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레사의 주기도문 해설

<데레사 기념일에 그녀의 ‘주기도문 해설’을 묵상합니다.>

{“주기도문은 그냥 줄줄 외우라고 있는 기도가 아니라, 엄숙한 순례의 길로 인도하는 영적 지도와 같은 것입니다.” 이것은 ‘데레사 수녀’의 주기도문 해설 결론부분에서 서술한 한 구절입니다. 오늘 데레사 수녀(Teresa of Avila, 1515 – 1582)의 기념일을 맞이하여, 그녀의 주기도문 해설을 여기 요약해 실려 드립니다. 도움을 받으시면 고맙겠습니다.}

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 데레사는 말하기를 ‘이 말씀을 입에 담는 순간, 우리는 천상의 궁정으로 들어갑니다’ 라고 했습니다. 하느님은 멀리 계신 분이 아니며, 우리 영혼 안에 있는 내면적 하늘에 거하시는 분이므로, 이미 내 안에 내주하시는 하느님을 찾아뵙는 나의 ‘사랑의 문두드림’으로 이 구절을 기도한다고 했습니다.

나. <온 세상이 아버지를 하느님으로 받들게 하시며> : 우리들의 으뜸 소원은 하느님의 이름이 온 세상에 드러나는 것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기를 바란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 이름을 거룩하게 해 드리는 삶은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말로 아무리 영광을 올린다고 해도 하느님께 영광이 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이 기도는, 하느님의 이름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우리의 삶으로 하느님의 거룩하심이 증거되어야 함을 마음에 되새깁니다.

다.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 이것은, 하느님의 다스림이 우리 안에 성취되기를 기원하는 기도입니다. 그분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진다는 것은 우리 각자가 그분을 임금으로 모실 때에야 이루어집니다. 내가 그분의 뜻(말씀과 명령)을 따를 마음이 없으면서 이 기도를 드리고 있다면, 그것은 그분을 희롱하는 것이 되고 맙니다. 그분의 말씀 한 가지 한 가지를 실천하는 동안 확장되고 있는 하늘나라의 실체를 체감하면서 이 기도를 드려야 할 것입니다.

라.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 이 기도는 영적 성숙의 핵심을 말하는 기도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내 뜻보다 더 귀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직도 주기도의 초입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나도 원할 수가 있어야, 내게 아무 부족한 것도 아무 묶임도 없음을 깨닫습니다.

마.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 데레사 수녀는 ‘일용할 양식’을 영생의 양식, 곧 ‘성찬’을 의미한다고 보았습니다. (* 그러나 많은 주석가들은, 영생의 양식인 성찬 뿐만 아니라, 영혼의 양식인 하느님의 말씀, 육신의 양식을 모두 포함한 기도일 것이라고 해설합니다.)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찢김을 당하신 거룩한 성체와 흘리신 보혈을 영생의 양식으로 우리에게 무한히 매일 공급하십니다. 이 양식은 우리의 생명을 보전하시는 가장 고귀한 양식이기 때문입니다.

바.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이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시고> : 이 말씀은 우리의 양심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입으로 ‘용서하소서’ 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입을 거짓으로 더럽히고 있는 것입니다. 용서는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없고, 하느님의 능력 안에 머무르고 있는 그리스도인들만이 이웃을 참되게 용서하고 사랑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 기도의 사람이라면, 반드시 유혹과의 끊임없는 싸움을 겪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탄이,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적(원수)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기도의 사람들은 늘 영혼이 깨어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데레사 수녀는 이렇게 하느님의 약속을 전하고 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한, 모든 악의 세력은 우리 앞에서 무력합니다.”

** 주기도문을 통해, 우리들의 영혼이 하느님과 점차로 더 깊은 사랑의 일치를 이루는 영적 순례자들로 살기를 기원합니다. 우리들은 ‘죄 없는 완벽함’을 이루려고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 사랑으로 우리가 그분을 사랑하려는 의지와 이웃사랑의 순전함을 갖출 수 있다면, 그것으로 하느님께서 저와 여러분을 향하여 ‘족하다’ 여겨주실 것입니다.

오늘은 데레사의 해설을 조용히 음미하면서 주기도문을 드리는 것으로 마감기도를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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