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후 3주일, 본문 묵상> ……………. (공동번역성서 개정판)
{ 구약 차용 } 사도행전 9장 3-6절 …. [3] 사울이 길을 떠나 다마스쿠스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에 갑자기 하늘에서 빛이 번쩍이며 그의 둘레를 환히 비추었다. [4] 그가 땅에 엎드러지자 “사울아, 사울아. 네가 왜 나를 박해하느냐?” 하는 음성이 들려왔다. [5] 사울이 “당신은 누구십니까?” 하고 물으니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 [6] 일어나서 시내로 들어가거라. 그러면 네가 해야 할 일을 일러줄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는 대답이 들려왔다.
{ 서신 } 묵시록 5장 11-14절 …. [11] 나는 또 그 옥좌를 둘러선 많은 천사들과 생물들과 원로들을 보았고 그들의 음성도 들었습니다. 그들의 수효는 수천 수만이었습니다. [12] 그들은 큰소리로 “죽임을 당하신 어린 양은 권능과 부귀와 지혜와 힘과 영예와 영광과 찬양을 받으실 자격이 있으십니다.” 하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13] 그리고 나는 하늘과 땅과 땅 아래와 바다에 있는 모든 피조물 곧 온 우주 안에 있는 만물이, “옥좌에 앉으신 분과 어린 양께서 찬양과 영예와 영광과 권능을 영원 무궁토록 받으소서!” 하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14] 그러자 네 생물은 “아멘.” 하고 화답했으며 원로들은 엎드려 경배했습니다.
{ 복음 } 요한복음 21장 15-17절 …. [15] 모두들 조반을 끝내자 예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베드로가 “예, 주님.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께서는 “내 어린 양들을 잘 돌보아라.” 하고 이르셨다. [16] 예수께서 두 번째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정말 사랑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예, 주님.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베드로가 이렇게 대답하자 예수께서는 “내 양들을 잘 돌보아라.” 하고 이르셨다. [17] 예수께서 세 번째로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베드로는 세 번이나 예수께서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물으시는 바람에 마음이 슬퍼졌다. 그러나 “주님, 주님께서는 모든 일을 다 알고 계십니다. 그러니 제가 주님을 사랑한다는 것을 모르실 리가 없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께서 “내 양들을 잘 돌보아라.” 하고 분부하셨다.
* = * ( 1 ) 오늘 구약차용(사도행전 5장)의 말씀을 보면 율법주의 유대교의 젊은 엘리트 사울을 찾아오신 예수님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기독교인을 모두 색출하고 처벌하기 위해 다마스쿠스로 가고 있던 사울에게, 부활-승천하신 예수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아주 강렬한 빛으로 임하실 때, 사울은 땅에 거꾸러졌습니다. 이때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사울아, 사울아, 네가 왜 나를 박해하느냐?” 땅에 엎드린채 사울이 물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하늘에서 음성이 들리기를, “나는 네가 핍박하는 예수다.”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사울이 다마스쿠스에 들어가게 되면, 하느님의 구원역사에 사울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알려 줄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알려 주셨습니다.
오늘의 복음본문(요한복음 21장)을 보면, 예수님의 공생애 기간 중에 줄곧 따라다니며 제자훈련을 받은 베드로를, 예수님께서 갈릴리 바닷가까지 찾아오셔서 만나 주신 일을 봅니다. 제자들을 통하여 교회를 설립하시고, 복음을 땅끝까지 선포하도록 사명을 맡기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사울은 지금껏 기독교를 박해하던 사람인데 어떻게 갑자기 하느님의 일꾼으로 부르시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그렇게도 하느님께서 일꾼을 불러 쓰실 수도 있는 것이고, 충실히 곁에 두고 훈련시켜서 하느님의 일꾼으로 삼으실 수도 있습니다. 천편일률적으로 하느님의 사역자가 배출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성직자도 복음전도자가 될 수 있지만, 일반신도들도 훌륭한 복음전도자가 될 수 있습니다. 평교인인 T. S. 엘리옷과 C. S. 루이스가 얼마나 세계적으로 많은 지성인들을 신앙으로 인도했는지 이루 다 셀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성직자들 만이 영적 사역을 할 수 있다고 고집하는 성직자는 이젠 별로 없습니다. 또한 일반신도는 영적 사역을 할 수 없다고 보는 일반성도들도 별로 없습니다. 이젠 전문 성직자들과, 전문인 사역자들이 협력하여 하느님의 나라를 이룩해야 할 시대입니다.
( 2 ) 오늘의 요한복음 본문에 보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찾아 오셔서, 마지막 당부를 하고 계십니다. 당부하실 말씀은 가슴에 안고 계신 채,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사랑의 질문>을 하십니다. 몰라서 묻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15절)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대답해 보기를 바라시는 질문을 던지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경쟁을 시키시는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그러지않아도, 베드로가 “비록 모든 사람이 주님을 버릴지라도 저는 결코 주님을 버리지 않겠습니다.”(마 26:33, 막 14:29) 이렇게 마치 자기 혼자 만이 예수님을 사랑하듯 자만하는 통에 다른 제자들을 기분 나쁘게 만든 일이 있었는데, 예수님도 그렇게 베드로만 싸고 도느냐 하는 불쾌감이 있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질문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와는 반대의 질문이셨습니다.
경쟁적으로 신앙생활을 할 일이 아니라, 다시 말하면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자신감을 가지든가, 또는 패배감으로 고민할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 예수님 사이에 얼마나 신실한 사랑의 관계가 되어 있는가>를 성찰하면서 살기를 바라신 것이 예수님의 뜻이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가 예수님께 세 번 씩이나 사랑의 확언을 드리면서도, 다시는 남과 경쟁하던 그의 어법습관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기도> 주 하느님, 저희가 하느님 앞에서 다른 사람들과 경쟁적으로 영적 사역을 담당하지 말 것을 깨닫게 하시니 감사 드립니다. 저희 자신과 하느님과의 사이에 사랑의 관계가 어떠한가에만 저희 마음을 쓰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