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노래가 자녀의 생애를 좌우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공동번역 개정판)

{ 복음 } 루가복음서 1장 46-55절 …. [46] 이 말을 듣고 마리아는 이렇게 노래를 불렀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47] 내 구세주 하느님을 생각하는 기쁨에 이 마음 설렙니다. [48] 주께서 여종의 비천한 신세를 돌보셨습니다. 이제부터는 온 백성이 나를 복되다 하리니, [49]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 일을 해 주신 덕분입니다. 주님은 거룩하신 분, [50] 주님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는 대대로 자비를 베푸십니다. [51] 주님은 전능하신 팔을 펼치시어 마음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52] 권세 있는 자들을 그 자리에서 내치시고 보잘것없는 이들을 높이셨으며, [53] 배고픈 사람은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요한 사람은 빈손으로 돌려보내셨습니다. [54] 주님은 약속하신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의 종 이스라엘을 도우셨습니다. [55] 우리 조상들에게 약속하신 대로 그 자비를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토록 베푸실 것입니다.”

* = * 예수님의 모친 마리아가 지은 시는 단 한 편이 남아 2천 년 동안 교회의 으뜸 노래가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오늘의 복음본문으로서, 라틴어 번역으로는 ‘마그니피카트’(Magnificat) 라는 단어로 시작하기 때문에 이 노래의 이름을 ‘마그니피카트’라고 불러 왔습니다.

노래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 <46-49절> : “하느님께서 내(마리아)게 복된 일을 이루어주셨으니 내가 하느님께 찬미를 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2) <50-53절> : “내게 베푸신 일이란 세상을 변혁시키는 엄청난 일이었습니다. 마음이 교만한 자들을 그들의 권력의 자리에서 내려 앉히시고, 부자들을 처참하게 만드셨습니다. 이 모든 일들은 메시아가 이 세상에 오셔서 성취하실 일들이었고 이것은 이미 예언자들을 통하여 약속하셨던 일들이었습니다.”

다분히 혁명가적인 내용입니다. 이 노래 하나만 부른 것은 아니었겠지만, 마리아가 자신의 태중에서 세상을 구원하실 메시아가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부른 노래였기 때문에, 우리가 이 노래의 의미에 집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노래를, 아기 예수님을 잠재울 때에도, 집안에서 일을 할 때에도, 길을 걸을 때에도, 얼마나 이 노래를 마음을 다해 불렀겠습니까? 이 노래의 가사가 메시아의 사역을 노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노래를 끝도없이 들으면서 자라났던 예수님의 마음 속에 “어머니는 영원한 내 편이라”는 신념이 섰을 것 아닙니까?

발생심리학적으로 부모님의 노래가 자녀의 세계관과 인생관에 미치는 영향이 지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령, 우리 부모가 날이면 날마다 이미자의 ‘동백꽃’(“동백꽃잎에 새겨진 사연..”) 이라든지 최희준의 인생길(“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을 목놓아 부르고 있었다면 그들의 자녀들의 인생관이 무엇이 되었겠는지 짐작할 수 있지 않습니까?

요사이는 노래방 시설까지 있는 시대여서, 무슨 노래가 주종목인가를 찾아보니, 1) 진성의 ‘안동역에서’(“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 2) 박군의 ‘한잔해’(“내가 쏜다 한잔해..”) 3) 진미령의 ‘미운 사랑’(“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한 죄로..”) 4) 조째즈의 ‘모르시나요’(“모르시나요, 그대는 내 사랑인걸요..”) 이런 리스트가 뜨더라고요. 곡조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곡조도 제게 아무 매력이 없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런 노래들을 자식들 듣는 앞에서 맨날 부르고 있다면 그 자식들의 생각이 어디에 집중하고 있을 것인가는 명확하지 않습니까?

제 부모는, 집안에서 노래하거나 남들 앞에서 노래를 해도 찬송가 밖에는 부르신 노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장수철 작곡의 “주는 나를 기르시는 목자요, 나는 주님의 귀한 어린 양..”을 부르셨고, 아버지는 본래 바리톤 가수가 되려다가 목사님이 되신 분이어서 찬송을 인도할 때면 우렁찬 목소리로 “주 날 불러 이르소서, 말씀대로 전하오리, 나 주님의 뜻을 따라 길 잃은 양 찾으리다..”(찬송가 267장, 슈만 작곡) 부르시곤 했습니다. 지금도 하늘나라에서 우렁찬 찬송을 부르시겠지요.

<기도> 주 하느님, 자식들 앞에서 저희가 부르는 노래가 자녀의 생애를 좌우할 것이니, 아무 노래나 부르지 말게 하시고, 저희 자신과 자식들의 뜻이 하느님 나라에 있게 하는 노래만 부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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