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거스틴 기념일, 말씀 묵상> …………. (공동번역성서 개정판)
로마서 13장 11-14절 …. [11] 이렇게 살아야 하는 여러분은 지금이 어느 때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이 잠에서 깨어나야 할 때가 왔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처음 믿던 때보다 우리의 구원이 더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12] 밤이 거의 새어 낮이 가까웠습니다. 그러니 어둠의 행실을 벗어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 [13] 진탕 먹고 마시고 취하거나 음행과 방종에 빠지거나 분쟁과 시기를 일삼거나 하지 말고 언제나 대낮으로 생각하고 단정하게 살아갑시다. [14]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온몸을 무장하십시오. 그리고 육체의 정욕을 만족시키려는 생각은 아예 하지 마십시오.
* = * 위의 성경본문은 어거스틴(Augustine of Hippo, 354 – 430)에게 회심의 동기를 부여했던 성구인 것을 여러분은 대부분 아실 것입니다.
북아프리카 출신인 어거스틴은 카르타고를 거쳐 이탈리아 로마로 유학와서 공부한 후, 다시 일자리를 찾아 밀란으로 와서, 수사학, 철학, 법학 등의 강사로 인기를 얻은 젊은 학자였습니다.
그의 아버지 파트리키우스는 로마 사람들의 다신교 미신과 더불어 북아프리카의 토속 미신도 믿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어거스틴의 어머니 모니카는 그녀의 외조부와 외조모에게서 기독교신앙으로 단련된 신자였는데도, 어거스틴은 부모의 어느 쪽도 따르지 않고, 마니교(일종의 혼합종교)에 심취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어거스틴이 공부하고 있었던 철학은 ‘네오-플라토니즘’이라는, 고대 희랍철학의 복고적 풍조에 심취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밀란 청년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학자 어거스틴의 마음은 마니교로도 희랍철학으로도 메워질 수 없는 마음의 허전함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선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베풀던 교수인 자기 자신이, 오히려 남부끄러운 사생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카르타고에서 공부하던 열여섯 살 때부터 한 여자를 사귀어 살림을 차리게 되었고, 그 여자에게서 아들 아데오다투스를 낳게 되었으므로, 경제생활도 힘들었지만, 무계획하고 무질서한 그의 청춘은 누구보다 소망이 없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내면에 뿌리깊은 갈등, 즉 명예욕, 재물욕, 정욕에 어쩔 수 없이 끌려 가고 있는 자신의 실체를 보면서, 밀란의 주교 암브로시우스의 설교를 통하여, 그의 어두운 삶 속에 광명한 빛으로 들어오는, 고결한 삶으로의 초대는 그를 크게 번민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거스틴은 자기가 거닐던 담 너머에서 들려오는 어린이들의 노래가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들고 읽어라”라는 노랫말이었습니다. 어거스틴은, 이것은 분명히 그에게 주시는 ‘계시’라는 생각에서,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성경을 펼치고 읽었습니다.
거기에는 “지금이 어느 때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 ” 로 열리는 오늘의 본문 단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말씀을 읽는 어거스틴의 마음에, 그가 장차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가 환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암브로시우스 주교를 찾아 만나서, 세례를 받고 예수님을 영접했습니다.
4년 후, 그는 기도의 어머니인 모니카를 모시고 고향인 타가스테로 돌아가던 중 불행히도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납니다. 육신의 어머니요 믿음의 어머니를 잃었지만 그는 고향 히포의 교회를 열심히 섬겼습니다.
많은 신자들과 특별히 주교의 권고를 받고, 어거스틴은 391년에 사제 서품을 받았습니다. 다시 5년 후에 히포의 주교로 선출되어 35년간 주교직을 수행했습니다.
그는 아내와 상의하여 아들은 자기가 맡아서 양육하기로 하고, 아내는 북아프리카 한 지방에서 수도자로 여생을 보냈습니다.
인간은, 하느님을 배반한 진노의 자식으로 태어나지만, 하느님의 긍휼과 자비를 힘입어 구원의 백성이 된다는 것, 곧 ‘오로지 하느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는다’는 정통 기독교신학을 정립한 설교자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그는 신학자이기 이전에 목회자였고, 학자이기 이전에 신앙인이었습니다.
어거스틴은 아들을 무척 총명하게 생각했고 귀여워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사랑하는 아들이 열일곱 살 나던 해에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기도> 주 하느님, 보통 사람인 어거스틴을 저희에게 주셔서, 죄 많은 곳에 은혜가 풍성함의 실증을 보여 주시고, 저희들도 소망을 가지게 하셨음을 감사드립니다. 오로지 하느님의 은혜로만 저희가 구원을 얻는다는 믿음이 저희를 평생 살리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amen am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