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을 바친 ‘웬 아이’의 마음

<사순절 제23일, 본문 묵상> ………………. (신복룡 신구약전서)

{ 만도 2과 } 요한복음서 6장 5-14절 …. [5] 예수께서 눈을 들어 많은 군중이 자신께 오는 것을 보시고 필립보에게 물으셨다.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소?” [6] 이는 필립보를 시험해 보려고 하신 말씀이었다. 그분은 자신이 하시려는 일을 이미 잘 알고 계셨다. [7] 필립보가 예수께 대답했다. “저마다 조금씩이라도 받아먹게 하자면 200 데나리온 어치 빵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습니다.” [8] 그때 제자들 가운데 하나인 시몬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가 예수께 말했다. [9] “여기 웬 아이가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져 왔습니다만,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10] 그러자 예수께서 이르셨다. “사람들을 자리에 앉게 하시오.”

그곳에는 풀이 많았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는데, 장정만 5천 명쯤 되었다. [11] 예수께서 빵을 손에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자리를 잡은 이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물고기도 그렇게 하시어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주셨다. [12] 그들이 배불리 먹은 다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버려지는 것이 없도록 남은 조각을 모으시오.” [13] 그래서 그들이 모았더니, 사람들이 보리 빵 다섯 개를 먹고 남긴 조각으로 열두 광주리가 가득 찼다. [14] 사람들은 예수께서 일으키신 표징을 보고 말했다. “이분은 정말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그 예언자이시다.”

* = * 성경에 ‘웬 아이’ 라고 했으니까, ‘웬 아이’ 라고 부르겠습니다. ‘웬 아이’는 소문난 선생님인 예수님을 한 번 뵙고 싶었습니다. 예수님께로 몰려가는 사람들은 주로 질병으로 오랫동안 몸에 불편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마는, ‘웬 아이’는 건강한 아이였습니다.

나이는 열 살 남짓했는데, 맨날 회당에 공부하러 가는 일을 오늘은 쉬고, 평소에 뵙기를 바랐던 랍비 예수님을 찾아 나선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착하신 어머니는 자기 아들 ‘웬 아이’ 에게 도시락을 싸 주었습니다. 보리 빵 다섯 개와 구운 생선 두 마리를, 나뭇잎과 헝겊으로 싸서 어깨에 동여매 주었습니다.

그 날은 날씨도 좋아서 사람들이 여기 저기서 많이 모여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위해 넓은 동산 둔덕 위에 자리잡으셨습니다. 모여든 군중들은 예수님을 에워싸고 동산에 가득 들어 앉았습니다.

‘웬 아이’는 몸이 날렵해서 사람들 틈으로 이리저리 빠져 들어가 맨 앞 자리에 앉았습니다.

말씀을 잠깐 멈추신 예수님께서, 군중들이 시장할 것을 염려하시는 말씀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때에 ‘웬 아이’는 자기가 메고 있는 도시락이 생각났습니다. 그러나 금방 ‘안돼, 그건 내가 먹으라고 어머니가 싸 주신 건데.. 빵도 몇 개 되지 않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문뜩 ‘웬 아이’의 머리에는, 앞에 서서 큰소리로 온 종일 말씀을 하셔야 하고, 병자들을 고쳐 주셔야 하는 예수 선생님께서 누구보다 시장하실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선생님께서 드시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웬 아이’는 자기 어깨에서 도시락을 풀어 한 제자(안드레아) 앞에 드렸습니다. ‘이것을 예수 선생님께..’ 라고 말을 얼버무리면서..

예수님께 ‘웬 아이’의 도시락이 전해지고, 예수님께서는 곧 식사전 감사기도를 하셨습니다.

목소리가 큰 베드로 제자의 안내를 받으면서 사람들은 약 50명씩 떼지어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웬 아이’의 도시락이 공급되고 있었습니다. 금방 동이날 듯한 도시락이 한없이 나누어졌습니다. 장정만 5천 명이 되는 많은 수의 사람들이 배 부르도록 먹고도 남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날 이 엄청난 기적을 현장 중심에서 보았던 ‘웬 아이’ 야말로 입을 다물래야 다물 수가 없이 놀랐습니다. 물론 ‘웬 아이’ 자신도 자기의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예수선생님의 손에서 받아먹는 자기 도시락의 맛은 평생 잊을 수가 없었고, 특별히 그의 온 생애 동안 예수님의 풍성함을 누리며 살게 되었으리라고 봅니다.

<기도> 주 하나님, 한 어린이의 정성스런 헌물이 5천 명 이상의 사람들의 배를 채우듯이, 저희의 조용한 선의의 손길로 배고프고 헐벗은 사람들이 다소간의 도움을 받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이리하여 하나님의 자비로운 도우심이 세상에 가득차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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