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트라도 한 몫을 합니다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신복룡 신구약전서)

{ 복음 } 요한복음 14장 8-11절 …. [8] 필립보가 예수께 말했다.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저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 [9]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필립보여,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함께 지냈는데도, 그대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요?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오. 그런데 그대는 어찌하여 말하기를, ‘너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라고 합니까? [10]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는 것을 그대는 믿지 않소? 내가 그대에게 하는 말은 나 스스로 하는 말이 아니오. 내 안에 머무시는 아버지께서 자신의 일을 하시는 것이오. [11]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고 한 말을 믿으시오. 믿지 못하겠거든 이 일들을 보아서라도 믿으시오.”

* = * 저는 영화 ‘벤허’를 아마 백 번도 보았을 것입니다. 거기 예수님이 등장하는데, 주인공 벤허가 죄수로 잡혀 종신 노예선을 젓는 형을 받기 위해 항구 두로로 호송되어 가던 길에 나자렛 동네에 들러 기진해 죽어갈 때, 예수님께서 주신 물을 마시고 살아났습니다.

명장 감독 윌리엄 와일러가 그 장면을 찍기 위해 동원했던 한 엑스트라 배우가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을 제가 알 리가 없습니다. 그는 로마 하사관으로 연기한 사람인데, 촬영 당시 그는 미처 교통편이 허락되지 못해 촬영지에 도착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제작진들이 다른 엑스트라를 써서 빨리 촬영을 끝내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윌리엄 와일러 감독은 그가 도착할 때까지 이틀을 기다리자고 했습니다. 결국 수많은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이틀을 아무 촬영을 더 진행하지 못한 채, 이틀 동안의 막대한 예산을 허비하면서 기다렸습니다. 과연 그의 거들먹거리는 표정과 절대자이신 예수님 앞에서 멋쩍은 표정을 하는 연기가 남달랐습니다.

물론 하나님의 구원역사는 아브라함, 모세, 다윗, 또는 신약의 베드로와 바울 같은, 빼어난 영도자들의 역할에 힘입는 경우도 많았지만, 하나님께서는 수많은 엑스트라를 기용하는 일을 오히려 더 많이 하고 계셨습니다.

아브라함을 위해 단역을 맡은 하나님의 사람 멜기세덱을 동원하셨고, 모세를 등장시키기 위해 그의 누이 미리암과 어머니 요게벳을 동원하셨고, 다윗이 있기까지 수많은 단역들이 등장합니다.

또 사도 바울의 선교활동에 동원되었던 동역자들의 수를 신약성경에서 자세히 세어 본 사람의 집계가 총 36명이라고 합니다. 기록된 사람의 수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누락되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여러분 가운데는, 물론, 벌써 역사에 기록이 남을 주연급 헌신을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나같은 단역의 사람은 하나님께서 별로 중요시하지 않으실 거다’ 라고 생각하실 분도 계실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윌리엄 와일러 감독 못지않게, 하나님께서는 단역을 맡는 사람, 수많은 엑스트라들을 중요시하십니다.

제 할머니는 지금부터 약 100년 전, 평안남도 용강군의 한 농촌에서 다섯 자녀들과 더불어 농사만 지으며 아득바득 살고 계셨던 젊은 과부였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그에게 중요한 단역을 맡기셨고, 그 역할로 저의 집안에 복음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름이 남는 것만이 업적은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 드려진 삶 자체가 업적입니다. 교회 역사는, 이름이 남지 않는 많은 분들의 헌신을 통해서 전승되어 옵니다.

오늘 우리는 예수님의 제자들 가운데, 필립보와 야고보(*세베대의 아들이며 사도 요한의 형 야고보가 아닌 ‘작은 야고보’를 말함)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그들의 역할에 관해서는 별로 뚜렷한 기록이 복음서에도 나와 있지 않고, 예루살렘 초대교회가 이루어진 후, 그들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도 잘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이 예수님의 공생애를 통해서, 또 초대교회의 역사를 통해서, 그리고 그들의 선교활동을 통해서 이룬 모든 일들을 하나님께서는 존귀히 여기시며, 하늘 나라 생명책에 기록하셨을 것입니다.

엑스트라인 저와 여러분, 엑스트라는 하나님께서 결정적으로 중요하게 여기시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오늘을 살아 가십시다.

<기도> 주 하나님, 저희에게 엑스트라 역할을 맡겨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때가 오면, 저희의 역할을 수행할 시점에 이른 것을 자각하는 순간, 저희의 역할을 잘 감당하게 도와 주시고, 마지막 날 하늘에 준비된 상급을 받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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