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이 죽인 이를 후손이 공경?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공동번역 개정판)

{ 복음 } 루가 복음서 11장 47-51절 …. [47] “너희는 화를 입을 것이다. 너희는 너희의 조상들이 죽인 예언자들의 무덤을 꾸미고 있다. [48] 그렇게 해서 너희는 너희 조상들의 소행에 대한 증인이 되었고 또 그 소행을 두둔하고 있다. 너희 조상들은 예언자들을 죽였고 너희는 그 무덤을 꾸미고 있으니 말이다. [49] 그래서 하느님의 지혜가 ‘내가 그들에게 예언자들과 사도들을 보낼 터인데 그들은 더러는 죽이고 더러는 박해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50] 그러므로 이 세대는 창세 이래 모든 예언자가 흘린 피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51] 잘 들어라. 아벨의 피를 비롯하여 제단과 성소 사이에서 살해된 즈가리야의 피에 이르기까지 그 일에 대한 책임을 이 세대가 져야 할 것이다.”

* = * 카인이, 의로운 제사를 드린 동생 아벨을 죽였던, 인류 최초의 살인은 창세기 4장 1절 이하에 소개되어 있고, 즈가리야가 하느님의 영에 사로잡혀 이스라엘 백성 앞에 “어찌하여 너희는 야훼의 계명을 어기느냐? …. 너희가 야훼를 버렸으니, 야훼도 너희를 버리리라.”라고 예언을 하자마자 백성들이 달려들어, 성전에서 즈가리야를 돌로 쳐 죽인 일은 역대하 24장 20절 이하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구약 역사서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인간이 한 일은 허다한 의인을 죽인 일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 가운데, 역사가 비교적 충실히 기록되고 있었던 고려말서부터 조선시대 말까지의 역사를 보면, 성경 속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나라의 충신들을 잡아 죽인 일로 온통 점철되어 있습니다. 고려말에는 최영과 정몽주, 조선 초중기에는 김종서와 사육신, 그리고 조광조와 허균 등, 또 조선 후기 이래 근대 전환기까지는 전봉준, 최시형, 최익현, 민영환 등, 그리고 일제기에는 안중근, 윤봉길, 김대건 등이 있었습니다. 이들을 모두 나라의 역적으로 몰아, 사형에 처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 반만년 역사에서 최대의 충신으로 꼽히는 이충무공은 사형은 면했지만, 사형에 방불한 백의종군을 명받아 전사했습니다.

저는 80년 이상 살다보니까, 4.19 때에는 ‘독재정권 물러가라’ 하면서 중앙청 앞까지 진출했었고, 70년대 군사정권 ‘유신체제’ 하에서 긴급조치가 남발되던 때에, ‘자유언론투위를 지지한다’며 동아, 조선 두 언론사 앞에서, 비록 소수였지만 가두시위까지 일삼았었습니다. 과연 저의 행위에 대해서 후일 제게 책임을 묻는다면 발뺌할 생각은 없습니다.

또 이즈음 우리나라 사태를 보면서, 이 시대 의인이 누구였던가를 오늘 절대자가 판명해 준다면, 역사가 이렇게까지 외로 돌아가지는 않겠지 하며 답답해 합니다.

과연 의인의 피흘림을, 제가 비록 지금 책임있는 자리에 있지 않다 하더라도, 이 시대에 살았던 ‘먹물’의 한 사람으로서 그 책임을 지라고 할 때에 그 책임을 흔쾌히 지겠는가 말씀입니다. 아무래도 저와 이 시대를 살았던 먹물들은 책임을 모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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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가 오늘 기념하는 믿음의 선배>> : 갈 (Gall, 550 ? – 630 ? )

‘갈’은 아일랜드 태생으로 평생 수도자로 살았으며, 아일랜드와 대륙 사이를 오가며 복음 전파와 수도원 활동을 한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스승이었던 콜룸바누스의 선교단 일원으로 프랑스로 가던 도중, 그는 스승과 헤어져 스위스 알레마니아 땅에서 은둔수도자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는 주교나 수도원장의 지위로 추대받은 일이 여러 번 있었지만, 매번 거절했다고 합니다. 다만 그가 가장 오래 머문 수도원은 후일에 ‘생 갈 수도원’(Abbey of Saint Gall, 스위스의 성 갈른)이 된 수도원이었습니다.

그의 관심은, 하느님과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만 일생 매달려, 수도자로서만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삶 속에서 영글어지고 있던 믿음의 결실이 유럽 일대에 파급되고 있었습니다.

그가 별세한 해가 두 가지(630년과 645년)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판별할 방법이 없습니다.

<기도> 주 하느님, 비록 의인의 죽음에 직접적인 상관이 없더라도, 묵묵히 입을 다문 채 방관하고 살았다는 사실 만으로도 결코 그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자신할 수는 없음을 깨우쳐 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세상에 하느님의 공의를 드러내며 살도록, 성령님이시여, 인도해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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