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국’아, 들어라!

<연중 26주일, 본문 묵상> ………………… (공동번역성서 개정판)

{ 구약 } 아모스 6장 4-7절 …. [4] “상아 침상에서 뒹굴고 보료 위에서 기지개를 켜며 양떼 가운데서 양 새끼를 골라 잡아먹고 외양간에서 송아지를 잡아먹는 것들, [5] 제가 마치 다윗이나 된 듯 악기를 새로 만들고 거문고를 뜯으며 제 멋에 겨워 흥얼거리는 것들, [6] 몸에는 값비싼 향유를 바르고 술은 대접으로 퍼 마시며 요셉 가문이 망하는 것쯤 아랑곳도 하지 않는 것들, [7] 덕분에 이제 선참으로 끌려가리니 기지개 켜며 흥청대던 소리 간데없이 되리라.”

{ 서신 } 디모테오 전서 6장 7-10, 17-18절 … [7] 우리는 아무것도 세상에 가지고 온 것이 없으며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습니다. [8]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하시오. [9] 부자가 되려고 애쓰는 사람은 유혹에 빠지고 올가미에 걸리고 어리석고도 해로운 온갖 욕심에 사로잡혀서 파멸의 구렁텅이에 떨어지게 됩니다. [10]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입니다. 돈을 따라다니다가 길을 잃고 신앙을 떠나서 결국 격심한 고통을 겪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 [17] 이 세상에서 부자로 사는 사람들에게 명령하시오. 교만해지지 말며 믿을 수 없는 부귀에 희망을 두지 말고 오히려 하느님께 희망을 두라고 이르시오. 하느님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풍성히 주셔서 즐기게 해주시는 분이십니다. [18] 또 착한 일을 하며 선행을 풍부히 쌓고, 있는 것을 남에게 아낌없이 베풀고 기꺼이 나누어주라고 하시오.

{ 복음 } 루가복음서 16장 23-31절 …. [23] 부자가 죽음의 세계에서 고통을 받다가 눈을 들어보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아브라함이 라자로를 품에 안고 있었다. [24] 그래서 그는 소리를 질러 ‘아브라함 할아버지, 저를 불쌍히 보시고 라자로를 보내어 그 손가락으로 물을찍어 제 혀를 축이게 해주십시오. 저는 이 불꽃 속에서 심한 고통을받고 있습니다.’ 하고 애원하자 [25] 아브라함은 ‘얘야, 너는 살아 있을 동안에 온갖 복을 다 누렸지만 라자로는 불행이란 불행을 다 겪지 않았느냐? 그래서 지금 그는 여기에서 위안을 받고 너는 거기에서 고통을 받는 것이다. [26] 또한 너희와 우리 사이에는 큰 구렁텅이가 가로놓여 있어서 여기에서 너희에게 건너가려 해도 가지 못하고 거기에서 우리에게 건너오지도 못한다.’ 하고 대답하였다. [27] 그래도 부자는 또 애원하였다. ‘그렇다면 할아버지, 제발 소원입니다. 라자로를 제 아버지 집으로 보내주십시오. [28] 저에게는 다섯 형제가 있는데 그를 보내서 그들만이라도 이 고통스러운 곳에 오지 않도록 경고해 주십시오.’ [29] 그러나 아브라함은 ‘네 형제들에게는 모세와 예언자들이 있으니 그들의 말을 들으면 될 것이다.’ 하고 대답하였다. [30] 부자는 다시 ‘아브라함 할아버지, 그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그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이 찾아가야만 회개할 것입니다.’ 하고 호소하였다. [31] 그러자 아브라함은 ‘그들이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도 듣지 않는다면 어떤 사람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하고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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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1 ) 오늘의 세 가지 본문은 모두 재물을 많이 가진 사람에게 주는 경고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부자들에게만 주는 경고가 아닙니다. 어느 누구든, 때로는 재물이 부족할 때도 있고, 또 넉넉할 때도 있는 것이 우리 인생입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서로 사랑하며, 가진 것을 서로 나누며 사는 것, 이것이 하늘나라의 영원한 삶으로 연결되는 우리의 마땅한 모습이라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본문을 그릇되게 해석할 위험이 있습니다. 마치 모든 부자들은 세상에서 호사하며 살았기 때문에 죽으면 지옥불에 던져진다, 또는 세상에서 가난하게 살던 사람들은 그 보상으로 천국에서 ‘아브라함의 품에 안긴다’, 즉 평안을 누린다고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적지 않은 부자들은, 믿음 안에 살면서, 의롭고, 남을 긍휼히 여기는 삶을 살다가 천국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또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게으르고, 책임감 없고, 악하고, 술중독, 마약중독, 게임중독, 도박중독 따위로 가난을 면치 못하고 살았다면, 영원한 하느님의 나라에서도 그런 사람을 환영할 리가 없습니다.

예수님의 ‘부자와 거지 라자로’의 이야기에서 상세히 언급은 안 되어 있지만, 부자가 매일 호사스럽게 살았어도, 자기 집 문전에 맨날 동냥을 구하고 있었던 라자로에게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냉혹한 인간임을 우리는 봅니다.

라자로의 영적 삶에 관한 언급은 정말 한 가지도 없었습니다. 다만 거지였다는 것, 심한 피부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것 뿐입니다. 분명한 것은 그의 호구지책이 다만 부잣집 문전에서 음식 쓰레기를 헤쳐 연명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의 단 하나의 소망이 있었다면, 어서 하느님께서 불러주셔서 조상 아브라함의 품에 안기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라자로는 하느님의 뜻을 어기지 않으며 신실히 살았으리라 믿습니다.

( 2 ) 우리나라는 지금 세계경제대국 10위권 내에 들어갈 듯 말 듯하다고 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에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경제순위가 꼴등이었던 나라입니다.

근년에 외국에 다니며 보니까, 한국의 ‘코이카’가 가난한 나라들을 위해서 참으로 좋은 일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또 한국 회사 제품들의 선전광고가 먼 나라에도 잔뜩 붙어 있었습니다.

가난에 허덕이는 우리 이웃들과, 이웃나라 국민들을 위해서, 더욱 열심히 도우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기도> 주 하느님, 저희 배가 불러도 가난한 이웃을 잊지 말게 하옵소서. 온통 아귀다툼과 전쟁의 기운으로 꽉 차 있는 세계 속에서, 가진 자 편에 속한 우리 한국과 한국백성이, 가진 자가 된 책임을 다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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