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0주일, 말씀 묵상> ……………….. (공동번역성서 개정판)
{ 복음 } 루가복음서 12장 49-53절 …. [49] “나는 이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이 불이 이미 타올랐다면 얼마나 좋았겠느냐? [50] 내가 받아야 할 세례가 있다. 이 일을 다 겪어낼 때까지는 내 마음이 얼마나 괴로울지 모른다. [51] 내가 이 세상을 평화롭게 하려고 온 줄로 아느냐? 아니다. 사실은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52] 한 가정에 다섯 식구가 있다면 이제부터는 세 사람이 두 사람을 반대하고 두 사람이 세 사람을 반대하여 갈라지게 될 것이다. [53] 아버지가 아들을 반대하고 아들이 아버지를 반대할 것이며 어머니가 딸을 반대하고 딸이 어머니를 반대할 것이며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반대하고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반대하여 갈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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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1 ) “나는 이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49절 상반절) 이런 언사는 ‘방화범’이나 외칠 수 있는 소리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방화범이라니요? 말이 안됩니다.
예수님께서 서로 화목하게 하시지는 못할 망정, 왜 서로 극렬하게 반목하도록 하시겠습니까, 우리는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의문은 간단히 풀릴 수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를까 말까를 결정할 때에, 서로 대적할 수 없는 부모 자식 간에, 형제 간에, 친구 간에서 의견이 분리될 경우에는, 서로 심각하게 격돌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 대결 현상을 있게 한 분이 예수님이라는 뜻에서, ‘나는 불을 지르러 세상에 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대부분의 세상 권세는 결정적으로 하느님의 권위에 맞서기 때문에, 하느님의 뜻을 따르려는 사람들은 세상 권세에 항거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생깁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을 파괴하시기 위해 불을 지르신 것이 아닙니다. 세상 권세들이 구원의 하느님께 대적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마찰인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이 마찰을 피하시기 위하여, 구원 역사를 포기하셔야 하겠습니까? 그럴 수 없습니다.
( 2 ) “이 불이 이미 타올랐다면 얼마나 좋았겠느냐?”(49절 하반절) 이것이 무슨 뜻입니까? 죄와 악령의 역사가 가득찬 이 세상 속에 들어오신 예수님(복음)은 당연히 죄악의 권세와 부딪치면서 불꽃 튀는 싸움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데, 이 전쟁은 빨리 전개되고 빨리 종결을 맺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마치 별똥별이 대기층에 진입하게 되면, 강렬한 빛을 발하며 산화하는 것처럼, 복음진리가 세상 속으로 들어오면서, 불꽃 튀는 대결을 일으킬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처참한 격전을 치르는 일일지라도, 복음진리는 이 세상에 구원과 생명을 주시므로, 세상에 전할 수 밖에 없습니다. 복음의 주체인 예수님을 따라 우리 성도들도 세상 속에서 이 복음의 불을 지르는 편에 서 있는 사람들입니다.
복음의 불은 개개인의 영혼 속에서 ‘회개의 불길’로 번져갑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혼 속에서 치열한 영적 전쟁이 일어나고, 사탄이 쫓겨나갈 때까지 그 영적 전쟁의 포화는 멎지 않습니다. 이윽고 성령의 불꽃이 악령을 물리칩니다.
그렇다고 해서 복음진리가 사회적으로 폭력을 자행하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어디까지나 하느님의 영적 전쟁은 사회적으로 비폭력의 양상을 띱니다. 비폭력이라고 해서, 사탄의 세력과 타협하는 일은 없습니다. 전적으로 하느님의 주권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혼 속에서 온전히 사랑으로 승리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 3 ) 위에서 우리는 49절의 상반절과 하반절의 의미를 풀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50절에서 49절의 의미를 더욱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을 우리는 봅니다. 즉 “내가 받아야 할 세례가 있다. 이 일을 다 겪어낼 때가지는 내 마음이 얼마나 괴로울지 모른다.”(50절) 49절의 ‘지르는 불’과 예수님께서 당하실 ‘세례’는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불’의 피해를 맨 먼저 입으신 분은 예수님이라는 뜻의 말씀인 것입니다. 구원의 복음진리를 세상에 전하시는 예수님께서, 이 일로 말미암아 ‘어떤 세례’를 받으시게 될 터인데, 우리는 ‘그 세례’가 ‘고난의 세례’, 곧 십자가 위의 죽으심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룩 12:50, 막 10:38-39)
<기도> 주 하느님, 지금도 온 세상에서 타고 있는 복음의 불길,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혼 속에서 죄악의 세력과 맞대결 벌이는 영적 전쟁의 불길이 곳곳에서 타오르고 있는 것을 저희가 봅니다. 마침내 결전을 마치어 하느님께서 승리하시고 하늘 나라에서 개선의 잔치를 벌이시는 날, 저희도 주님과 함께 개선행진에 있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