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공동번역성서 개정판)
{ 구약 } 레위기 25장 8-13, 23절 …. [8] “너희는 또 일곱 해를 일곱 번 해서, 안식년을 세어라. 이렇게 안식년을 일곱 번 맞아 사십구 년이 지나서 [9] 일곱째 달이 되거든 그 달 십일에 나팔 소리를 크게 울려라. 죄 벗는 이 날 너희는 나팔을 불어 온 땅에 울려 퍼지게 하여라. [10] 오십 년이 되는 이 해를 너희는 거룩한 해로 정하고 너희 땅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해방을 선포하여라. 이 해는 너희가 희년으로 지킬 해이다. 저마다 제 소유지를 찾아 자기 지파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11] 오십 년이 되는 해는 너희가 희년으로 지낼 해이니, 씨를 심지도 말고 절로 자란 것을 거두지도 말고 순을 치지 않고 내버려 두었는데 절로 열린 포도송이를 따지도 말라. [12] 이 해가 희년이니, 이 해를 거룩하게 지내야 한다. 너희는 밭에서 난 소출을 먹고 지낼 수 있을 것이다. [13] 이 희년에 너희는 저마다 자기 소유지로 돌아가야 한다. … [23] 땅은 아주 팔아 넘기는 것이 아니다. 땅은 내 것이요, 너희는 나에게 몸 붙여 사는 식객에 불과하다.
~~~~~
* = * 20세기는 자유주의(자본주의)와 사회주의(공산주의)가 격렬하게 대립했던 시대였습니다. 두 가지 이념으로 온 세계는 양분되었으며, 그 대결의 세계전을 바로 우리나라, 이 한반도에서 치뤘습니다. 지금껏 그 여파로 우리나라는 남북이 분열되어 있습니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강조하며, 사유재산제도와 시장의 자유를 옹호했습니다. 그런데, 극단적 자유는 약자를 외면하며,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맹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주의>는 공동체의 평등과 다수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권리를 제한했습니다. 그리하여 극단적 사회주의는 전체주의와 자유를 억압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인류의 역사는 이 두 이념의 모순 속에서 몹시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는 도대체 이 두 이념 밖에는 없는 것인가, 이 이념적 대결에서 벗어나는 길은 없단 말인가, 하고 탄식하게 되었습니다.
성경은, 이미 3천 5백여 년 전에 ‘희년의 정의’(‘회개, 해방, 원상복귀, 그리고 안식의 해’)라는 사회질서를 말하고 있어서, 이것이 하느님께서 선포하신 ‘오리지널 이념’임을 우리는 봅니다. 이 이념이야 말로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를 넘어설 뿐만 아니라, 이념적 갈등을 해소하는 하느님께서 주신 평화의 열쇠입니다.
레위기 25장 23절은 “토지를 영구히 팔지 말 것은 토지는 다 내 것임이니라. 너희는 거류민이요, 동거하는 자로서 나와 함께 있느니라”(개역개정)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정신은, 땅 뿐만 아니라, 물도, 공기도, 석유를 비롯한 모든 지하자원, 그리고 인간도 매매의 대상일 수 없음을 깨닫게 합니다.
이 희년법(레위기 25장)은 개인의 존엄을 살리면서 공동체의 균형을 회복하는 하느님의 경제원리입니다. 노동을 가함이 없이 자연에서 얻는 것들은 개인이 소유할 수 없음을 말하고, 소유공개념으로 이해할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옛날에는 유대인들 만이 50년마다 지키고 있었던 희년(* ‘큰 안식년‘)의 행사였는데, 이로써 무한대한 인간의 탐욕을 제어하고,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를 함께 살리는 ‘제삼의’ 이념인 것입니다.
이것은 그 옛날 유대인들의 법이지, 지금도 통용되어야 할 법이 아니라고 많은 사람들은 말하고 싶어 합니다. 물론, 사회주의나 자유시장경제 이념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은 이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도, 이 희년법이 얼마나 우리 무지몽매한 인간들에게 하느님께서 베푸신 복된 이념인지 점차 터득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기도> 주 하느님, 인간에게 긍휼을 베푸셔서, 희년의 광명한 빛을 보여 주셨음을 감사드립니다. 저희의 탐욕을 비우고, 땅과 생명과 시간의 주인이신 하느님만 의지하면서, 오늘 희년 정신으로 이 땅에서 평화롭게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