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해 주어라

<사순절 제8일, 본문 묵상> ………………. (공동번역성서 개정판)

{ 구약 차용 } 외경 에스델 4장 17절 12, 23-25구 … [17-12] 왕후 에스텔도 자기에게 닥친 죽음의 위험을 느끼고 주님께 의지하려고 하였다. … [17-23] “주님, 우리를 기억하시고 우리가 고난을 받을 때에 당신을 나타내 보이소서. 모든 신 중의 왕이시며, 모든 권세의 주권자시여, 나에게 용기를 주소서. [17-24] 내가 사자와 맞설 때에 내 입에서 그 사자를 매혹 시킬 말이 나오게 하시어 그의 마음을 돌려서, 우리의 원수를 미워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원수와 그 동조자를 멸망케 하소서. [17-25] 그리고 당신의 손으로 우리를 구원하소서. 주님, 나는 홀몸, 당신뿐이오니, 오셔서 나를 도와주소서.”

{ 성시 } 시편 138편 3, 7-8절 …. [3] 내가 부르짖을 때 당신은 들어주시고, 힘을 한껏 북돋우어주셨습니다. …. [7] 내가 고생길을 걸을 때에 이 몸 살려주시며, 손을 드시어 살기 띤 원수들을 치시고 오른손으로 붙들어 이 몸 구해 주십니다. [8] 야훼여, 모든 일 나를 위해 하심이오니, 이미 시작하신 일에서 손을 떼지 마소서. 당신의 사랑 영원하시옵니다.

{ 복음 } 마태오복음서 7장 7-12절 …. [7] “구하여라, 받을 것이다. 찾아라,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8] 누구든지 구하면 받고, 찾으면 얻고, 문을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 [9] 너희 중에 아들이 빵을 달라는데 돌을 줄 사람이 어디 있으며, [10] 생선을 달라는데 뱀을 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11] 너희는 악하면서도 자기 자녀에게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의 아버지께서야 구하는 사람에게 더 좋은 것을 주시지 않겠느냐?” [12] “너희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

* = * 40여 년 전 이야기입니다. 미국서 공부하겠다고 가족을 한국에 남겨둔 채, 저 홀로 가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교환교수로 역시 가족과 떨어져 혼자 와 있던 저의 새로운 친구(건국대 신복룡교수)와 함께 초겨울 주말에 약 100마일 밖에 사는 한인 가족의 초대를 받아 가서 쉬고, 주일 아침에, 제가 새로 시작한 한인교회 예배를 위해서 일찍 떠났습니다.

추운 겨울 밤 길가에 밤새 세워 놓았던 자동차의 라디에이터가 거의 얼어붙은 상태인 것을 모르고 출발을 했던 것입니다. 약 15분 가량 고속도로를 달렸는데, 보닛(bonnet) 아래서 김이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운전이 왕초보였던 저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당황한 나머지 갓길에 차를 세워놓고, 신교수와 함께 어쩌면 좋으냐 하며 떨고 있었습니다. 너무 춥고 당황한 상태로 도로에 지나가는 차들을 향해 손짓으로 도움을 청하고 있었습니다.

고속도로의 차들은 모두 자기 갈 길이 바쁜 듯, 아무도 도와 주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저희가 황인종이어서, 경계하는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한참 만에 자동차 하나가 제가 주차한 곳 바로 뒤에 와서 주차했습니다. 차 문을 열고 나타난 사람은 중년의 흑인이었습니다. 가까이 와서 좀 도와 줄까고 물었습니다.

그는 자동차 보닛을 열고 몇 가지 점검을 하고는 제게, 가까운 곳에 친구가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어제 자고 나온 한국인 친구의 집이 가까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 사람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몇 마일 앞에 있는 휴게소에 가서 공중전화로 그 친구에게 내 차에 필요한 조치를 말해 줄 터이니, 그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이제 저희 운명은 그의 친절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느냐에 달려 있었습니다. 전화번호를 가지고 그 사람은 떠났고, 우리는 계속해서 도로를 향해 도움을 빌고 있었습니다. 그 후로는 도와 주겠다고 자기 차를 세우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마침내, 엊저녁 저희의 호스트가 되었던 그 한국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자기 차에서 뜨거운 물을 담은 물통과 되들이 부동액 병 두 개를 가지고 내렸습니다.

엊저녁 호스트였던 분이 제게 해준 말은, 그 사람은 카 서비스 센터를 경영하던 사람이어서 ‘천사를 만난 만큼 행운이었다’고 저에게 들려 주었습니다. 그 흑인은 제때에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주신 천사였습니다.

저는 한 번도 다른 사람을 위해 그런 천사 같은 일을 해 본 일이 없는 사람이, 추운 겨울에 그런 천사를 만났으니 얼마나 감사했던지요, 지금도 그 사랑의 빚을 갚지 못한 마음입니다.

< 기도> 주 하느님, 저희가 세상 살면서 남의 도움이 절실한 때가 많았어도, 저 자신은 남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살아가는 어리석은 자입니다. 주님, 저의 입장으로 역지사지하여 도움이 필요한 자들을 돕는 자가 되어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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