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하기보다 용서를

<사순절 제11일, 본문 묵상> ……………. (신복룡 신구약전서)

{{ 구약 }} 다니엘서 9장 4-10절 …. [4] 나는 주 나의 하나님께 기도하고 죄를 고백하며 아뢰었다. … [5] “저희는 죄를 짓고 불의와 악행을 저지르고 주님께 거역했으며, 주님의 계명과 법규에서 벗어났습니다. [6] 저희는 주님의 종인 예언자가 저희의 왕과 고관과 조상과 나라의 모든 백성에게 주님의 이름으로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7] 주님, 주님은 공의로우십니다. 그러나 저희는 오늘 이처럼 얼굴에 부끄러움만 가득합니다. 유다 사람, 예루살렘 주민, 그리고 가까이 살든 멀리 살든, 주님께 저지른 배신 때문에 주님께서 내쫓으시어 여러 나라에 사는 이스라엘인도 마찬가지입니다. [8] 주님, 저희의 왕과 고관과 조상을 비롯하여 저희는 모두 얼굴에 부끄러움만 가득합니다. 저희가 주님께 죄를 지었기 때문입니다.

[9] 주님이신 저희 하나님께서는 자비하시고 용서를 베푸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나 저희는 주님께 거역했습니다. [10] 주님이신 저희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주님의 종인 예언자를 통하여 저희 앞에 내놓으신 법에 따라 살지 않았습니다.”

{{ 복음 }} 루가복음서 6장 36-38절 …. [36] “여러분의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시오. [37] 남을 심판하지 마시오. 그러면 여러분도 심판받지 않을 것이오. 남을 단죄하지 마시오. 그러면 그들도 여러분을 단죄하지 않을 것이오. 용서하시오. 그러면 여러분도 용서받을 것이오. [38] 내가 가진 것을 남에게 주시오. 그러면 여러분도 받을 것이오.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넉넉히 헤아려 여러분 품에 담아 주실 것이오. 여러분이 되질 하는 바로 그 되로 여러분에게 갚게 될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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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지금 살아있는 분을 칭찬하는 것은 비례일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토록 훌륭한 분을 찾기가 힘든 세상에서 그분의 연세가 이미 95세에 이르렀으니, 용서하리라 생각하고 여기에 쓰는 것을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김성수 주교의 연세가 30 무렵이던 시절에 그를 만났습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에서 그분이 청강생으로 수업을 함께 받게 되었는데, 그 당시에는 그가 그렇게 훌륭한 인품인 줄을 몰랐습니다. 더구나 나중에 측문하게 된 것은, 그가 서출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것이 그의 생애에 얼마나 그를 우수에 잠기게 했을 것이며, 얼마나 세상을 비관하게 만들었겠습니까?

하지만 그는 그런 남다른 삶의 조건을 극복하고, 오히려 태생이 장애인인 이들을 위해서 평생을 바쳐, 학교를 세우고 그들의 생애를 보람있게 하는 여러 가지 사업을 이루어, 진정한 하나님의 사랑의 실천이 무엇인가를 세상이 알게 해 주었습니다.

자신의 여건을 불평불만의 요소로 삼고 세상을 부정적으로 사고하면서 살고 있는 이들에게, 그들의 시각을 바꾸게 하는 훌륭한 본보기의 인물입니다.

( 2 ) 오늘 온 세계교회가 기념하는 패트릭 주교(Patrick, 390 ? – 460 ?) 역시, 그의 불행한 인생행로를 도리어 선용하였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영국 브리텐 섬 서해안 어느 해변 지방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가 16세 때에 아일랜드인 약탈자들에게 붙들려, 아일랜드로 끌려가 노예살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묘하게도 탈출할 기회를 얻어, 브리텐의 자기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의 가족들과 함께 기독교의 감화를 받으며 청년기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는 프랑스로 건너가서 사제 수업을 받고, 뚜르 지방에서 살고 있던 마르띤(Martin)의 가르침을 받고, 40세 경에 자신에게 해를 끼쳤던 아일랜드 사람들의 섬으로 들어가, 여러 곳에 수도원을 설립하고 널리 신학교육을 펼치는 일에 여생을 바쳤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아일랜드의 주교가 되었고, 그가 교구본부로 정했던 아르마(Armagh)는 후일에 아일랜드관구의 본부가 서게 되었습니다.

그는 아일랜드의 전국을 도보로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했고, 여러 방해자들과 심지어 수많은 박해자들을 만났지만, 그치지 않고 복음전도를 계속했습니다. 특별히 그가 세운 수도원들이 배출한 성직자들이 후일 전국복음화를 이룬 것이었습니다.

그가 죽은 후 아일랜드 국민은 패트릭 주교를 ‘국부’(나라의 아버지)로 추앙했으며, 오늘날까지 온 아일랜드 국민들은 그의 신앙을 중심으로 한 마음으로 단합하고 있습니다. 오늘(3월 17일), 아일랜드인들은 패트릭을 기념하면서, 그가 삼위일체 신앙을 설명하면서 사용했던 세 잎 클로바의 진초록 옷을 입는 전통적 습관이 있습니다.

( 3 ) 이분들은, 한을 품고 세상을 살지 않고, 오히려 원한을 사랑으로 갚은, 신앙의 본을 보인 이들이었습니다.

<기도> 주 하나님, 노예로 붙잡혀 갔던 불행한 과거를 오히려 사랑의 복음을 전하여 은혜로 갚은 패트릭을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희도 원한을 오히려 은혜로 갚는 사랑의 사람들로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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