣는 일이 필요합니다. 내 영혼이 그 부르심의 음성을 듣고 나서, 내 삶의 모습이 형성됩니다.

{ 복음 } 루가복음서 4장 16-21절 …. [16] 예수께서는 자기가 자라난 나자렛에 가셔서 안식일이 되자 늘 하시던 대로 회당에 들어가셨다. 그리고 성서를 읽으시려고 일어서서 [17] 이사야 예언서의 두루마리를 받아 들고 이러한 말씀 이 적혀 있는 대목을 펴서 읽으셨다. [18]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 = * 예수님께서는 보통 사람과는 다릅니다. 하느님이시며 인간이셨습니다. 곧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서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신 하느님이셨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고향 나자렛에서, 당신께서 메시아이심을 드러내려 하시자 모두 들고일어나 반항했습니다. ‘왜 멀쩡한 인간이 하느님 행세를 하느냐? 만약 계속 그러다가는 이 나자렛 동네에 헤롯왕이 군대를 보내 당신과 당신 고향사람들인 우리를 모두 멸할 것이다’ 하면서, 예수님을 죽이려고 대들었습니다. 이것이 오늘의 복음본문입니다.

메시아께서 스스로 메시아이심을 증명하시는데, 그것을 거부했습니다. 그들이 수백년 동안 고대하고 기다리던 메시아가 오셨으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마음으로 환영해도 모자랄 일인데 말입니다.

고마우신 메시아를 메시아로 알아드리지도 않는데, 누가 사람 대접을 받고 살 수가 있는 세상이란 말입니까? 세상은 2천 년 전에도, 오늘날도 실상을 실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거꾸로 세상을 봅니다. 선을 악이라 하고, 악을 선이라 합니다.

<기도> 주 하느님, 저희가 인간 상식으로 하느님의 일을 조정하려 들지 말게 하옵소서. 하느님의 일을 하느님의 일로 믿고 순종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하옵시며, 하느님 나라의 역사 안에서 역할을 하도록 성령님께서 도와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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