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주간 수요일, 본문 묵상> …………… (공동번역 개정판)
{ 복음 } 요한복음서 13장 21, 23, 25-27, 30, 33-36절 …. [21]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나서 몹시 번민하시며 “정말 잘 들어두어라. 너희 가운데 나를 팔아넘길 사람이 하나 있다.” 하고 내놓고 말씀하셨다. …. [23] 그 때 제자 한 사람이 바로 예수 곁에 앉아 있었는데 그는 예수의 사랑을 받던 제자였다. …. [25] 그 제자가 예수께 바싹 다가앉으며 “주님, 그게 누굽니까?” 하고 묻자 [26] 예수께서는 “내가 빵을 적셔서 줄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다.” 하였다. 그리고는 빵을 적셔서 가리옷 사람 시몬의 아들 유다에게 주셨다. [27] 유다가 그 빵을 받아 먹자마자 사탄이 그에게 들어갔다. 그 때 예수께서는 유다에게 “네가 할 일을 어서 하여라.” 하고 이르셨다. …. [30] 유다는 빵을 받은 뒤에 곧 밖으로 나갔다. 때는 밤이었다. …. [33] “나의 사랑하는 제자들아, 내가 너희와 같이 있는 것도 이제 잠시뿐이다. 내가 가면 너희는 나를 찾아다닐 것이다. 일찍이 유다인들에게 말한 대로 이제 너희에게도 말하거니와 내가 가는 곳에 너희는 올 수 없다. [34] 나는 너희에게 새 계명을 주겠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35]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36] 그 때 시몬 베드로가 “주님,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지금은 내가 가는 곳으로 따라올 수 없다. 그러나 나중에는 따라오게 될 것이다.” 하고 대답하였다.
* = * ( 1 ) 가리옷 유다는 끝까지 예수님께 마음을 열지 않았습니다. 다만 놀라운 랍비 예수가 민족해방을 위해서 뭔가 일을 이루실 분으로 보기는 했지만, 하느님께서 인류를 구원하시려고 보내신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믿음은 그의 마음에 없었던 듯합니다.
그래서 유다는 스승 예수를 향해서 마음 속에 온통 불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겉돌지만 말고, 한 판 대결을 벌여, 예루살렘의 권세 잡은 사람들과 그들의 배후세력인 로마제국의 총독을 비롯한 로마군대를 일거에 몰아내고 다윗의 통치를 회복해 보시라’는 꿍꿍이를 하고 있었던 듯합니다.
이런 망상을 가졌던 유다였으니, 스승 예수님을 예루살렘의 세력과 맞장 붙여 일전불사의 기회를 만들고자 했겠지요. 예수님은 애초부터, 다윗왕실의 회복이 아니라, 인류의 죄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해결할 대속의 제물이 되시는 일에만 마음이 있었습니다.
마침내 과월절을 앞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제자들과 마주 앉은 예수님께서는 “너희 가운데 나를 팔아넘길 사람이 하나 있다.” 하고 심각한 말씀을 하실 때에도 가리옷 유다는 그 심각한 말씀을, 자기와는 상관없는 말씀으로 듣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빵을 적셔서 줄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다.” 하시며 빵에 소스를 발라 주실 때에도, 그는 마음 속에 딴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빵을 받아 먹은 후, 예수님께서 유다에게 “네가 할 일을 어서 하여라.” 하신 가슴 찢어지는 말씀을 하실 때에도, 그는 자기 자신의 깊은 속 마음을 알고 계심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후 밖으로 나간 가리옷 유다는 대제사장에게 가서 예수를 팔겠다는 약속을 했고, 그 대가로 현금을 받았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입 맞춤’으로 스승을 배반하는 것으로 작별을 고했습니다.
끝끝내 예수님께 마음을 드리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의 말씀을 모두 건성으로 듣고, 겉모양으로만 신앙생활(?)을 하다가, 최고의 존경과 사랑을 담은 ‘입 맞춤’으로 예수님을 배반할 위험이 있습니다.
( 2 ) 다른 제자들도 예수님의 말씀에 그리 진지한 자세가 아니었습니다. “주님을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바치겠습니다.”(요 13:37) 라고 장담하던 베드로도 마음에 없는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타가 공인하던 으뜸 제자가 이 지경인데, 다른 제자야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하지만 이런 나약한 제자들이었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내일을 바라보면서 귀한 제자들로 여겨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이후에도, ‘의리없이 스승을 버리고 도망친 제자들을’ 감싸 주셨고, 이해해 주셨으며, 다시 소망을 가지고 대해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육신으로는 제자들을 떠나셨지만, 영으로는 제자들과 함께 영원히 함께 하시리라는 약속을, 성령강림을 통해 이행하시고 증명하셨습니다.
그리하여 모두 주님의 충성스런 사도가 되어, 주후 54년에는 제자 야고보가 목이 잘려 죽임을 당할 때까지, 그리고 주후 60년에는 제자 마태가, 64년에는 베드로가 십자가에 거꾸로 달려 죽임을 당할 때까지, 그리고 햇수를 알 수 없는 때에 다른 제자들 곧 안드레, 빌립, 바돌로매, 도마, 작은 야고보, 다대오, 시몬이 각기 장렬한 순교로 하늘 나라에 먼저 오르신 예수님을 재상봉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제자 요한 만은 주후 100년까지 살아 남아 복음을 전하다가 자연사하여 하늘나라로 올라가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성령님의 인도를 따라 하늘 나라에서 예수님을 재상봉하게 되는 날까지, 우리는 아직 주님의 제자로 자만해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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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주 하느님, 저희가 불충하기 그지없사오나, 저희를 사랑해 주셔서 오늘도 주님의 제자의 반열에 끼워 주시고, 그 이름으로 세상을 살게 해 주셨음을 감사드립니다. 저희도 날마다 성령님의 양육을 받아가며 저희가 사는 곳에서 제자로 살게 하시고, 사후에 영원한 나라에서 예수님을 뵙게 하여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