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제35일, 본문 묵상> …………….. (신복룡 신구약전서)
{ 복음 } 요한복음서 12장 3-11절 …. [3] 그런데 마리아가 비싼 순 나르드 향유 1 리트라를 가져와 예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발을 닦아 드리니 온 집 안에 향유 냄새가 가득했다. [4] 제자들 가운데 하나로 나중에 예수를 팔아넘길 유다 이스카리옷이 말했다. [5] “어찌하여 저 향유를 300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는가?” [6]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가난한 이들에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도둑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돈주머니를 맡고 있으면서 거기에 든 돈을 가로채곤 했다. [7] 예수께서 이르셨다. “이 여인을 그냥 두시오. 내 장례 날을 위하여 그 일을 계속하게 하시오. [8] 사실 가난한 이들은 늘 여러분 곁에 있지만, 나는 늘 여러분 곁에 있지 않을 것이오.” [9] 예수께서 그곳에 계시는 것을 알고 많은 유다인의 무리가 몰려왔다. 예수 때문만이 아니라, 그분께서 죽은 사람들 가운데에서 다시 일으키신 라자로도 보려는 것이었다. [10] 그리하여 제사장들은 라자로도 죽이기로 결의했다. [11] 라자로 때문에 많은 유다인이 떨어져 나가 예수를 믿었기 때문이다.
* = * ( 1 ) 마리아가 향유를 예수님께 부어 드린 일을 두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내 장례 날을 위하여” 하는 일이라 하셨습니다.(본문 7절) 유다인들의 장례를 치르는 습관 가운데 하나가 향유를 시신에 바르는 일이었습니다.
시신의 부패를 지연시키기 위해서, 또는 별세한 분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표시로 도유를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요 19:39-40 ‘니고데모의 경우’, 막 16:1 ‘막달라 마리아와 몇 여인들의 경우’ 등)
수난주간의 첫 날, 곧 예수님께서 생애의 마지막 주간을 맞이했던 첫 날에, ‘예수님의 장례를 준비하는’ 본문을 읽습니다.
베다니 마을의 마리아의 손을 빌어 예수님의 장례가 준비되고 있었지만, 정작 예수님은 베들레헴에서 성모를 통해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나실 때부터 죽음을 위해 오신 분이셨습니다.
( 2 ) 예수님은 본래 태초부터 영원토록 계신 분이시니까, 일시적으로 인간 세상에 머무신 것이, 인간으로 이루시고자 했던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죽는 일, 곧 속죄의 제물로 죽는 일이 그분의 인간으로 사셨던 목적이었습니다. 그렇지요?
저나 여러분 같은, 우리 인간들은 흔히 세상을 한 번 잘 살아보겠다고 야심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일쑤입니다. 좋은 학교를 졸업해서, 좋은 일자리를 구하고, 좋은 배필도 만나고, 억세게 재수좋으면 돈도 크게 벌고, 쓰고 싶은 데에다 넉넉히 쓰면서 한 세상 살아보는 그런 계획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 계획들은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 3 ) 그래서 철학자 정진홍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죽음을 삶의 현상으로 보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삶이란 몸이 사는 것을 ‘삶’이라고 하는데, 죽음도 역시 몸이 없어진 상태에서 일정 시간 세상에 머무는 것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그래서 ‘죽음이라는 삶’을 잘 살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이 ‘죽음이라는 삶’을 모범적으로 사신 분이 예수님이셨습니다.
저는 지금 인생 8학년을 살고 있기 때문에 저 나름대로 죽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령 연명치료 거부의 각서를 미리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또 인터넷에다 제 유언을 간단히 메모해서 제 장례식을 준비할 사람들을 위해서 써 놓았습니다. 또 제가 남긴 유품들을 정리할 방법도 적어 두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죽을 준비’ 라는 것이 고작 그런 유언장이나, 연명치료 거부 정도의 것 가지고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명이 붙어 있는 날까지, 무엇을 위해 내 생명을 살아야 할는지, 또 내 죽음이 무엇을 위한 죽음이어야 할는지를 찾고 또 그것을 위해 사는 일이 진정 죽음을 준비하는 일임을 오늘 다시금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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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주 하나님, 저희가 저희의 죽을 준비를 잘 하면서 살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저희의 삶과 죽음이 모두 하나님의 기쁨이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amen am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