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맛 같은 복음, 향기로운 삶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공동번역성서 개정판)

{ 성시 } 시편 119편 101-105, 154-156절 …. [101] 당신의 말씀대로 살기 위하여 온갖 나쁜 길에서 발길을 돌리리이다. [102] 당신께서 친히 가르쳐주시오니 당신의 결정을 거역하지 않으리이다. [103] 당신의 약속은 말부터가 혀에 달아 내 입에는 꿀보다도 더 답니다. [104] 당신의 법령들을 깨우쳐 슬기를 얻었으니 모든 거짓된 길을 역겨워합니다. [105] 당신의 말씀은 내 발에 등불이요, 나의 길에 빛이옵니다. … [154] 고발당한 이 몸을 변호하시고 구해 주소서. 약속하신 대로 이 몸을 살려주소서. [155] 당신의 뜻대로 살지 않으려는 자들, 그 악인들에게 구원이란 당치도 않사옵니다. [156] 야훼여, 당신의 인자하심 한 없이 크시오니 공정하신 당신의 판결로 이 몸을 살려주소서.

{ 만도 1과 } 고린도후서 2장 14-17절 …. [14] 우리를 그리스도의 개선 행진에 언제나 끼워주시는 하느님께 감사 드립니다. 또 우리로 하여금 어디에서나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의 향기를 풍기게 하시는 하느님께 감사 드립니다. [15] 우리는 하느님께 바치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 이 향기는 구원받을 사람에게나 멸망 당할 사람에게나 다 같이 풍겨 나가지만 [16] 멸망당할 사람에게는 역겨운 죽음의 악취가 되고 구원받을 사람에게는 감미로운 생명의 향기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향기의 구실을 아무나 할 수 있겠습니까? [17] 우리는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파는 잡상인들이 아니라 하느님의 파견을 받고 하느님 앞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 = * ( 1 ) 제게 하느님의 말씀이 ‘내 입에 꿀 같은 말씀’ (시 119:103) 으로 읽히던 때가 있었습니다.

제가 하느님의 말씀을 멀리 떠나 살다가 이윽고, 저를 사랑하셔서 매일 매 순간 애가 타시던 하느님의 마음을 조금씩이나마 깨달아가던 때에, 참으로 오랫만에 성경책을 제 손으로 펼쳐놓고 하염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읽고 또 읽고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글자 그대로 제게 하느님의 말씀이 ‘꿀맛’이었습니다.

‘시장끼가 입맛’이라는 말이 있습니다마는, 정말 세속주의에 물들어 다 피폐해져가던 제 영혼에 구절 구절의 말씀들이 저를 위한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꿀맛으로 여겨지던 그 때 그 맛이 제 일생을 이어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2 ) 지금은 제가 ‘365일 꽃이 지지 않는 나라’ 베트남에 와 있으니까, 날마다 꽃들을 길거리에서 만납니다. 조반을 쌀국수로 하려고 나가서, 길거리의 어느 집 앞을 지나는데 얼핏 향기가 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둘러보니 소담하고 우아한 ‘문주란’ 이 피어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서 심호흡을 하고 얼굴을 마주대며 향기를 맡았습니다.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신비한 향기가 제 몸을 채워 주었습니다.

오늘의 고린도후서 본문(2:14-17)은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의 향기’ 또는 ‘구원받을 사람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풍겨나는) 감미로운 향기’가 되라는 권고의 말씀을 읽으면서 어제 아침에 만났던 그 난 향기가 제 코 끝에 다시 느껴졌습니다.

저 자신을 돌이켜 보며, 말씀대로 ‘멸망 당할 죽음의 악취’를 면한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하느님께 감사 드리면서, 제 곁에서 진정 향기롭게 살다간 사람들이 생각났습니다.

제 할머니, 제 어머니, 그리고 저 멀리 네팔에 선교사로 가서 그가 세상에서 지녔던 모든 것을 다 바쳐 ‘히말라야 관구’의 비전을 가지고 헌신하다가 생을 마친 조지 피얼스 박사가 생각났습니다. 지금은 천국에서 꿈에도 그리던 먼저간 사모님과 해후하여 향기 가득한 천국 동산을 거닐고 있을 것이라 상상합니다.

그밖에 오늘도 정성스럽게 하느님의 꽃동산을 가꿔가시는 95세의 김성수 주교를 비롯한 많은 영적지도자들이 생각납니다.

이기심과 세속적 욕심 때문에 악취를 가득히 풍기고 있는 인간들로 가득찬 이 세계 속에서, 향기로 악취를 몰아내려 애쓰고 있는 수많은 선의의 사람들의 노력이, 향기의 근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힘입어, 향기로 가득한 아름다운 세상을 이루어가기를 기도합니다.

<기도> 주 하느님, 저희를 구원하시는 예수 그리스도가 땅끝까지 알려져서 그 진리의 향기 속에 온 인류가 생명을 얻게 하옵소서. 저희와 이 땅의 모든 교회들이 그리스도의 향기를 은은히 뿜는 교회들이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