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후 제1주일, 본문 묵상> …………….. (공동번역성서 개정판)
{ 구약 차용 } 사도행전 5장 27-32 (본문 생략)
{ 서신 } 묵시록 1장 4-8절 (본문 생략)
{ 복음 } 요한복음서 20장 19-31절 …. [19] 안식일 다음날 저녁에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무서워서 어떤 집에 모여 문을 모두 닫아걸고 있었다. 그런데 예수께서 들어오셔서 그들 한가운데 서시며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하고 인사하셨다. [20] 그리고 나서 당신의 손과 옆구리를 보여주셨다. 제자들은 주님을 뵙고 너무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21] 예수께서 다시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주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하고 말씀하셨다. [22] 이렇게 말씀하신 다음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숨을 내쉬시며 말씀을 계속하셨다. “성령을 받아라. [23] 누구의 죄든지 너희가 용서해 주면 그들의 죄는 용서받을 것이고 용서해 주지 않으면 용서받지못한 채 남아 있을 것이다.” (이하 생략)
* = *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열한 제자를 한 자리에서 만나주신 장면이 오늘의 복음본문입니다. 간단히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그리 중요한 만남이 아니라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기록되기를 간단히 기록되었을 뿐이지, 실상 상당히 비중있는 모임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예수님께서는 아주 중대한 네 가지 당부를 하셨습니다. ‘샬롬’의 행사 – 사도파송 예식 – 성령의 동행 예고 – 용서의 사명 부여, 이 네 가지 행사를 가지셨습니다. 그 각각을 해설해 드리니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1. <<‘샬롬’의 행사>> …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며칠만에 제자들을 만나시면서 ‘샬롬’ 인사를 하셨습니다. 보통 때의 인사는 한 번의 ‘샬롬’으로 족하지만, 예수님의 ‘샬롬’ 인사는 두 차례에 걸쳐 하셨습니다.(본문 19절과 21절)
‘샬롬’은 통상 ‘평화’라고 번역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샬롬’ 은 ‘전쟁이 없는 평화’나 마음의 안정을 의미하는 단순한 평화가 아니라, 인간의 죄로 말미암아서 하느님을 등지게 된 인간이 하느님의 죄 용서하심을 받아, 하느님과의 원만한 관계를 회복한 상태를 의미하는 ‘샬롬’ 즉 ‘하느님과의 화해’(고후 5:20)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본질적 평화는 ‘하느님과의 화해’에서 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피 흘리심으로 인류의 모든 죄가 대속함을 받아, 이제 ‘큰 화해’가 완성되었기 때문에, 예수님의 ‘샬롬’ 인사는 <너무 너무>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2. <<사도파송의 예식>> … 공생애 기간 동안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사도로 양성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이제 그들을 사도로 세상에 파송하실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수료식 또는 졸업식과 같은 것이겠지요. 하지만 실제로 사도로서의 역할이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파송예식이라고 봐야 옳겠지요.
이는 마치 하느님께서 독생자 예수를 구세주로 이 세상에 파송하신 것과 같이, 예수님께서 그의 제자들을 세상으로 파송하시는 것이라 하셨습니다.(본문 21절)
사도는 희랍어로 ‘아포스톨로스’ 즉 ‘대사’나 ‘공사’같은 한 나라의 통치자(왕이나 대통령)의 전권대리인이라는 뜻입니다.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전권대리인으로 파송하신 것과 같이, 예수님도 그의 제자들을 이 날 사도로 세상에 파송하신 것입니다.
3. <<성령의 동행 예고>> …. 사도들이 무슨 능력으로 사도의 직무를 수행할 수가 있겠습니까? 3년의 훈련을 받았다 해도 인간의 힘으로 이 거룩하고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성령을 통하여 친히 제자들과 함께 동행하시기로 약속하셨습니다. 오순절의 성령강림을 통하여 예수님께서는 영원토록 그의 사도들과 더불어 함께 하실 것을 예고하셨습니다.
이 날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향하여 숨을 내쉬셨다 했습니다.(본문 22절) 어떤 모양으로 숨을 내쉬셨는지는 서술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해서 얼굴에 숨을 내쉬었는지, 또는 모든 제자들을 향해서 한 번 큰 숨을 내쉬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숨’을 희랍어로 ‘프뉴마’라고 합니다. ‘성령’이라는 말도 같은 ‘프뉴마’라는 단어를 씁니다. 그래서 이 날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향해서 ‘숨을 내쉬신 것’으로 성령 받기가 완성되는 것인지, 아니면 오순절 날의 성령강림으로 완성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성령의 내주하심과 도우심이 한 두 차례의 기원으로 완성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루에 열 두 번 씩이라도 성령의 도우심을 비는 것이 온당하다고 믿습니다.
4. <<용서의 사명 부여>> … “너희가 용서해 주면, 그들의 죄는 용서받을 것이라.”(본문 23절) 하셨습니다. 앞의 ‘샬롬의 행사’에서 용서는 완결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마는,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이 세상에 나아가서 전할 메시지가 ‘하느님의 죄 사하심의 은혜’,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서로 잘못을 용서하고 화해(평화)의 사귐이 땅끝까지 퍼져 나가는 것’을 기독교의 사명으로 알려 주셨습니다.
우리는 성만찬 예식를 준비하면서 맨 먼저 ‘평화의 인사’를 나눕니다. 이 화해의 인사가 교회에 모인 회중 사이에서만이 아니고 땅끝까지 퍼져나가기를 목표로 하는 것이 예수님의 비전이셨습니다.
이 날 제자들에게 위의 네 가지 사항을 하명하고 떠나셔서, 예수님은 승천을 준비하십니다.
<기도> 주 예수여, 오늘의 교회가 회중을 사도로 훈련시켜 복음사역자로 세상에 파송하지 못하는 현상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모든 성직자들과 성도들의 마음을 북돋우사, 2천 년 전의 제자들을 사도로 파송하셨듯이 저희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아 세상에서 하느님의 전권대리인으로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