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역사를 펴신 하느님

<부활 5주일, 본문 묵상> ………………. (공동번역성서 개정판)

{ 구약 차용 } 사도행전 11장 15-18절 …. [15] “내(*사도 베드로)가 말을 시작하자 성령이 처음에 우리에게 내려오셨던 것과 같이 그들 위에도 내려오셨습니다. [16] 그 때 나는 요한은 물로 세례를 베풀었지만 여러분은 성령으로 세례를 베풀 것이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17] 이와 같이 하느님께서는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은 우리에게 주신 것과 같은 선물을 그들에게도 주셨는데, 내가 누구이기에 감히 그 하시는 일을 막을 수 있었겠습니까?” [18] 그들은 이 말을 듣고 잠잠해졌다. 그리고 “이제 하느님께서는 이방인들에게도 회개하고 생명에 이르는 길을 열어주셨다.” 하며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 서신 } 묵시록 21장 1, 3-5절 …. [1] 그 뒤에 나(*사도 요한)는 새 하늘과 새 땅을 보았습니다. 이전의 하늘과 이전의 땅은 사라지고 바다도 없어졌습니다. … [3] 그 때 나는 옥좌로부터 울려 나오는 큰 음성을 들었습니다. “이제 하느님의 집은 사람들이 사는 곳에 있다. 하느님은 사람들과 함께 계시고 사람들은 하느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친히 그들과 함께 계시고 그들의 하느님이 되셔서 [4]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주실 것이다. 이제는 죽음이 없고 슬픔도 울부짖음도 고통도 없을 것이다. 이전 것들이 다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5] 그 때 옥좌에 앉으신 분이 “보아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다.” 하고 말씀하신 뒤 다시금 “기록하여라, 이 말은 확실하고 참된 말이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 복음 } 요한복음 13장 33-35절 …. [33] “나(*예수님)의 사랑하는 제자들아, 내가 너희와 같이 있는 것도 이제 잠시뿐이다. 내가 가면 너희는 나를 찾아다닐 것이다. 일찍이 유다인들에게 말한 대로 이제 너희에게도 말하거니와 내가 가는 곳에 너희는 올 수 없다. [34] 나는 너희에게 새 계명을 주겠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35]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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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때때로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장차 승천하시면 다시는 제자들을 친히 상면하실 기회가 없을 것이므로, 제자들과 맺은 약속들을 다시금 굳게 다지시는 작별의 기회를 가졌습니다.

제자들을 향하여 주신 당부의 말씀들은, 제자들을 후계한다고 자부하는 저와 여러분 모두에게 남기신 당부이기도 하셨습니다.

이 당부의 말씀들을 오늘 성경 세 군데에서 찾아봅니다. 그 하나가 사도행전에서 베드로에게 주셨던 말씀, 그리고 요한의 묵시록에서 요한에게 주신 말씀, 그리고 열두 제자에게 친히 당부하셨던 말씀,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이 세 개의 본문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새로운 역사를 펼치시는 하느님의 설계”라는 점이었습니다. 그것을 다음과 같이 해설합니다.

가) <인류는 하나이다> …. 구약시대에는 하느님의 백성이 유다인들 뿐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의 후예’라는 것이 구원의 백성이라는 절대적인 전제였고, 이방 백성들은 역사 속에서 모두 유다 민족의 들러리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사도 베드로에게 새로운 역사의 지표를 알려 주십니다. 즉, 성령께서 이방인에게도 내려오신다는 사실(행 11장 본문), 말하자면, 하느님께서는 이방인들을 포함한 온 세계민들 속에서 구원역사를 진행하고 계심을 선포하셨습니다.

나) <하느님께서 인류를 친히 통치하신다> …. 묵시록 21장 서두에서 사도 요한이 “새 하늘과 새 땅”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육안으로 보는 천체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천체가 물상적으로 바뀌든 안 바뀌든, 그것과는 관계없이 ‘하느님께서 친히 통치하시는 새 세계’가 올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우리들의 현실세계는 참으로 암담합니다. 구체적인 멸망이 눈앞에 있는 듯 보입니다. 엄청난 전쟁의 위협, 지구 전체가 공해더미로 될 위협, 무자비한 자연 재해, 우주의 돌연한 변화가 단 하나인 지구를 파멸할 위험 등등 온통 증폭되어 가고 있는 염려 뿐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통치는 그런 위협들을 넘어 “죽음도 없고, 아무 고통도 없는” 새 세상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주여, 어서 오시옵소서.

다) <하느님의 나라의 새로운 계명은 ‘사랑’이다> … 모세를 통하여 인류에게 주신 하느님의 법이 있습니다. 다섯 권의 책(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으로 엮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새 계명을 주신다 하시고, 단 하나의 법을 말씀하셨습니다. ‘사랑’의 계명입니다. 이것 역시 새로 시작하시는 하느님의 통치의 대변화의 모습입니다.

세계를 하나의 백성, 곧 하느님의 통치 하에 있을 백성으로 삼으시는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인류에게 내리신 단 하나의 계명이 있었습니다. “너희는 서로 사랑하라.” 하셨고,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너희가 내 제자(백성)인 것을 세상이 알게 되리라’ 하셨습니다.

사랑의 사람이 되는 것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사명입니다.

<기도> 주 하느님, 이 세상 모든 인류가 하느님의 통치 아래 살게 됨을 감사드립니다. 그 나라의 계명을 ‘사랑’이라고 하셨사오니, 저희가 하느님의 통치 아래 사는 백성 답게, 사랑이 저희의 삶의 동기가 되고, 목적이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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