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은 ‘엄마’나 ‘십 불’보다 하급?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공동번역성서 개정판)

{ 복음 } 마르코 복음서 9장 14, 19-26, 28-29절 …. [14] 그들이 다른 제자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보니 제자들이 큰 군중에게 둘러싸여 율법학자들과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 [19] 예수께서는 “아, 이 세대가 왜 이다지도 믿음이 없을까! 내가 언제까지 너희와 함께 살며 이 성화를 받아야 한단 말이냐? 그 아이를 나에게 데려오너라.” 하셨다. [20] 그들이 아이를 예수께 데려오자 악령이 예수를 보고는 곧 아이에게 심한 발작을 일으키게 했다. 그래서 아이는 땅에 넘어져 입에서 거품을 흘리며 뒹굴었다. [21] 예수께서 그 아버지에게 “아이가 이렇게 된지 얼마나 되었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어렸을 때부터입니다. [22] 악령의 발작으로 그 아이는 불 속에 뛰어들기도 하고 물 속에 빠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여러 번 죽을 뻔하였습니다. 선생님께서 하실 수 있다면 자비를 베푸셔서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23] 이 말에 예수께서 “ ‘할 수만 있다면’ 이 무슨 말이냐? 믿는 사람에게는 안 되는 일이 없다.” 하시자 [24] 아이 아버지는 큰소리로 “저는 믿습니다. 그러나 제 믿음이 부족하다면 도와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 [25] 예수께서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을 보시고 더러운 악령을 꾸짖으시며 “말 못하게 하고 듣지 못하게 하는 악령아, 들어라. 그 아이에게서 썩 나와 다시는 들어가지 마라.” 하고 호령하셨다. [26] 그러자 악령이 소리를 지르며 그 아이에게 심한 발작을 일으켜놓고 나가버렸다. … [28] 그 뒤 예수께서 집으로 들어가셨을 때에 제자들이 “왜 저희는 악령을 쫓아내지 못하였습니까?” 하고 넌지시 물었다. [29] 예수께서는 “기도하지 않고서는 그런 것을 쫓아낼 수 없다.” 하고 대답하셨다.

* = * 제가 초등학교 1, 2학년 때 평양 종로‘초등’학교에 다녔습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가려면 남산재 유흥가 뒷골목을 통과해야 했습니다. 뒷골목엔 소위 ‘주먹’이 있다고 공포심을 가진 저는, 멀리 휘돌아 다니곤 했습니다.

제 어머니가 뒷골목으로 와도 된다고 하시며, 요령을 일러 주셨습니다. 혹시라도 ‘주먹’이 집적거리면, ‘엄마’ 라고 부르기만 하면 ‘주먹’이 도망 갈 거라고 하였습니다. 한 번도 ‘엄마’를 써먹은 적이 없고, 뒷골목으로 다니면서 ‘주먹’을 만난 적도 없었습니다.

그후 삼십 년 정도가 지나서, 앞서 미국 뉴욕에 가서 사시던 어머니를 제가 찾아뵌 적이 있었습니다. 거긴 ‘주먹’은 없었고, ‘홀덥’ (hold up, 권총강도)이라는 공포의 대상이 있다고 하시며, 제 셔츠 주머니에 미화 10불 짜리를 접어 넣어주었습니다. ‘홀덥’을 만나면 얼굴을 쳐다보지 말고 10불만 주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한 번도 ‘홀덥’을 만난 일은 없었습니다.

제가 단언컨대, <악령>은 ‘엄마’보다도 약하고, ‘십 불’짜리도 안 되는 존재입니다. 그런 허깨비한테 두려워 떨 것이 무엇이며, 쩔쩔매며 굿거리를 펼칠 이유가 무엇입니까?

악령은 하느님과 맞먹는 위엄을 가진 존재도 아니고, 하느님의 허락없이는 함부로 인간을 범할 재주도 없습니다.(욥 2:6) 하느님께서 악령에게 특별한 권능을 허락하셨다 해도, 그런 권능들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도 베푸셨습니다.(룩 10:19)

하지만, 우리가 악령을 ‘주먹’이나 ‘홀덥’보다 조심해야 하는 까닭은, 만약 우리가 악령에게 멋모르고 고분고분 따라다니다가는, 그들의 속임수로 영원한 멸망에 빠질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런 엄청난 봉변을 당하지 말고, 처음부터 단호하게 악령을 향하여, “나자렛 예수의 이름으로 명한다. 사탄아, 물러가라.” 고 선포해야 합니다.

만약 부지불식간에, 악령에게 홀리고 있었다면, 뒤늦었다고 해도, 준비했던 무기, 곧 엄숙한 선포(“나자렛 예수의 이름 운운”)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면, 이 선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악령은 멀리 사라집니다.(행 5:16, 16:16-18, 19:11-12)

악령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하느님에 의해서 지음받은 천사였습니다. 그런 것들이 자기의 소임은 저버리고, 하느님 앞을 떠나 피조세계를 어지럽히는 존재가 되었습니다.(유다서 1:6)

그들의 수명은 아무리 길어봤자 최후의 심판 날을 넘지 못합니다. 마지막 하느님의 심판 날이 되면, 그들은 모두 무저갱으로 쫓겨 들어갈 운명에 있습니다. 그날이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인간을 하느님과 반목하게 하기 위하여 온갖 속임수로 공포심에 사로잡혀 하느님을 떠나게 만들고 있다고 성경은 그들의 전략을 우리에게 알려 주고 있습니다.(딤전 4:1)

그래서 주님께서는, 우리가 악령을 대적하기 위하여 쉬지않는 기도생활을 권하십니다.(본문 29절)

<기도> 주 하느님, 저희가 악령의 속임수에 속지 않게 하옵소서. 하느님의 성령이 저희 안에 항상 내주하셔서, 저희가 성령의 인도하심에 순종하게 하시어, 악령을 물리쳐 승리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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