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제22일, 본문 묵상> …………… (공동번역성서, 개정판)
{ 성시 } 시편 51편 1-3, 16-28절 …. [1] 하느님, 선한 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시고, 어지신 분이여, 내 죄를 없애주소서. [2] 허물을 말끔히 씻어주시고 잘못을 깨끗이 없애 주소서. [3] 내 죄 내가 알고 있사오며 내 잘못 항상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 [16] 당신은 제물을 즐기지 아니하시며, 번제를 드려도 받지 아니하십니다. [17] 하느님, 내 제물은 찢어진 마음뿐, 찢어지고 터진 마음을 당신께서 얕보지 아니하시니, [18] 어지신 마음으로 시온을 돌보시어 예루살렘 성벽을 다시 쌓게 하소서.
* = * 이 시편은 다윗의 작품으로, 다윗이 바쎄바와 정을 통한 뒤, 선지자 나단이 정면으로 왕 다윗에게 죄를 회개할 것을 경고했을 때에, 통회하는 마음으로 지은 시입니다.
다윗이 죄를 지은 후, 가장 마음 아파했던 것은, 하느님께서 그의 제사를 받지 않으시고, 그의 기도를 외면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물론 표면적으로 하느님께서 백성들이 들을 수 있을 만큼 큰소리로 말씀하시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윗 자신이 느끼기에 자신이 하느님 앞에 통회함이 없이 제물을 드리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흡족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우리의 예배를 하느님께서 받고 계시다는 믿음 위에 서 있습니까? 이것은 우리 자신 만이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의 기도, 우리의 찬송, 우리의 헌신, 우리의 믿음의 결정을 하느님께서 즐겨 받고 계십니까?
다윗은 이렇게 외칩니다. “하느님, 내 제물은 찢어진 마음뿐, 찢어지고 터진 마음을 당신께서 얕보지 아니하십니다.”(본문 17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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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약 } 호세아서 5장 16절 – 6장 3, 6절 …. [5:16] 그리고는 내가 하늘로 돌아가 이 백성이 죄를 고백하며 나를 찾기까지 기다리리라. 이 백성은 괴로움을 참다 못해 마침내 나를 애타게 찾으리라. [6:1] “어서 야훼께로 돌아가자! 그분은 우리를 잡아찢으시지만 아물게 해주시고, 우리를 치시지만 싸매주신다. [2] 이틀이 멀다 하고 다시 살려주시며 사흘이 멀다 하고 다시 일으켜주시리니, 우리 다 그분 앞에서 복되게 살리라. [3] 그러니 그리운 야훼님 찾아나서자. 그의 정의가 환히 빛나 오리라. 어김없이 동터 오는 새벽처럼 그는 오시고 단비가 내리듯, 봄비가 촉촉히 뿌리듯 그렇게 오시리라.” …. [6] 내가 반기는 것은 제물이 아니라 사랑이다.
* = * 호세아서는 호세아 한 가정의 불행한 역사를 소개하는 동시에, 이스라엘의 민족사와 어쩌면 한 치의 차이도 없음을 해설하고 있습니다.
호세아의 아내 고멜은 바람난 여자였습니다. 그러나 호세아는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고멜의 몸값을 치르러 재물을 준비해 가지고 아내를 찾으러 나섭니다. 아내를 만난 호세아는 고멜의 마음을 돌이키기 위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은 내 아내니, 다른 남자와 어울려 불의한 관계를 맺지 말고 들어 앉아 있으시오. 그렇게 오래 지낸 뒤에야 당신과 한 자리에 들리다.”(호 3:3)
이것은 흡사, 야훼 하느님을 떠나 이방 우상들을 찾아가 놀아나던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와 같았습니다. 선지자 호세아는 “이 백성(이스라엘)은 내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다가 쫓겨나 이 민족 저 민족 가운데로 떠도는 신세가 되었다”(호 9:17)고 탄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을 버리시지 않으시고, 그들을 찾아가 하느님의 백성으로서의 위상을 회복시키시려 갖은 애를 쓰고 계십니다.
그 대표적인 권유의 말씀이 “내가 반기는 것은 제물이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사랑이라”(본문 6절)는 말씀입니다. 사랑의 마음만 회복되면 깨어진 모든 관계가 회복되리라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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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음 } 루가복음서 18장 9-14절 …. [9] 예수께서는 자기네만 옳은 줄 믿고 남을 업신여기는 사람들에게 이런 비유를 말씀하셨다. [10] “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갔는데 하나는 바리사이파 사람이었고 또 하나는 세리였다. [11] 바리사이파 사람은 보라는 듯이 서서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욕심이 많거나 부정직하거나 음탕하지 않을 뿐더러 세리와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12] 저는 일 주일에 두 번이나 단식하고 모든 수입의 십분의 일을 바칩니다.’ 하고 기도하였다. [13] 한편 세리는 멀찍이 서서 감히 하늘을 우러러보지도 못하고 가슴을 치며 ‘오, 하느님! 죄 많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하고 기도하였다. [14] 잘 들어라. 하느님께 올바른 사람으로 인정받고 집으로 돌아간 사람은 바리사이파 사람이 아니라, 바로 그 세리였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면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면 높아질 것이다.”
* = * 성공회 기도서를 작성한 크랜머 주교(Thomas Cranmer, 1489-1556)는, 영어에서 그가 제일 사랑하는 단어가 ‘mercy’ 라고 평소에 말했다고 전합니다. 이 단어를 때로는 한글로 ‘자비’라고 번역하며, 때로는 ‘긍휼’이라고 번역합니다.
본문에서 세리가 하느님을 향하여 외친 기도에서 “죄 많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라고 번역해도 틀리는 것은 아니지만, 이 경우에는 “죄 많은 저에게 긍휼을 베풀어주십시오”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인간은, 누구든 하느님의 자비와 긍휼을 힘입지 않고는 아무 소망이 없는 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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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도 1과 } 로마서 6장 5-9절 …. [5] 우리는 그리스도와 같이 죽어서 그분과 하나가 되었으니 그리스도와 같이 다시 살아나서 또한 그분과 하나가 될 것입니다. [6] 예전의 우리는 그분과 함께 십자가에 못박혀서 죄에 물든 육체는 죽어버리고 이제는 죄의 종살이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7] 이미 죽은 사람은 죄에서 해방된 것입니다. [8]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또한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라고 믿습니다. [9] 그것은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그리스도께서 다시는 죽는 일이 없어 죽음이 다시는 그분을 지배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 = * 중국을 다니다가 세례식을 꼭 자기 집에서 해야 한다는 분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가 침례를 받기를 원했습니다. 집 밖에 큰 물통을 준비하고 거기에 물을 가득 담아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에게 침례로 세례식을 거행했습니다. 그때가 엄동설한이었으니까, 물에서 나와서도 한참을 더 있어야 했는데, 그가 퍽 괴로웠겠지요.
그러나, 그분이 죄에서 해방된 기쁨은 대단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분은 진실로 “사람은 단 한 번 죽게 마련이고, 그 뒤에는 심판을 받게 되리라”(히 9:27)는 신앙이 철두철미했던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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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주 하느님, 저희가 죄인이므로 마땅히 받을 벌을, 긍휼이 풍성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를 대신 지신 공로로 사함 받았음을 믿습니다. 저희가 이제 새 사람이 되었사오니, 죄와 마귀와 정욕을 맞서 싸우며 살게 하시고, 성령님의 도우심을 힘입어 늘 승리하며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