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와 정의의 선포는 목숨 걸어야

<세례자 요한 참수일, 말씀 묵상> ….…… (공동번역 개정판)

{ 구약 } 예레미야 1장 2, 6-8절 …. [2] 야훼의 말씀이 예레미야에게 내리기 시작한 것은 아몬의 아들 요시야가 유다 왕이 된 지 십삼년 되던 때의 일이었다. … [6] “아! 야훼 나의 주님, 보십시오. 저는 아이라서 말을 잘 못합니다.” 하고 내가 아뢰었더니, [7] 야훼께서는 나에게 이렇게 이르셨다. “아이라는 소리를 하지 마라. 내가 너를 누구에게 보내든지 너는 가야 하고, 무슨 말을 시키든지 하여야 한다. [8] 사람을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늘 옆에 있어 위험할 때면 건져주리라. 이는 내 말이라, 어김이 없다.”

* = * 예레미야는 남왕국 유다가 몰락해가던 시기에 하느님의 말씀을 유다 민족 앞에 전하던 예언자였습니다. 자기 동족의 가련한 운명을 내다보며 하느님의 애타는 말씀을 전하려니 예레미야의 눈은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

위로는 왕으로부터 아래로 모든 국민에 이르기까지 예레미야의 전언과 충고는 외면 당하기 일쑤였으며, 드디어 유다가 외세의 침략에 의해 완전히 붕괴되는 것을 자기 눈으로 보았고, 그 자신도 포로로 바벨론으로 잡혀가던 도중 … 애굽으로 끌려갑니다.

진리와 정의를 전하는 사람들의 운명은 순탄치 않습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 하느님의 전령사의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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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시 } 시편 11편 1, 4-5, 7절 …. [1] 나 야훼께 피신하거늘 너희 어찌 나더러 이런 소리 하느냐? …. [4] 그러나 야훼께서는 당신 성전에서 하늘 높이 옥좌에 앉으시어 세상을 두루 살피시고 사람들을 눈여겨보고 계신다. [5] 죄있는 사람, 죄없는 사람을 가려내시며 폭력 쓰는 자를 몹시 미워하신다. …. [7] 야훼, 공정하시어 옳은 일 좋아하시니, 올바른 자 그 얼굴 뵙게 되리라.

* = * 메시아(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예언하면서, 구세주의 오실 길을 예비하던 최고의 예언자 세례 요한은, 그의 탄생부터 범상치 않았습니다.(룩 1:5-25, 39-45 참고)

세례 요한은 오랫동안 광야에서 지냈습니다. 여느 수도자들과 같은 청빈과 기도로 예언 활동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광야의 생활을 하면서 하느님과의 소통의 시간을 풍족히 가질 수 있었으며, 또 세속적 가치관의 공격과 간섭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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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음 } 마태오 복음서 14장 6-10절 …. [6] 그 무렵에 마침 헤로데의 생일이 돌아와서 잔치가 벌어졌는데 헤로디아의 딸이 잔치손님들 앞에서 춤을 추어 헤로데를 매우 기쁘게 해주었다. [7] 그래서 헤로데는 소녀에게 무엇이든지 청하는 대로 주겠다고 맹세하며 약속하였다. [8] 그러자 소녀는 제 어미가 시키는 대로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서 이리 가져다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 [9] 왕은 마음이 몹시 괴로웠지만 이미 맹세한 바도 있고 또 손님들이 보는 앞이어서 소녀의 청대로 해주라는 명령을 내리고 [10] 사람을 보내어 감옥에 있는 요한의 목을 베어 오게 하였다.

* = * 세례자 요한이 이미 헤롯궁 감옥에 갇혀 있게 된 것은, 헤롯왕이 자기 조카 헤로디아와 결혼한 일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회개할 것을 대중 앞에서 외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헤로디아는 이미 헤롯왕의 친형제인 헤롯 필립, 즉 자기 삼촌과 결혼했던 간악한 여자였음.)

헤롯이 아직 처벌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세례 요한이 의로운 예언자인 것을 백성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감히 손을 대지 못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자기 생일잔치에서 헤로디아의 딸 살로메에게 큰소리를 쳐놓은 바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세례 요한을 죽일 것을 명합니다.

이렇듯 의인의 목숨은, 권세자들의 하잘 것 없는 노리개감으로 빼앗깁니다. 예나 제나 진리를 말하고 정의를 말하던 자들이 악성 루머에 휩싸여 그들의 죽음이 마치 마땅한 죽음인 듯이, 또는 죽어야 될 사람이 죽은 것처럼 인정당하면서 죽습니다. 악한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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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신 } 히브리서 12장 1-2절 …. [1] 이렇게 많은 증인들이 구름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으니 우리도 온갖 무거운 짐과 우리를 얽어매는 죄를 벗어버리고 우리가 달려야 할 길을 꾸준히 달려갑시다. [2] 그리고 우리의 믿음의 근원이시며 완성자이신 예수만을 바라봅시다. 그분은 장차 누릴 기쁨을 생각하며 부끄러움도 상관하지 않고 십자가의 고통을 견디어내시고 지금은 하느님의 옥좌 오른편에 앉아 계십니다.

* = * 오늘 우리는 한 의인 세례자 요한을 애도하는 날이 아닙니다. 그의 죽음은 진리와 정의가 죽음보다 강하다는 사실,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의 권세로도 어쩔 수 없는 진리의 말씀이, 정의의 말씀이 선포되어야 할 것을 드러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실 길을 예비한 사명을 끝낸 세례자 요한이 이렇게 처형을 당한 직후, 그의 영혼은 천사들의 영접을 받으며 하늘나라에 올리웠을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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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주 하느님, 저희들로 하여금 믿음의 근원이시며 완성자이신 예수만을 바라보며, 세상을 두려워하지 말고, 하느님의 진리와 정의를 세상에 전하며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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